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울산의 성장 엔진에 이상신호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대한민국의 경제를 이끌어 온 산업수도 울산의 3대 주력산업인 자동차, 조선, 정유·석유화학이 글로벌 수요감소로 성장이 정체되면서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두 가지 이상의 악재가 동시에 발생하는 금융·경제 위기 현상)의 위험에 직면해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이러한 위기의 근저에는 전반적인 글로벌 경기둔화세가 자리 잡고 있지만, 무엇보다 미국의 셰일가스 생산 확대로 인한 국제유가 하락이 직접적인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특히 석유화학업종은 중국 등의 생산량 증가로 인한 수요 감소에다 국제유가 하락으로 인한 정제마진 악화, 원화강세 등 악재가 겹치면서 수익성이 갈수록 약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사상 최대 수주고를 올리던 조선업종은 국제유가 하락의 여파로 유조선 등 선박과 원유채굴을 위한 해양플랜트의 건조 수주가 동반하여 떨어짐으로써, 현대중공업이 2분기 연속 1조원대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올해 3조원 이상의 적자가 예상될 정도로 지역 경제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 

 울산 경제의 또 다른 주축인 자동차 산업도 3분기를 지나면서 경고등이 켜지고 있다. 엔저 쇼크에 따른 수익성 악화로 2분기 연속 어닝 쇼크를 내고 있으며, 3분기 들어 현대차 울산 공장의 가동률도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현대차 울산공장의 지난 3분기 생산대수는 31만대, 공장 가동률은 85%로 전분기 40만대, 97%에 비해 확연하게 떨어지는 모습이다.

 지난 2011년 지자체 최초로 수출 1000억불을 달성하며 올린 환호성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산업수도 울산은 주력산업의 위기를 걱정해야 할 처지로 내몰리게 되었다. 하지만 가난한 어촌마을을 대한민국 산업의 메카로 성장시킨 지난 50년의 경험을 지닌 저력의 울산은 지금의 위기상황을 극복하고 오히려 재도약의 기회로 만들 수 있다고 믿고 싶다.

 우선, 울산의 3대 주력산업의 위기를 타개할 산업의 근본적 구조조정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울산의 산업구조는 제조업에 치중되면서 산업구조의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 울산의 GRDP(지역총생산) 대비 서비스산업의 비중은 2010년 현재 23.5%로, 전국 평균(58.7%)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며, 2001년 28.9%에서 2005년 27.7%, 2009년 26.8%로 10년째 추세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이와 같은 산업 불균형을 해소하면서도 울산의 신성장동력을 확충하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는 것이 동북아 오일허브의 성공적 조성이다. 울산의 입장에서 금융 인프라 확충은 제조업에 치중된 산업구조를 서비스 산업으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키는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 특별히 중요하다. 오일허브 조성과 함께 국제 석유거래소, 원유 및 석유 가격정보제공기관, 국제 석유 트레이딩 회사, 오일관련 금융회사 등이 울산에 유치되면 산업·물류·금융이 하나로 융합된 새로운 산업을 창출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자연스럽게 글로벌 비즈니스의 기반이 조성됨으로써 국제화의 중심도시로서 울산의 미래를 열어갈 수 있을 것이다. 더구나 북극항로가 뚫리면서 해양물류 허브의 꿈도 한층 더 가까워질 수 있다.

 한편, 최근 북구의 교통·물류 인프라의 획기적인 확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7년째 방치되고 있던 '오토밸리로'가 이제 내후년이면 연결될 예정이다. 그리고 그간 '지옥로'라 불리며 산업경쟁력을 떨어뜨리던 '7번 국도'의 확장사업이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착수된다. '농소~옥동간 도로' 북구 구간도 내년 완공 예정이다. 특히 울산 전체를 연결할 '외곽순환고속도로' 건설사업이 얼마 전 예비타당성조사 대상으로 선정되어 앞으로 타당성이 입증되면 동서 양축이 뚫리는 교통의 혁명이 일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그간 이념의 대결로 인해 도시 인프라가 낙후되었던 북구의 넓은 땅에는 아직도 개발되지 못한 지역이 널려있다. 교통·물류의 경쟁력 강화를 기반으로 여기에 환경친화적인 미래형 산업단지를 조성하는 것은 북구의 발전뿐만 아니라 울산 전체의 지역 균형발전 측면에서도 적극적으로 고려해볼 만한 대안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특히 북구는 포항에서 생산된 철강제품이 산업로를 따라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으로 연결되는 길목에 있다. 거기에 컨베이어 벨트처럼 수많은 부품협력업체가 입지하고 있는 산업지형적 관점에서 포항과 울산의 주력산업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구조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광역적 마인드로 포항과 울산을 하나의 경제권으로 바라보며, 이른바 '철의 클러스터'를 조성하는 것은 울산의 미래 발전상을 만들어가는 유력한 돌파구가 될 수 있다.

 아울러 2018년으로 예정되어 있는 동해남부선 복선전철화 사업은 박근혜 정부가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의 중심도시로 울산이 대륙으로 뻗어 나가는 출발점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유라시아 대륙은 세계 인구의 71%, 세계 GDP의 60%를 차지하는 아직 개척되지 않은 거대한 시장이다. 작년 발표된 나진~하산 철로 개설과 맞물려 다가올 통일 시대에 동해남부선이 기점이 되는 동해안 '한반도종단철도'가 이어지고 시베리아횡단철도(TSR)와 연결된다면, 유라시아 대륙으로 진출하게 되는 '유라시아 이니셔티브'가 실현되는 미래의 모습이 보인다.

 세계지도를 놓고 글로벌한 시각으로 보면, 울산은 분명 대륙세력과 해양세력이 만나는 중심부에 있음을 알 수 있다. 산업화의 기적을 일군 우리 울산의 시선은 한반도 동쪽 끝의 좁은 지역에 국한될 것이 아니라, 글로벌 시대를 지향하며 보다 넓은 대륙과 해양으로 옮겨 가야 할 것이다. 지금 닥친 위기에 마냥 움츠려 들 것이 아니라, 오히려 위기에서 기회를 찾을 수 있도록 중장기적 관점에서 울산의 발전 방향의 큰 그림을 그려나갈 시점이라 생각한다.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