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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김덕진 서양화가
2014년 12월 23일 (화) 18:28:06 울산신문 webmaster@ulsanpress.net
   
   
김덕진 作 '가족' Oil on canvas 130.3x193.9(2012).

안녕하세요? 저는 지금 태국에 머물고 있습니다.
 북구 예술창작소의 교환작가로, 현재는 랏차몽골라 대학에서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중입니다. 여기는 한국의 늦여름 날씨 정도라서 지내기가 좋습니다. 그런데 한국에서 전해오는 소식은 눈도 내리고 날씨도 차다고 들었습니다. 만약 한국에 있었다면 새하얀 눈꽃을 볼 수 있었을텐데 아쉬운 생각이 듭니다. 물론 겨울 작업실에서 추위와 꽁꽁 언 손을 녹여가며 그림을 그릴테지요.

 결혼 후 가족과 이렇게 장기간 떨어져 살아본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오로지 작업을 하기 위해서 낯선 곳으로 이동할 생각을 하니 머릿속이 온통 가족 걱정으로 마지막까지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평소 가족들에게 별로 잘 해주지도 못했는데 말이죠. 고입시험을 앞둔 큰 아들도 걱정말고 잘 다녀오라고 오히려 저를 격려했습니다. 연로하신 양가부모님도 건강하게 잘 계셔주길 간절히 바라면서 눈물이 가득 고인 채로 비행기에 올랐습니다.

 새로운 환경은 새로운 생각을 열어 줍니다. 한국에서의 매서운 바람대신 따뜻한 공기가 긴장을 풀어 줍니다. 매일 보는 낯선 풍경과 태국의 문화가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합니다. 새로운 공간에 적응하려니 평소 무심하게 누려왔던 일상의 편리함이 새삼 그립습니다. 그러나 오히려 작은 불편들은 해소해 가는 즐거움도 있습니다.

 특히 이곳의 좋은 점은 지역의 훌륭한 작가들을 만나고 생각을 나눌 수 있다는 점입니다. 저도 화요일이면 이곳 작가들과 함께 그동안의 작업을 발표합니다. 통역을 해야하므로 단순하고 쉽게 설명해야 한다는군요. 이런 과정을 통해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고 작가로서의 교감과 에너지가 생성되길 바랍니다. 이곳 교수님들 집은 학교에서 제공해 줍니다. 작업실이 딸린 자연속의 집이 학교에 안에 있어 정말 부럽다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학생들과의 관계도 아주 따뜻하며 수업평가는 철저해 보입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인체 해부학 수업에 사용되는 인체의 이미지가 실제 인간의 유골이라 합니다. 유골 박제는 어른 둘 아이 한명 그리고 말의 두골도 있습니다. 설명할 수 없는 묘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제가 쓰는 작업실 옆방이 인체 해부학교실입니다. 대학 재학시절 인체 해부학 수업에서 뼈와 근육을 외우고 그리던 생각이 납니다. 실제의 인체 유골앞에 서니 인간의 유한한 삶이 허망하게 느껴집니다.

 이곳에서의 삶은 제가 정말 간절하게 살아보고 싶었던 생활방식입니다. 작업에 몰입하고 아주 단순하게 생활하며 자신의 내면을 투영 해보는 시간을 연속적으로 가지는 생활을 해보고 싶었습니다. 작가들과 작품에 대한 대화와 토론으로 교감을 나누고 사고의 폭을 확장시키고 싶었습니다. 이곳에서 그렇게 생활하는 것에 점점 다가서고 있습니다. 이런 귀한 시간을 준비해 준 많은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그중에서도 저를 대신해 가정의 안과 밖을 다 챙겨야 하는 생활의 불편함을 온몸으로 느낄 가족들과 건강하게 만나길 바라는 마음으로 오늘은 '가족'이란 작품을 소개합니다. 그동안은 제 청년기 작품을 소개했습니다. 오늘은 최근 몇년간 작업해왔던 오아시스 시리즈 중 한 작품입니다.

 물위에 집을 짓고, 생활에 필요한 최소한의 것만 가진 채, 건기와 우기 때마다 이주와 정주를 반복하며 살아가는 캄보디아 똔네삽 호수의 삶을 그린 작품입니다. 실제 물빛은 메콩강의 지류로 황토빛이지만 그림은 제 마음을 담은 푸른 빛입니다. 비록 가난하고 잦은 내전으로 정국은 불안하지만 여러 봉사단체의 나눔이 있는 곳입니다. 악조건 속에서 고단한 삶을 묵묵히 일궈가면서도 웃음이 끊이지 않습니다. 호수의 물과 동화된 소박한 가족의 풍경은 제가 어릴적 할머니와 살았던 기억을 되살려 줍니다. 한편에 할머니가 계시고 또 한편에는 두 형제가 배위에 앉아있는 느낌이 그리운 가족을 떠올리게 합니다.

 아! 오늘은 특히 가족들이 그리운 날입니다. 여러분 부럽습니다. 오늘 귀가하시면 가족들의 눈동자를 찬찬히 바라볼 수 있으니까요. 그동안 제 소박한 그림을 봐주시고 글을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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