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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룡산성과 칼날 능선.

운문사를 감싸고 있는 복호산과 지룡산은 영남알프스의 주봉인 가지산 북서쪽에 위치하고 있다. 가지산의 산줄기가 상운산을 거쳐 북서쪽으로 갈라지면서 배너미재를 따라 이어진다. 복호산을 오르는 재미는 전율과 스릴의 연속이라 할 정도로 쾌감과 흥분을 자아낸다. 10m가 넘는 직벽과 암릉을 타고 오르면 아슬아슬 하다 못해 감동으로 다가온다. 또한 삼계봉 아래에는 나선폭포를 품고 있으며, 배너미재로 내려서면 영남알프스의 북 알프스에 해당하는 학심이, 심심이골로도 산행을 이어갈 수 있다.


운문사 입구 염창마을서 산행 시작
오르는 곳곳마다 조망과 경관 일품
천길 낭떠러지 복호산의 위압감도


지룡산(地龍山) 산행은 언양에서 운문령을 넘어 삼계 마을을 지나 운문사 입구 염창마을(신원 버스정류장) 부근에서 시작된다. 들머리는 신원 삼거리에서 운문사 방향 왼쪽으로 밀성손씨(密城孫氏)문중 묏자리를 따라 오른다. 산길은 낙엽이 덮인 흙길로 지그재그 식이다. 출발부터 약간의 오르막길이나 걷기가 좋다. 들머리에서 15분 정도 오르면 첫 봉우리에 올라서고 이때부터 시야가 조금씩 트이기 시작한다. 왼쪽으로 약간 눈을 돌려보면 까치산과 방음앞산이 보이고, 호거대(등심바위), 방지초교(문명분교)도 발아래 가까이 보인다. 진행방향 같은 방향으로 길을 따라 오

▲ 복호산 주상절리.
르면 두 번째 밀성손씨(密城孫氏)묘를 지난다. 묘지를 지나 10분정도 오르면 첫 번째 암릉이 시작된다. 직벽에 가까운 바위벽에 첫 번째 로프가 매달려있고 암벽이 앞길을 가로막는다. 조심스럽게 로프를 타고 바위벽을 이용해 능선에 올라선다. 물론 첫 번째 로프구간에서 오른쪽으로 우회하는 등로도 있다.
 첫 번째 암릉을 올라선 뒤 조금 뒤 또 다시 이어지는 두 번째 암릉구간(밧줄구간)이 기다리고 있다. 10여m이상의 밧줄구간으로 바위타기를 즐기는 산객들에게는 위험하기도 하지만 짜릿한 맛을 느끼기엔 충분한 곳이다. 이 구간을 조심스럽게 올라서면 주위의 조망은 더욱 더 뛰어나다. 좌측으로는 옹강산에서 이어지는 말등바위와 옹강릿지, 범숲 능선이 끝없이 펼쳐지고 오른쪽으로는 복호산 천 길 낭떠러지가 위압감으로 다가온다. 세 번의 짧고 긴 로프 구간과 칼날 능선을 통과하면 너덜지대를 만난다. 너덜지대를 지나면 군데군데 아름다운 소나무와 전망대, 주상절리 등 아름다운 경관이 펼쳐지면서 복호산(681m)정상에 오른다. 복호산(伏虎山)정상이다. 정상은 소나무와 잡목이 주변을 가려 조망은 좋지 못하다. 또한 복호산 정상석이 서 있는 곳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지룡산 정상표지석이 있던 곳이다. 어떤 이유인지는 몰라도 지금은 복호산 이라는 정상표지석으로 바뀌어져 있다. 현재 지룡산은 안부를 지나 15분쯤 뒤에 만나는 첫 봉우리에 지룡산 정상표지석이 세워져 있다.
 
▲ 복호산 신선바위 암벽.
# 호랑이가 엎드린 형상의 '복호산'
복호산 이름을 풀어보면 엎드릴 복(伏)에 범 호(虎)자를 써 호랑이가 엎드려 있는 산이다. 대동여지도를 보면 호거산(虎踞山)이 두 곳에 표기돼 있다. 운문산에서 북쪽으로 좌우에 하나씩 표기가 있는데 대동여지도의 축척으로 현재의 위치를 확인하기에는 무리가 있으나 한자의 뜻풀이에 걸맞은 형상으로 오래전부터 마을에서 구전되어 오는 이름이다.
 이곳에서 오른쪽으로는 북대암으로 내려가는 등로이고, 왼쪽은 지룡산을 지나 내원봉, 삼계봉, 배너미재로 이어지는 등로이다. 이정표 뒤쪽으로 돌아 내려가면 급경사 내리막길이 시작된다. 약 5~6분간 비탈길을 따라 내려가면 길은 점차 완만해지면서 또 다른 시야가 막힘없이 펼쳐진다. 얼마 후 지룡산(658.8m)정상에 오른다.(복호산에서 약15분 거리) 지룡산은 후백제 견훤이 지렁이의 아들이라는 야설에 의해 이 산이 지룡산이 됐다고 한다.
 
# 후백제 견훤 탄생 전설 깃든' 지룡산'
오랜 옛날 이곳 염창(신원)이란 부락에 한양에서 낙향한 노부부가 과년한 외동딸과 함께 살았는데 노부부의 유일한 꿈은 과년한 딸의 좋은 혼처 감을 구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갑자기 딸이 시들시들 병을 앓기 시작했다. 그러다 한 달 두 달 세월이 흐르고 마침내 딸이 사경에 이르게 됐는데 그때야 노부부는 밤이면 밤마다 흔적 없이 나타나는 한 사내에 의해 딸이 시달린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 사연을 알게 된 노부부는 명주실 한 꾸러미를 딸에게 주며 오늘 밤 그 남자가 나타나면 남자의 허리에 이 실을 꼭 묶어 두라고 신신당부한다. 이윽고 날이 밝자 노부부는 딸의 방에서 나온 명주실을 따라가 보니 복호산 중턱 바위굴까지 연결돼 있었다. 굴속에는 큰 지렁이 한 마리가 실 끝에 묶여 발버둥 치면서 독을 품어내고 있었는데 더 이상 접근을 못하게 된 노부부는 황급히 집으로 돌아와 마을 사람들과 지렁이 퇴치 방법을 모색했다고 한다. 그 결과 지렁이는 소금을 제일 싫어해 소금을 모아 지렁이 굴 근처에 뿌리기로 했으나 소금이 비싸고 양이 워낙 많이 필요해 이를 보충하기가 태부족이었다. 생각 끝에 주민들은 울산 쪽의 바닷물을 길어다가 이곳에서 소금을 굽기 시작했다. 곳곳에 제염소를 차리고 많은 나무장작을 구해 소금을 구워 모아 소금창고(염창)에 쌓아두고 계속 지렁이 굴 둘레에 소금을 흩어왔다. 그로 인해 지렁이는 마침내 죽었고 노부부의 외동딸은 회생했다고 한다. 그때 태어난 아기가 견훤이라는 설이 아직까지 전해지며 지금도 그때의 소금창고인 염창(鹽倉)이 있었다 하여 동네 이름이 염창이다. 지룡산의 유래는 운문사입구에 위치해 있는 염창(신원)이란 부락 이름에 근거한다고 볼 수 있다.
 
☞ 산행코스
운문사 입구 염창마을(신원 버스정류장) - 밀성손씨 무덤→복호산→지룡산→지룡산성→칼날능선→내원봉(삼계1봉)까지 4시간30분 정도 걸린다.
 산악인·중앙농협 달삼지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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