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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통(不通). 통하지 안는다는 뜻이다. 가정에선 자식과 아내, 직장에서는 동료와의 불통으로 스스로를 힘들게 한다. 정치판의 불통은 국민을 불행하게 한다.

 지난 19년간 무분규를 기록해 온 현대중공업 노조의 파업은 불통이란 단어가 더욱 뼈저리게 느껴진다. 노조는 지난달 27일과 지난 4일 2주 연속 목요일 부분파업 4시간을 진행한데 이어 오는 17일 오전 9시부터 7시간 파업을 한다. 한 주를 건너뛰는 대신 파업수위를 배 가까이 높인 것이다.

 저유가와 글로벌 경기침체로 조선업 불황이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파업에 대응하는 회사측과 노조는 불통으로 일관하고 있다. 회사는 근로자들에게 정상 조업과 위기 극복을 호소하고 있지만, 노조는 회사의 어려움은 뒷 전이고 여전히 강경대응을 하고 있다.
 지역사회와도 통하지 않고 있다.  노사분규 장기화로 울산 지역 경제가 침체되고 있다. 협력업체들 또한 경영난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1일 울산시니어포럼과 동울산청년회의소 등 울산지역 시민단체는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현대중공업의 파업이 협력회사, 지역 소상공인, 영세상인과 그들의 가족까지 고통 받게 할 수 있다며 파업 자제를 호소했지만, 노조는 묵묵부답이다.

 현대미포조선 등 계열사의 임단협이 최종 타결된데 대해서도 "계열사를 따라갈 수 없다"는 불통을 고집하고 있다. 미포조선 임단협이 마무리되자 조합원 사이에서도 회사의 경영 위기상황을 고려해 미포와 같은 수준으로 타결하고 경영 정상화 이후 다시 투쟁에 나서자는 목소리도 적지않다. 그러나 노조는 파업투쟁의 명분과 동력을 얻기 위해 3차 파업을 한 주 늦췄을 뿐이다.

 현대중공업의 노동자 평균근속연수는 18년이고, 이들의 평균 연봉은 7,200만원이다. 직원 자녀들의 학자금 등 복지혜택을 제외하고서도 매월 600만원의 세전소득을 가져가고 있다. 정규직보다 열악한 상황의 비정규직은 말할 것도 없고, 우리나라 자영업자들이 일하고 집으로 가져가는 월소득은 약 242만원으로 현대중공업 노동자의 그것에 비해 턱없이 적다. 심지어는 일부에서는 노조가 자신들의 철밥통을 유지하기 위해 양질의 일자리를 독점하고 억대의 연봉을 받으며 떼쓰기 식 파업을 일삼아 기업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새로운 일자리 창출을 막아 대한민국의 동맥경화를 일으키고 있다는 비난도 제기된다.

 임금인상을 위한 파업 투쟁이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을 위해 바람직한지는 의문이 아닐 수 없다. 회사, 하청업체, 지역사회의 목소리와 통하지 않은 파업은 임금을 올리기는 고사하고 자기 밥그릇을 차버린 꼴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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