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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어른! 약속을 안 지킨다면 전 이 아파트 아래로 뛰어 내릴 겁니다! 약속해 주세요! 어서요!" 라고 외치는 이 사위의 대사가 연극 첫 장면에서부터 심상치 않다. 사위의 대사에 장인은 "사위! 미안해! 다 내 잘못이야! 어서 아파트 베란다 그 위에서는 제발 내려와! 사위가 원하는 것은 다 들어 줄게 어서!" 라고 외치는 대사는 절박하면서도 어딘지 모를 해프닝을 담고 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 자살을 협박했던 아파트의 층수는 2층이다. 울산에서 개최해 지난주 막을 내린 제1회 전국 공연장 상주 단체 페스티벌 울산 공연에 울산팀으로 참가한 극단 '무' 김행임 작, 전명수 연출의 흥미진진한 희극 '파파 엘비스'의 첫 장면을 옮겨 보았다.

 재력가인 서울 강남의 부유한 장인(전민수 분)과 우직한 사위(이성훈 분)는 극내내 재산 분배로 엎치락뒤치락한다. 이유인 즉, 무남독녀를 둔 장인은 착하고 우직스런 아들같은 사위를 얻으려한 노력 끝에 가난하게 자란 우직이라는 사위를 그의 어머니를 통해 재산의 일부를 물려준다는 조건으로 얻게 된다. 우직은 노모의 성화에 못 이겨 어쩔 수 없이 결혼을 하게 된다. 하지만 아들 없이 살아 온 장인의 사위에 대한 집착에 가까운 애착은 날이 갈수록 심해져 간다. 딸과 사위가 사는 아파트를 제집 찾듯 매일 찾아와 함께 하고 싶어 한다. 게다가 어릴적 로망이었던 엘비스 프레슬리의 노래에 심취해 밤낮없이 그의 노래를 흉내내듯 따라 부른다. 젊은 부부의 갈등은 깊어 가고 재산 분배의 약속은 지키지 않는 장인에 대한 불만은 쌓여만 가던 사위는 결국 자살을 시도하게 된다. 하지만 그마저도 장인의 제지로 실패를 거듭한다.

 결국 사위는 약속을 지키지 않는 장인과 처를 떠나려 결심하고 이혼 서류를 준비한다. 그와 동시에 장인은 사위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물려 주기로 한 재산의 등기 이전을 마치고 사위를 기다린다. 사위는 이혼 서류를, 장인은 약속을 지키기 위한 부동산 명의 이전 서류를 들고 대면한다. 이들의 대면은 코메디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곧 서로의 진심을 깨달아 가면서 진지해진다. 사위는 아버지를 일찍 여윈 유년기를 회상하며 물질만이 전부가 아닌 친아버지 같은 푸근한 장인을 원한다는 것을 고백한다. 반면에 장인은 물질에만 눈독을 들인 사위가 아닌 친 아들과 같은 사위를 원했다는 심경을 고백한다. 그 순간 비로소 이들은 그동안 해프닝과도 같았던 서로의 갈등들이 인간애라는 끈끈한 애정으로 동질성을 이루게 된다. 노년이 된 채 알 수 없는 스산한 마음을 과거의 향수를 달래듯 로망이었던 엘비스 프레슬리의 노래에 집착했던 장인과 가난하게 살았지만 착하게 살았던 사위와의 화해가 감동으로 이어졌던 연극 파파 엘비스였다. 물질에만 천착해 살아가는 듯한 우리의 욕심된 일상을 진정성 있는 인간애로 되돌아 보게 한 작품이었다. 또한 희극적인 요소를 충분히 발휘해 관객들에게 웃음과 더불어 감동을 안겨 준 연극 파파 엘비스었다.

 울산지역의 각 극단에는 역량 있는 창작가들과 연출자 그리고 이젠 40세가 넘은 중견 배우들이 많이 있다. 하지만 광역시 승격 20여년이 다 돼 가도록 타 광역시에는 있는 시립 극단의 창단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인근 소도시 경주에도 있는 시립극단이 울산광역시에만 없는 것이 현실이다. 상주공연 제도는 지역 극단들의 공연 활성화를 돕고 문화 예술의 인프라 구축을 위해 마련한 바람직한 제도이다. 하지만 지역 연극인들이 타지로 내몰린다거나 배회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지역 연극인들의 친정 역할을 하고 지역을 대표하는 안정된 시립 극단의 창단을 20여년 가까이 미뤄 오는 것은 이제 시대착오적인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인생 가장 위대한 예술, 예술 가장 아름다운 인생'이라는 슬로건으로 지난 주 막을 내린 제1회 전국 상주 공연장 페스티벌이 울산에서 열렸었다. 전국의 상주 공연장에서 활동하는 타도시의 극단들이 모두 모여 울산에서 그 기량을 한껏 뽐내고 시민들의 관심도 높았던 페스티벌이었다. 올해 처음으로 치러진 페스티벌여서 다소 미비한 흔적들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울산 지역의 많은 예술인들이 참여해 자원 봉사로 또 좋은 공연으로 멋진 앙상블을 이루며 무사히 막을 내렸다. 이 에너지가 내년에 울산에서 개막되는 대한민국 연극제로까지 이어지길 소망한다. 더 나아가 명실공히 울산 시립 극단의 창단으로까지 이어지도록 울산광역시 관계자들을 비롯해 지역 예술인들과 시민 모두의 관심과 적극적인 응원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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