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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6일이 경칩이었다. 경칩엔 만물이 겨울잠에서 깨어나고, 우수 경칩 지나면 대동강 물도 풀려 완연한 봄을 느끼게 된다고 한다. 이날 조선시대 왕실에서는 갓 나온 벌레와 막 돋아난 풀을 상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불을 놓지 말라는 금령(禁令)을 내리기도 했다. '성종실록'에는 우수에 삼밭을 갈고 경칩에 농기구를 정비하며, 춘분에는 올 벼를 심는다고 했다. 우수와 경칩은 새싹 돋는 것을 기념하고 본격적인 농사 준비를 하는 절기다. 봄의 전령은 곳곳에서 찾아온다. 중부 지방에서 복수초가 꽃망울을 터뜨렸다는 소식이다. 해운대 동백섬의 동백, 통도사 홍매화도 꽃망울을 열었다고 한다. 봄이 잡힐 듯 말 듯 하다.


 봄은 얼었던 것들을 약동하게 하는 마력이 있다. 풀은 싹을 틔우고, 나무 가지엔 움이 돋고, 동물은 동면의 잠자리를 털고 일어난다. 인간도 마찬가지. 긴 겨울 동안 게을러진 마음을 추스르고 소를 몰아 "이랴"하고 나서는 촌부의 목소리는 오래전에 들었던 반가운 소리다. 파릇파릇한 봄나물은 입맛을 돋운다. 꽃 봉우리에 나비 날아들고, 실바람에 휘날리는 여인의 연분홍치마, 따스한 햇살과 산새들 지저귀는 소리는 우리의 마음을 충동질 한다. 봄은 외부 활동이 왕성해 지는 시기다. 또 환절기로 우리의 인체 리듬도 변화를 겪는 때이다. 계절 따라 안전사고도 증가한다.
 필자가 소방서에서 다년간 현장 경험으로 볼때 봄철에 일어나는 사고의 유형은 다양했다. 그 중 몇 가지만 들어 보겠다. 농민들이 겨우내 보관해 둔 농기계를 꺼내서 논밭을 갈거나 농사일을 시작 하면서 일어나는 농기계 사고가 잦다. 해빙기로 얼음이 녹거나 언 땅이 풀리면서 생기는 균열, 붕괴, 도로 침하와 절벽, 절개지, 경사지의 낙석이 있다.
 부실하게 쌓은 축대나 옹벽이 무너지는 경우도 있다. 등산 때는 낙석과 살얼음으로 미끄러질 위험도 있다. 봄철은 건조하여 산불이 나기 쉽다. 또 바람이 많이 불어 산불이 발생하면 불을 잡기도 쉽지 않다. 교통사고도 늘어난다. 졸음 운전은 교통안전의 최대 적이다. 봄은 춘곤증이 일어나고 집중력은 떨어진다. 순간 졸음이 대형 교통사고를 부르는 경우가 많다.


 공사장과 신종 업종의 사고도 있다. 예컨대 지난달 26일 남구 달동 신라스테이호텔 신축 공사장의 화재와 같은 사고가 일어나기도 한다. 봄철은 공사장에도 일거리가 많기 때문이다. 그 화재는 완공 단계에 있는 건축물에서 용접 부주의로 인해 큰 재산 피해를 남겼다. 자녀들과 함께 즐기는 오토캠핑장과 펜션에서도 조심해야 한다. 가스를 쓰거나 불을 사용 하고자 할 때는 주변의 안전을 꼭 확인해야 한다. 불꽃이 커지거나 바람이 불면 불이 옮겨 붙을 물건이 있는지, 불의 피해를 받지 않을 충분한 공간은 확보되었는지 살펴야 한다.
 산에서 불을 지피는 행위는 금지해야 하며, 부득이 불을 사용 한다면 주변의 안전을 살펴 건물로의 확대와 산불로 연결 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지난해 전남 담양의 펜션 숯불 바베큐장에서 불이나 대학생 4명이 죽고 6명이 부상을 입었다. 그 화재는 고기를 굽고 남은 재처리를 하는 과정에서 샌드위치 패널과 나무로 지어진 건물에 불이 옮겨 붙은 사고였다. 그날 일행들이 불을 피우면서 건물과 충분한 안전거리를 유지했다면 불이 건물로 옮겨 붙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일어나는 사고를 분석해 보면 기본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는데서 기인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즉 알면서도 실천하지 않거나, 대수롭지 않게 여긴 결과였다. 안전을 확보하는 것은 위험은 멀리하고 또 그 위험을 회피하면 된다. 안전 지식과 상식을 자신이 먼저 실천하면 된다. 적당히, 이번만은 하는 생각은 위험의 시작이다. 119는 여러분이 위험할 때 도움을 요청하는 생명의 전화번호다. 그렇다고 119를 자주 누르고 소방구조대원을 쉽게 부르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119구조대원들의 활약이 빛나는 사회는 안전사회, 선진사회가 아니다. 이제 신문과 방송에 119대원들이 크게 활약 했다고 보도 되는 건수가 줄어들기를 바라는 바이다.


 곧 벚꽃의 개화 소식이 남쪽에서 부터 전해질 것이다. 상춘객도 늘어날 것이다. 산으로 바다로 자녀들 손잡고 캠핑장도 찾을 것이다. 나의 현장 경험 중에 가장 안타까운 것은 어린이들이 다치거나 목숨을 잃는 현장이다. 어린이가 사고를 당하거나 위험 상황에 빠지는 것은 전적으로 어른의 책임이다. 휴일을 맞아 등산, 캠핑을 떠나려고 장비를 챙기면서 설레고 신나는 마음은 좋다. 곁들어 안전장비와 안전을 지키려는 마음도 준비 되었는지 묻고 싶다.
 농번기가 다가오고 있다. 농가에서도 농기구를 사용하면서 사고가 없도록 시골 부모 형제에게 주지시키는 것도 잊지 말자. 논두렁 밭두렁에 불을 놓는 것은 금해야 한다. 불을 놓을 때는 소방관서에 신고하기 바란다. 산에 갈 때는 라이터, 성냥 등의 화기는 휴대하지 말고, 산에서 불을 다루지 말자. 2013년 3월9일 일어난 '언양산불'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지 않는가. 언양 마을을 지나다 보면 지금도 그때의 상흔이 그대로 남아있다. 푸른 소나무는 검은 솟대 군락이 되었고, 야생화도 풀뿌리도 타서 잿더미만 바람에 날리는 황량함뿐이다. 이곳에 다시 나무가 자라나서 산토끼와 다람쥐가 살고 산새가 울기 까지는 적게는 50년이 필요하다고 한다.
 소방관서에서는'봄철화재예방대책'을 수립하여 봄철의 화재와 산불에 대비하고 있다. 사고는 순간이고 그 피해와 후유증은 오래 간다. 소방기관은 진압 보다는 예방을 우선한다. 우리 사회는 재난 예방에 투자를 아까워하지 말아야 한다. 소 잃기 전에 외양간을 미리 고치자. 이 봄의 아름다움을 한껏 누리기 위해서 말이다. 우리 집, 우리직장, 나의 일터는 위험이 없는지 꼼꼼하게 살펴보자. 봄이 오는 소리는 우리에게 희망이요, 꿈이다. 나무엔 가지마다 초록의 눈이 뜨고, 그 신비를 바라보는 청조한 눈으로 위험도 보게 하소서. 나는 간절히 바란다. 금년 봄은 작년 보다 119를 찾는 전화가 줄어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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