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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산업계에 인원 감축 파고가 크게 일고 있다. 최근 단행된 현대중공업의 인사 칼바람이 울산지역 산업계 전반에 걸쳐 강도 높은 인력 구조조정으로 옮겨가고 있는 모양새다. 실적 악화와 극심한 수주 가뭄 탓도 있지만 무엇보다 내일을 장담할 수 없다는 절박감이 더해지면서 인원 감축에 나서거나 계획하고 있는 것.

 가장 선두에서 칼바람이 부는 기업은 현대중공업이다. 현대중공업은 지난달 중순 과장급 이상 사무직 1,500명을 상대로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이 가운데 90% 이상이 퇴사했고 나머지 대상자들은 일반직 노조에 가입한 상태다.

 계열사인 현대미포조선은 이미 희망퇴직을 완료하고 퇴직 처리까지 마쳤다. 이 과정에서 회사 측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대상자에게 희망퇴직을 종용하고 이에 따르지 않을 경우 일거리 뺏기, 야간 근로 금지 등의 강제력을 동원한다는 제보가 잇따라 제기되면서 현대중공업은 '찍퇴'(희망퇴직 대상을 선정해 강요하는 것) 논란에 휩싸인 상태다.

 또 회사 내 전업지원부서가 신설되면서 앞으로 2·3차 구조조정 혹은 상시 인원감축 계획이 수립된 게 아니냐는 소문도 나돌고 있는 실정. 이처럼 '현대중공업 발 인원 감축'이 본격화되자, 실적 부진에 시달리는 울산 지역 내 연관 중소업체의 인력 감축이 단행되고 있다.

 실제 플랜트업체 포스코플랜텍은 울산사업장과 포항 본사 등 전 직원 1,000여 명을 대상으로 이달 27일까지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 방식으로 300여 명을 감축할 계획이다.  희망퇴직자에게는 퇴직금과 위로금으로 18개월치 임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포스코플랜텍은 1982년 철강생산 공장의 설비를 정비하는 제철정비로 출범했으며, 2013년 7월 조선·해양 플랜트 부품을 제조하는 울산향토기업 성진지오텍과 합병했다.

 하지만 조선·해양업계의 불황으로 플랜트 발주가 줄면서 경영난이 악화돼 지난해 1,891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2년 연속 적자를 지속했다.

 지난해 말 철저한 자구노력과 구조조정을 전제로 포스코로부터 2,900억 원의 자금을 증자 방식으로 지원받아 자금난은 모면했지만 누적된 적자로 경영난을 겪고 있다. 포스코플랜텍은 앞서 지난해에는 1200여 명에 달하는 직원을 대상으로 1개월 무급휴직을 실시하기도 했다.

 또다른 플랜트 기업의 경우, 그동안 발전과 화공플랜트 등으로 나누어져 있던 조직을 통합해 운영하는 동시에 분야별로 나누어져 있던 기획 업무 역시 일괄 통합해 운영 중에 있다. 사업구조 개편은 결국 인력구조 개편으로까지 이어질 수 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강영훈 울산발전연구원 박사는 "산업구조가 중공업 위주의 장치산업에서 소프트웨어 중심의 첨단산업으로 재편되는 과정에 세계 경제 불황까지 겹쳐 그 어느 때보다 혹독한 시기를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며 "문제는 이런 기업 인력 구조조정이 지역 사회에 엄청난 후폭풍을 가져올 수 밖에 없어, 이에 대한 지자체 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김미영기자 myidaho@ulsanpres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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