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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어원 설에는 한자어와 우리말의 합성어도 있으며, 우리말과 일본어의 합성어도 있다. 이러한 현상은 한 시대에 우리나라와 문화를 공유했기 때문이다. 한국문화에 녹아 합금된 일본문화중 아직까지 접근이 미진한 몇 가지를 모아보았다.

 '메 올리라'는 말은 제삿날 죽은 이의 상에 올리는 밥을 말한다. 밥의 재료는 쌀인데 살아있는 사람이 먹는 밥이 왜 죽은 사람의 제사상에 올리면 메라고 다르게 부를까. 우리나라에서 생쌀을 제물 혹은 공양물로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 무속의식과 불교의식에는 생마지라하여 생쌀을 올리고 있다. 생쌀 사용의 사례로 우리나라 불교의식에서 육법 공양물중 미공양, 무속의 생쌀 사용, 죽은 자의 입에 쌀을 넣는 반함(飯含) 등을 들 수 있다. 일본어에서도 밥과 쌀은 다르게 부른다. 쌀인 미는 고메(ごめ), 밥은 고항(ごはん)으로 부른다.

 '부평초'라는 말은 물위에 떠다니는 풀이라는 말이다. 사람도 일정한 장소에 뿌리내리지 못한 삶을 부평초인생이라 비유한다. 이와 비슷한 표현으로 사는 곳이 일정하지 않은 사람을 부랑아(浮浪兒) 혹은 부랑자(浮浪者)라 부른다. 일본에서는 부랑아를 우기스도리(うきすどり)라 부른다. 우기스도리란 일정한 거주 공간없이 돌아다니는 부소조를 비유한 것이다. 부소조는 우리말 이름 '농병아리'이다.

 '곶'이라 부르는 지명의 공통점은 송곳 모양으로 바다 혹은 호수로 길게 내민 육지의 끝 형태로 나타난다. 한자로 갑(岬) 곶〔串〕, 기(崎) 등으로 부른다. 이러한 지형을 우리는 주로 곶으로 부르며 한자로는 관(串)으로 쓴다. 장산곶, 호미곶, 간절곶 등이 이에 속한다. 한편 일본은 뾰쪽한 지형을 백로 혹은 두루미의 뾰족한 부리로 비유하여 기(崎)로 표현한다. 일본의 가와사기(かわさき)인 천기(川崎), 쯔루사기(つるさき)인 학기(鶴崎), 나가사기(ながさき)인 장기(長崎), 미야사기(みやざき)인 궁기(宮崎)등이 사례이다. 동구의 방어진 울기등대의 울기(蔚崎)에서 기는 일본식 표현임을 알 수 있다.

 '오니'는 어린아이들이 술래잡기를 할 때 뒤쫓아 사람을 잡는 역할자를 부르는 말이다. 술래잡기에서 오니가 쫓아오면 모두 도망친다. 일본어 오니(おに)는 머리에 뿔이 있는 도깨비 혹은 귀신 등을 의미한다. 어린이의 놀이에서 오니가 쫓아오니 잡히지 않으려고 당연히 숨거나 도망쳐야한다. 일반적으로 오니와 우리의 도깨비를 같거나 혹은 비슷하게 접근하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 우리나라 도깨비는  머리에 뿔이 없어 외형상 오니와 차이가 있다. 우리의 도깨비는 후덕하고 정이 많은 김 서방으로 등장한다. 때로는 거나하게 술 취한 김서방이 본 자기 그림자일 수도 있다.

 '시까시까 맘보'는 과거에 말 타기 놀이에서 말을 타고 상대방 마부와 가위 바위 보를 할 때 의미도 모르고 큰 소리로 외치면서 손을 내밀던 생각이 난다. 울산에서는 '짬깨이보' 혹은 '엿재이 ×재이 고래× 뽕'이라 하기도 했다.  '시까시까 맘보'도 마찬가지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확실(確實)하다는 일본어 '시까시까(しかしか)'와 우리말 마음을 쓰는 속바탕을 의미하는 '마음보'의 준말인 '맘보'의 합성어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시까시까 맘보' 풀이하면 가위를 내던, 보를 내던, 바위를 내던 '확실한 마음의 결정'으로 행위를 하라는 말일 것이다. 말이 되고 말을 타기위해서는 확실한 마음의 결정으로 상대와 겨루어야하기 때문이 아닐까.

 '시시딱딱이'는 강릉단오제 행사에 등장하는 사자춤을 그렇게 부른다. 왜 그렇게 부르는지에 대한 연구가 다양하다. 사자춤에서 사자의 입을 벌렸다가 닫았다가 할 때 아래와 위가 부딪쳐 나는 소리가 '딱딱이'로 본다면 '시시'는 무슨 말일까. 일본 시코쿠지방의 '시시다이꼬(ししたいこ獅子大鼓)'는 사자춤과 북춤을 함께 춘다 고하여 그렇게 부르고 있다. 강릉단오제의 '시시딱딱이'는 일본어 시시와 의성어 딱딱이의 조합어로 볼 수 있다.

 '으악새'는 태화강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깃이 회색인 여름철새 왜가리의 의성(擬聲) 이름이다. 고복수의 짝사랑에 등장하는 으악새가 왜가리인 것이다. 왜가리의 한자는 청로(靑鷺)이다. 푸른 깃의 물새라는 의미이다. 일본에서는 아오사기(アオサギ)라 부른다. 왜가리는 가끔씩 '왝∼ 왝∼' 하며 큰 소리의 경계울음으로 행동권역을 알린다. 이러한 왜가리의 울음을 일본에서는 대성(大聲)을 말하는 오오고에(おおごえ)로 비유하고 있다. 가을이 성큼 다가왔다. 가을은 눈부신 하얀 억새를 거쳐 붉은 단풍으로 끝난다. 매년 억새가 햐앟게피는 가을이오면 고복수의 짝사랑에 등장하는 으악새의 정체성을 두고 억새와 왜가리의 쟁점이 반복된다. 으악새는 왜가리의 다른 이름이라는 것도 상식으로 알아두면 다투는 사람을 볼 때 미소를 짓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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