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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아가는 풍선은 희망이다. 어디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그 어딘가 끝닿은 곳에 이르길 바라는 아련한 희망을 대표하는 아이콘이 풍선이다. 유년시절 소풍길에 친구랑 함께 탐스럽고 이쁜 풍선을 줄 잡고 가다가 그만 놓쳐버린 적이 있었다. 그 줄 끊어진 풍선이 눈부신 햇살 뭉게구름 하늘위로 높이 높이 올라가던 모습을 바라보며 애석함과 함께 뚜렷이는 알 수 없는 희망을 품은 적이 있었다. 결코 터뜨려지지 않은채 닿고자하는 그곳까지 꼭 이르길 바라는 희망 말이다.
 

 지난 7일 막을 올린 올해 제18회 울산 연극제 극단 푸른가시의 첫 공연 제목이 '풍선'(작·연출 전우수)이다.
 연극 '풍선'은 대리기사와 탈북자로 한 가정의 가장이자 아버지인 현 시대의 비주류들의 삶을 그리며 아픔과 희망을 이야기 하고 있다. 우리나라 대리기사 직업인 수가 대략 20만명이고 하루 평균 대리기사 이용자가 약 50만명에 이른다. 그리고 탈북자 수는 2만 6,000여명에 이른다.
 극중 주병진(황성호 분)은 대기업에서 명퇴 당하고 대리기사일을 선택했지만 이 일도 녹록지가 않다. 명퇴 후 아내의 가출 등으로 불행한 가정사를 겪지만 희망을 잃지 않은채 새벽녘까지 열심히 일을 한다. 30여년을 넘게 충성한 회사에서 명퇴를 당하고 퇴직금 몇 푼으로 작은 가게를 열었지만 실패해 문닫고 대리기사 일을 하고 있는 주인공이 우리 소시민들의 일상과 닮아 있다.
 탈북자인 김해도는(극중 이현철) 딸과 함께 8년전 탈북 후 한국에서 막노동을 전전하다가 목욕탕 때밀이로 정착후 두고 온 아내를 기다린다. 하지만 탈북때 낙오된 아내의 행방은 오리무중이지만 희망을 잃지 않고 중국의 브로커에게 버는 족족 돈을 부친다. 하지만 번번히 사기를 당하기 일쑤다.
 

 탈북자의 한국 생활은 이미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닌 같은 민족으로서의 공동 관심사가 된지 오래다. 하지만 여전히 새터민이라 불리며 그들은 비주류의 한국민으로 생활하고 있는 현실이다.
 극중 김해도는 탈북 과정에서 있었던 불행한 가족사의 애환을 딛고 한국내에서 밝고 희망차게 살아 가고자는 의지가 감동스럽다. 한 번 물꼬가 터뜨려지면 그 물꼬는 샛강을 만들어 흐르고 흘러 결국 큰 강줄기가 돼 큰 바다로까지 향하게 된다. 그렇듯 지금의 탈북민들이 늘어나는 한국 현실은 미래 통일의 희망이다. 우리 모두가 선입견을 버리고 같은 민족으로서 따뜻하게 맞이하고 동행해야 할 동족인 것이다.
 연극 '풍선'은 소외계층인 소시민의 삶과 탈북민의 삶을 대비시켜 오늘날 한국의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조국의 분단은 통일이 되지 않는 한 계속해 비극으로 이어진다. 탈북 과정에서 아들을 잃고 아내의 행방은 묘연해진 주인공의 가족사가 분단으로 인한 비극의 연장선상에 있기에 더욱 그러하다. 그러나 이 비극성은 여전히 부익부 빈익빈이라는 천민 자본주의 근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오늘날 한국의 정치적 행태로 비롯된 자화상이자 그 결과물이기도 하다. 그리고 가지지 못한 자들에 대해 멸시하는 일반화의 오류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자국민의 선입감과 근성에서 비롯된 부산물이기도 하다.
 

 예술가가 가질 수 있는 장점은 자신의 작품을 통해 현시대상을 반증, 반영해 볼 수 있는 시도에 있다. 연극 '풍선'의 작가이자 연출가인 전우수씨는 이러한 현실에 희망과 화합이라는 메시지를 연극에 동기 부여함으로써 우리 자신의 현재 모습을 다시금 되돌아 보게 했다.
 희망은 불확실한 현실일 때 더욱 빛을 발한다. 우리는 이미 확정된 미래에 대해 희망을 품지 않는다는 것이다. 남한의 현실을 소식들로 담아 풍선으로 북녘땅으로 날려 보내는 일은 누가 받게 될지 알 수 없기에 불확실한 미래다. 하지만 그래서 우리의 희망은 더욱 뜨거운 것이다.
 올해 제18회 울산연극제는 세 개 극단의 세 작품이 오르고 모두 울산 출신의 작가이자 연출가들의 창작극이다. 한국 연극계에 창작극의 부재가 심각한 현실에 더할 나위없이 기쁜 소식이다.
 더구나 올해 전국 연극제가 6월 1일부터 울산에서 치러진다. 울산 시민들의 많은 관심과 격려와 열정적인 참여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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