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말 몰랐습니다. 울산이 천년전 국제무역항이었고 선사문화의 1번지였다니 놀랐습니다"
 울산에서 처음 생활하게 된 이들이 울산을 단편적으로 공부하고 나서 하는 한결같은 이야기다. 새해 들어 울산으로 부임하는 기관단체장들이 줄을 잇고 있다. 더러는 울산을 두세번 지나친 사람들도 있고 30여년 공직 생활 중 처음으로 울산을 찾은 이들도 있다. 최근 울산에 부임한 모 기관장은 여전히 울산을 공해도시 산업도시라는 이미지로 기억하고 있었다.  그는 "울산에 와서 태화강과 십리대밭을 처음 보았고 반구대암각화와 달천 철장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며 "울산이 한반도 문화사에서 이만큼 풍부한 역사성을 지니고 있는 지를 몰랐다"고 고백했다. 그의 말처럼 울산사람이 아닌 외지인에게 여전히 울산은 '공해도시'의 이미지를 벗지 못하고 있다. 공업화, 부자도시에 열중한 나머지 문화영토를 넓히는 일을 외면한 결과다.
 

 한번 고착화된 도시 이미지를 바꾸는 것은 어렵다. 세계는 이미 도시간 경쟁력이 국가의 가치를 올리는 시대가 되고 있다. 뉴욕은 'I LOVE NY', 베를린은 'Be Berlin'으로 도시브랜드를 상징화해 세계인에게 손짓한다. 물론 그 바탕에는 그 도시의 역사를 깔고 있다. 사람과 자본의 공간적 이동이 자유로워지면서 외부기업과 자본, 사람을 유치하려는 도시간의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 도시정부는 기업가적 역할을 수행하게 되었으며, 매력적인 공간 조성을 통해 도시의 상품적 가치를 높이기 위한 도시브랜드를 개발하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
 

 울산은 지난 세월동안 '역동의 산업수도, 푸른 울산'을 기치로 도시홍보에 힘을 쏟았다. 공해의 이미지를 벗고 환경의 옷을 입히려는 이 슬로건은 대한민국의 심장, 수도 서울을 비롯해 많은 곳에서 울산을 홍보하고 있다. 문제는 역동의 산업수도로 각인된 울산을 오래된 미래가 공존하는 역사문화의 도시로 홍보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지금 울산은 산업도시에서 창조도시로 변화해 가는 과도기적 상황이다. 이 시점에서 과거를 되돌아보고 어떤 미래로 나아갈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은 중요한 문제다. 미래로 가는 방향에는 바탕이 필요하다. 바로 역사다. 울산이 과거 역사에서 어떤 도움을 받을 것인가, 문화적 유산을 거기에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는 그래서 중요하다.
 울산의 미래와 도시발전를 위해 중요한 것은 창조적인 인재들이 들어와야 한다는 점이다. 창조는 기계가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몫이다. 연구개발분야에서 꼴찌를 면치 못하는 울산의 현재 상황과 연결해서 본다면 울산의 역사를 새롭게 보는 시도는 주민들의 정체성, 자긍심을 높이는 기회가 될 것이다. 울산에 사는 사람들의 정체성이나 자긍심이 높아지면 새로운 인재는 자연스럽게 모여들기 마련이고 사람이 모이면 역동성과 창조성은 봄날 죽순처럼 올라오기 마련이다.
 

 여기서 생각해 볼 부분이 울산의 문화 영토다. 울산은 근대 50년의 역사로 세상에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신라 1,000년의 모항으로 국제교류의 통로가 됐던 곳이다. 울산의 모태라 할 수 있는 '울주'는 이미 이름이 부여된 지 1,000년을 눈앞에 두고 있고 울산 역시 우시산국으로 시작한 역사성이 2,000년을 거슬러 올라간다. 역사 이전의 시대는 한마디로 어마어마하다. 무엇보다 울산은 한반도 문화의 서막을 알리는 반구대암각화가 울산문화권의 기둥으로 버티고 있는 도시다. 이미 역사학계에서는 울산을 신라문화권과 다른 북방계와 남방계 문화의 절묘한 조화로 빚어낸 차별화된 문화권으로 분류하고 있다. 여기에 힘을 보태고 담론이 활성화 된다면 울산이야 말로 울산문화권의 오래된 역사는 물론, 가히 역사 문화의 도시로서 그 위상이 바뀔 수 있는 자산을 가진 도시다.
 

 울산은 풍수로 볼 때 전형적인 용의 기운을 가진 땅이다. 과거 울산은 함월산을 주산으로 무룡산과 문수산을 청룡과 백호로 거느린 명당이었지만 주산인 함월산이 개발의 삽질로 기운이 가라앉은 상태다. 다행히 좌청룡 격인 무룡산의 기운이 살아 있어 항만의 영화가 재현될 수 있는데다 백두대간의 끝자락인 운문산에서 정족산을 거쳐 문수산으로 이어진 우백호의 맥이 주산의 기운을 보완하며 실질적인 울산의 주산이 되고 있어 문화융성의 기운이 꿈틀거리는 형상이다. 풍수 전문가들은 울산시청의 신청사는 동북방향으로 함월산의 기맥과 문수산의 기맥이 정확하게 만나는 지점이라고 진단한다. 뜬금없는 풍수 이야기지만 시대의 흐름이 울산의 지세 변화와 일치한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지적이라고 본다. 
 

 1,000년전 국제무역항인 반구동 항만 유적지와 개운포 유적지가 신라의 수도 서라벌의 영광을 이끌었듯 이제 울산이 동북아 오일허브로 새로운 100년을 준비하고 있다. 문제는 과거를 어떻게 해석하고 이를 오늘의 우리 것으로 만들어 내느냐에 있다. 바로 문화다. 문화가 흐르고 문화적 소양이 갖춰진 사람들이 많은 도시는 생기가 넘친다. 울산은 비록 전국 소득 1위라는 성적표를 냈지만 부자도시 이외에는 자랑거리가 별반 없는 '풍요속의 빈곤'에 허덕이고 있다. 그 대안은 울산인들이 울산의 문화영토를 제대로 인식하고 온전한 지분을 찾아오는 일이다.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