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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이다 보니 점잖은 말로 '애견'이라 제목을 달았지만 한마디로 개자식들이다. '7시간'을 픽션화한 산케이 보도를 두고 재판을 앞둔 가토 다쓰야 산케이신문 전 서울지국장은 "해당 기사는 소문을 전한 것이며 공익을 위한 것"이라고 강변했다. 공익은 무슨 개수작인지 모를 일이지만 그 근거는 찌라시뿐이다. 가토는 일본 언론 매체 기자들과 만나 "잘 알려진 소문을 소문으로서 썼고 대통령은 공인 중의 공인이고 기사에 충분한 공익성이 있다"고 밝혔다. 가토는 또 "칼럼을 쓸 때 소문이 진실이라고 믿었다"며 법적 탈출구를 마련하려는 의도까지 보였다. 기사로 타인의 명예를 훼손했더라도 공공의 이익을 위한 목적으로 보도했고 그 내용이 진실이거나 진실이라고 믿을 상당한 이유가 있으면 처벌할 수 없다는 게 대법원 판례다. 재판을 앞두고 일본 언론의 지면을 통해 이 같은 주장을 펴는 가토는 밑져야 본전이고 잃을게 없다는 계산으로 '장외 여론전'에 돌입했다고 볼 수 있다. 불리하면 개는 일단 최대한 지를 수 있는 목청으로 사방팔방 짖어대는 것이 속성이다. 

사건을 돌이켜보자. 지난 8월 가토는 세월호 침몰 당일 박근혜 대통령의 행적에 의혹을 제기하고 증권가 소식통에게 들은 내용이라며 "박 대통령과 남성의 관계에 관한 것"이라는 소문이 있다는 내용의 인터넷용 기사를 썼다. 서울중앙지검은 그를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상 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그가 왜 이 따위 찌라시를 기사로 썼는지는 주석을 달지 않아도 뻔 한 일이다. 산케이의 마케팅 전략은 혐한과 반일, 말초와 자극이라는 네 가지 축으로 이뤄져 있다. 판매에 도움이 된다면 청와대는 물론이고 중국 지도부의 아랫도리도 건드리는 것이 산케이의 언론관이다. 산케이는 어떤 신문인가. 지난 수십 년간 산케이는 악랄한 반한기사를 긁적거려 왔다. 일본의 신문산업이 위기에 몰릴 때 산케이는 혐한기사로 부수를 늘렸다. 그동안 종군 위안부문제와 중국 난징 대학살 등을 부정하는 기사와 사설을 게재했다. 그 뿐인가. 일본 교과서 왜곡을 주도한 출판사를 자회사로 거느리며 위안부 문제 부정과 독도의 일본영토를 주장하는 작업에 사운을 건 곳이 산케이다. 역사 왜곡의 달인인 일본의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은 후쇼사의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추천했다. 이 후쇼사가 바로 산케이그룹의 출판사이다. 산케이그룹과 산케이신문은 한국을 폄훼하고, 한일갈등을 부채질해온 극우그룹이자 극우매체이다.

산케이의 이 같은 저질 마케팅은 자국에서도 좌충우돌이었다. 그나마 균형 있잇는 논조라 평가받는 아사히신문과 벌인 사설 공방이 대표적이다. 독도와 위안부 문제를 골자로 벌인 이 공방은 산케이의 도발적인 도전이 시작이었다. 일본 문부과학성이 교과서 검정 결과를 발표한 날 아사히신문은 사설을 통해 '왜곡된' 역사관을 관철하려는 일부의 태도를 경계했다. 그러자 호재를 만난 산케이가 아사히를 정면으로 비판하며 시비를 걸었다. 산케이는 사설을 통해 '우리를 놀라게 한 <아사히신문> 사설'이라는 원색적인 제목으로 독자들의 반향을 불렀다. 오래전의 일이지만 그 때도 산케이는 도발을 통해 일본 우익의 깃발이 됐다. 12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아사히신문이 산케이와 경쟁하는 양상은 산케이로서 잃을게 없는 싸움이다. 산케이는 일제강점기인 1933년 창간된 '일본공업신문'이 모태다. 아사히의 공식 판매부수(ABC부수)는 839만 부로 203만 부인 산케이신문의 네 배가 넘는다. 역사와 부수가 전부는 아니지만, 아사히신문으로서는 산케이신문과 비교당하는 것 자체가 탐탁지 않았지만 그 사설은 그냥 넘기지 않았다.

산케이의 한국에 대한 집착증 같은 왜곡은 가토의 '7시간' 찌라시는 아무것도 아니다. 산케이는 아예 자신의 신문에 주기적이고 정기적으로 한국을 저주하는 책자의 제목을 정치광고에 그대로 활용하고 있다. 매한론(韓論)을 시작하여 치한(恥韓), 우한(愚韓), 악한(惡韓), 비한(悲韓), 범한(犯韓), 그리고 침몰하는 한국을 연상시키는 침한(沈韓)까지, 한국에 대한 저주(詛呪)를 무려 7단계로 발전시켰다. 지금 단계로는"침몰하는 한국"이라는 침한(沈韓)이 마지막이다. 가능한 한국에 대한 악의인 모도를 양산하고 이를 확대 재생산하는 것이 산케이의 보도 지침인듯 하다. 일본에 만연돼 있는 비윤리적 퇴폐적 문화를 마치 한국에서만 벌어지는 일 인양 호도하고 인종적 우월감은 물론 지적 수준까지 비하하는 수준은 가히 입이 벌어질 지경이다. 그래서 그런지 산케이는 서울지국장 자리를 아예 혐한인사나 매한인사로 이어받기를 하고 있다. 문제가 된 가토의 선임인 구로다 가쓰히로는 대표적인 혐한 인사다. 그의 비상식적인 발언은 열거하기에도 벅찰 정도지만 여전히 객원논설위원으로 한국을 씹어대고 있다. 구로다가 역사나 음식 등 일상적인 문제를 왜곡했다면 가토는 유달리 성문제에 집착했다. '한국은 성착취의 대국'이라는 기사부터 '박 대통령의 7시간'까지 호기심을 자극하며 일본 우익의 주머니를 털어 구독률을 올렸다. 상당수의 우리 언론들은 가토의 개수작을 두고 무대응을 하는 것이 옳았다고 청와대를 비판한다. 과연 그럴까. 우리 신문 도쿄 지국장이 '일왕 아키히토의 사생활'이나 '아베의 여성편력' 따위의 보도를 했다면 어땠을까. 참을 수 없을 만큼 미치도록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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