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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은 예로부터 맑은 물과 푸른 숲이 어우러진 녹수(綠水)의 도시이다. 녹수는 청수(淸水)와 녹수(綠樹)에서 한자씩 딴 것이다. 녹수의 도시 울산은 '흑백깃 사랑'의 도시에 이어 맑고 푸른 물과 진녹색의 숲이 공존하는 또 하나의 이름이다. 녹수의 도시는 두루미의 도시와 연결된다. 깨끗한 물은 주위 짙푸른 녹색의 산들이 있기에 가능하다. 강은 하류에 건강한 생태환경의 거대한 습지를 만들었다. 그 가운데 영축산에서 흘러내린 빗물은 망해사를 지나 청량천으로 흐르다가 두왕천과 합수되어 외황강을 이루었다. 외황강 하류는 바다와 연결된다. 동해 용왕은 아들 7명을 데리고 나와 외황강 정변(汀邊)에서 쉬고 있던 헌강왕을 만나게 된다. 일연은 용도 사람이 될 수 있다는 불교의 대승사상을 활용하여 처용설화로 확대시켰다. 이 설화도 지역적 독창성인 녹수의 고장이기에 가능하였다. 습지는 다양한 물새를 불러들인다. 그중 습지신(濕地神)으로 불리며 천상의 새로 여겼던 두루미는 울산 사람과 수천 년의 세월을 함께하였다. 그래서 생성된 이름이 학성(鶴城)인 것이다. 학성이라는 지명이 우연히 생성된 것이 아니라 필연적이며 울산의 정체성 가운데 대표적이다. 그러나 두루미와 함께한 많은 세월도 인간의 가난 속에서는 떠나야했다.
 백영훈이 '조국 근대화의 언덕에서(2014)'말했듯이, 1960년대 우리나라는 자연 자원이 거의 없는 좁은 국토, 밀도 높은 인구, 청산되지 않은 일제의 잔재, 한국전쟁으로 인한 폐허, 1인당 GNP 70달러, 그것이 한국의 현실이었다. 한마디로 가난한 나라였다. 가난은 두루미의 서식지를 빼앗아버렸다.

 녹수의 고장, 습지의 고장, 두루미의 고장, 흑백깃 사랑의 도시인 학성이 1962년 공업지구로 설정된 큰 이유도 우리나라가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다. 풍족한 삶을 위해서는 경상남도 울산군의 울산읍, 방어진읍, 대현면, 하상면, 청량면의 두왕리, 범서면의 굴화리, 다운리 및 농소면의 화봉리, 송정리 등에서 조상대대로 살아온 원주민은 이주했으며 함께 살아온 두루미 역시 서식처를 점차 빼앗겨 버렸다. 빼앗긴 두루미 서식지는 염전으로, 비행장으로, 석유단지로, 상업지로 바꾸어가면서 오늘에 이르렀다. 울산은 공업센터 기공식이 열린 이후 50 여년의 세월이 지났다. 그 동안 공해, 악취, 소음, 분진, 오염, 이따이이따이병, 산업재해, 정규직, 비정규직, 노사분규 등 다양한 낯선 용어를 생성시키면서 현재에 이르고 있다. 공업지구로 설정된 지역에는 사람만이 떠난 것이 아니다. 고니, 황새, 두루미, 기러기 등 물새도 떠나고는 찾아오지 않았다. 울산은 공업센터로 지정된 이후 사람들 사이에 정서 함양고취에 비타민 같은 지역의 독창적 동해의 처용설화도, 학성의 계변천신 설화도 삼겹살과 소주에 밀려 잊혀졌다. 2013년 울산이 생태관광지역으로 선정되었다. 철새는 믿을 수 없다. 작은 환경변화에도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지역주민들의 정체성 확립을 위해 마을 표지석을 세우듯 지속 가능한 텃새에 관심을 두어야한다. 울산의 텃새는 두루미이다.

 울산은 큰 도시이다. 큰 도시에 사는 시민은 자연과 공존하는 큰마음을 가져야 한다. 큰마음은 앞선 생각과 실천이 있어야한다. 큰마음은 수백억원을 들여 태화루를 복원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제 한때 함께한 원주민인 두루미의 서식처를 응당 보상해 주어야한다. 인간의 가난을 해결하기 위해 조상 대대로 살아온 알밤 같은 서식지를 기꺼이 미련 없이 내주고 떠나버려다. 이제 비학, 회학, 삼산벌, 입암들의 원주민인 학성의 두루미와 더불어 살자. 늦은 감이 없지 않으나 이제 가슴속에서 우러나오는 진실한 마음으로 환영하자. 그리고 이제 함께 살기위해 그들을 땅을 단 한 평이라도 마련해주자. 태홧강가면 더욱 좋겠지만 아니면 어느 강변도 좋고 어느 산자락도 좋다. 어떤 종이던 관심 밖이면 단종(斷種)시키기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다. 그러나 복원하자면 많은 시간과 경제적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

 두루미의 고장인 학성에 두루미의 서식지를 복원하자는 제언은 독창적인 정체성 살리기와 지역적 생태관광자원의 활성화로 지역경제에 보탬이 될 것이다. 울산터줏대감인 두루미의 서식지를 복원함으로써 울산의 자연생태계가 더 건강하게 되며 더불어 두루미와 공존함으로 정주민의 정서가 순화되어 사회문제가 감소하는 효과도 기대된다.

 창녕군은 우포늪에 따오기 서식지를 돌려주고 있으며 충남의 예산, 충북의 청주에서는 황새의 서식지를 돌려주고 있다. 앞서 생각하고 실천한 창녕과 충남, 충북의 사례를 타산지석 삼고 벤치마킹(bench marking)해 우공이 산을 옮기듯 한걸음 두 걸음 꾸준히 실천하여 두루미와 함께하는 학성을 만들자. 태화루를 복원한 울산시민이다. 이제 두루미의 서식지를 만들어 주는데 멈칫거릴 울산시민이 아니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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