한국국제아트페어인 키아프(KIAF)의 전시관계로 서울에 왔다.
키아프는 올해로 13회를 맞은 국내외 유수한 갤러리들의 수준 높은 작품들과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이는 아시아 미술계의 대표적인 행사이다. 지난해 주빈국이 독일이었고, 올해는 동남아시아를 주빈국으로 선정해 비슷한 듯 다른 동남아의 재미나는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새로운 시도는 보는 사람을 즐겁게 하며, 작가들의 노고가 느껴지는 작품들은 감동과 사유의 문을 열어준다.
가끔 서울에 전시 또는 강의 들으러 올 때면 늘 만나는 벗이 있다. 오늘도 그랬다. 오랜만에 벗을 만나 내 그림도 보여주려니 좀 쑥스럽고 떨린다.
그렇게 우리는 삼성코엑스 전시장을 돌고 신기한 작품들은 설명을 들어가며 감탄사를 연발하며 전시 관람을 하다 보니 체력이 바닥 날 때쯤에야 전시 관람을 아쉽게 끝냈다.
좋은 작품 앞에선 나의 소중한 가족들도 떠오르고 가르치는 학생들도 떠오르고 함께 보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들이 목까지 차올랐다. 아~아.
저녁 시간이라 배도 고프고 해서 간단하게 밥을 먹고 친구 집이 있는 용인으로 향했다.
용인에 도착하면 해야 할 작업이 있었다. 하지만 집에 도착하자 집이 주는 포근함에 피곤한 몸은 정신을 이불속으로 끌어당겨버렸다. 다음날 친구가 정성들여 차려주는 밥상을 받으니 마음이 왠지 뭉클하다. 아침식사를 마치고 마무리해야 할 작업을 벗의 도움으로 겨우 마무리 했다. 다음 일정이 빠듯하여 점심시간을 이동시간으로 잡은 터라 조금 급하게 친구와 헤어졌다. 버스를 탔는데 문자가 왔다. "덕분에 그림도 실컷 보고 좋았네.^^ 조심해서 가고… 외국에도 잘 다녀오고 2015년에 보겠구나~ 너 가고 나니, 서운하네"
문자를 받고 나도 이내 서운한 마음이 차올랐다. 이내 눈가가 촉촉해지는 것이다.
'홀로 중학교 삼학년인 아들을 키우는데 얼마나 맘고생이 심하고 외로울까' 좀 더 곁에 있어주지 못하는 나의 상황이 안타까워 한숨을 내쉰다.
12년 전 즈음이었다. 이 친구에게서 깊은 밤 전화가 왔다. 차분한 목소리로 "나 이혼했다" 짧은 그 말 한마디에 어찌나 놀라고 마음이 아팠는지 모른다. 당장이라도 달려가고 싶지만 내가 둘째를 출산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친구에게 달려 갈수 없는 상황이었다. 움직일 수 없는 나의 상황이 하도 답답해 그림에 내 마음을 담았던 기억이 난다.
바로 '친구 만나러 가는 꿈'이란 작품이다. 친구야! 그래도 오늘은 그때보다 행복해! 그때는 너를 만나는 게 나에게 꿈이었는데 오늘은 아이들도 건강하게 자라서 이렇게 만날 수 있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