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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절은 있었지만 울산대공원 동문에 '평화의 소녀상'이 자리하게 됐다. 부정적 입장을 보이던 울산시가 결국 시민단체의 뜻을 수용하는 방향으로 입장을 정리했다. 돌고 돌아 울산대공원으로 장소를 정한 소녀상이지만 이번 사태의 과정에서 보여준 행정의 난맥상은 두고두고 입방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울산에서 위안부 할머니 문제가 부각된 것은 지난 2011년 김선이 할머니와 송남이 할머니 두 분이 작고하면서부터였다. 지금은 김옥귀 할머니 한분이 생존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전국의 지자체에서 평화의 소녀상이 건립되기 시작한 것은, 부끄러운 일이지만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평화의 소녀상 건립이 이슈화 되면서부터였다. 경기도 고양시(2013년 5월 건립)를 시작으로 경남 거제와 경기 성남시 등으로 이어졌고 대전과 광주도 건립을 추진 중이다.
 

 울산지역 20여개 시민·사회단체들로 구성된 평화의 소녀상 건립 울산시민운동본부는 지난해 11월부터 일제강점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인권과 명예회복을 위해 울산지역에 소녀상 설치를 추진해왔다.
 문제는 장소였다. 시민들의 설문조사를 통해 울산대공원 동문에 소녀상 설치를 추진한 운동본부는 울산시에 의사를 타진했지만 '불가' 통보를 받았다. 울산시 담당 부서의 답신 공문에는 '일본과의 외교적 문제가 우려되며 정부 정책에 혼선을 줄 수 있다'는 내용이 반대 사유로 적혀 있었다. 처음부터 울산시는 소녀상 설치에 협조하고 싶지 않다는 뜻을 보인 셈이다.
 이후 울산시의 태도는 몇 차례 바뀐다. 시민사회단체의 요구와 여론 악화에 화들짝 놀란 울산시는 역사성을 내세워 중구 학성공원과 달동문화공원 등 2곳에는 시설 설치가 가능하다고 통보해 왔다. 조일전쟁 때 왜놈이 성을 쌓고 침략의 교두보로 삼았던 학성공원이 역사성의 근거가 된다는 발상이 놀라웠다. 특히 일반시민들이 거의 찾지 않는 동네 공원 수준의 달동문화공원이 소녀상의 후보지라는 발상은 누구의 머리에서 나왔는지 탄복할 지경이다.
 

 대안 제시 이후 더욱 여론이 악화되자 결국 울산시는 시민사회단체의 요구를 전격 수용하는 선에서 문제를 일단락 했다. 울산시는 악화된 여론을 만회하기 위해 변명을 빼놓지 않았다. 소녀상 수용을 발표하는 보도자료를 통해 "최근 김기현 시장이 울산 경제 활성화를 위해 출장 등 바쁜 일정을 보냈다"며 "이 때문에 일일이 챙기지 못하는 현안 사항에 대하여 실무 부서장 책임 하에 관련 기관·단체와의 소통에 최선을 다하라"고 강조했다. 시장이 그동안 일일이 챙기지 못해 이같은 불협화음이 생긴 것이라는 이야기다. 처음부터 김 시장이 나섰다면  잘 풀렸을 텐데 너무 바빠서 잡음이 생겼다고 부연 설명을 하고 싶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울산시의 입장에서는 일단락된 일이니 그간의 과정은 덮자고 이야기 할 수 있지만 그건 아니다. 비슷한 일은 다시 발생할 수 있다. 근본적인 의식이 잘못돼 논란이 빚어진 일이라면 그 근본 문제를 짚어보고 잘못을 바로 잡아야 한다.
 

 울산시가 당초 소녀상 설치 협조에 반대했던 이유는 '외교적 문제가 우려된다'는 점이었다. 생뚱맞은 이 이유에 대해 울산시는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소녀상 설치와 울산시의 외교적 문제는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지 아무리 곱씹어 봐도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다. 이해할 방법이 없으니 문제가 있다는 당사자가 입장을 밝혀주는 게 앞으로의 위안부 추모 행사나 독도관련 행사에 참고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실수이거나 잘못된 판단이라면 공식적인 사과와 문책이 뒤따라야 마땅하다. 어물쩍 넘기거나 말장난으로 덮으려 한다면 두고두고 회자될 일이라는 점을 새겨주길 바란다.
 

 전국의 지자체에서 시작된 소녀상 건립이 광역단체로 확대되는 일은 일본의 몰염치와 역사왜곡이 시발점이다. 광기에 가까운 일본의 역사왜곡은 시민사회의 분노를 촉발했고 지방정부도 힘을 보탰다. 대전에서는 평화의 소녀상이 범시민적 후원으로 설치됐다. 소녀상 제작을 위해 정성을 모은 시민추진위 시민위원과 참여단체의 이름이 6,000자나 되고 이 이름을 새긴 6m40cm의 펜스가 소녀상 주변에 들어섰다. 대전에서는 지난해 8월 광복절을 기념해 시민추진위원회가 발족했고 시민 성금 등 건립 추진 비용이 4,400만원을 모았다. 대전시도 예산 5,000만원을 보탰다. 광주에서도 추진본부를 만들어 설치를 추진 중이다.
 유독 위안부 문제에 대해 철저한 은폐로 일관하는 일본 정부는 가능한 들키지 않게, 어쩌다 들키면 결코 인정하지 않는 전략으로 위안부 문제를 외면하는 상황이다. 제국주의 정부가 공식적으로 위안부를 모집하지 않았고 강제연행하지 않았다는 두 가지 거짓을 옹골차게 쥐고 틈만 나면 펼쳐 보이는 일본이다. 바로 그 일본은 대한민국 땅에 몇 남지 않은 위안부의 산 증인들이 임종의 순간을 맞을 때까지 버티면 된다는 계산을 깔고 있다. 치졸하기 짝이 없는 일본 정부와 과연 어떤 외교적 문제가 있어 울산시는 대공원에 소녀상 설치를 막았는지 필자는 정말 궁금해서 잠이 오지 않을 지경이다. 대답해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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