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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의 모 골프장 개장 10주년 기념행사에 '울산학춤'이 초청되었다. 지역의 독창적 학춤문화를 골프와 접목시킨 초청자의 탁월하고 앞선 생각이 아닐 수 없다.
 골프가 요즘처럼 일반화되기 전 한 때 선택된 자들의 전용으로 다양한 비화를 남기기도 했다. 1900년경 당시 원산세관에 있던 영국 고문들이 6홀의 골프코스를 만들고 공놀이를 했다는 기록이 우리 땅에서 골프를 최초로 친 것이라 해도 100년이 지났다. 그 후 발전하여 1965년 한국골프협회가 창립되면서 비로소 한국 골프의 역사가 시작되었다.
 학은 예로부터 건강과 장수의 상징 새로 십장생중 하나이다. 울산은 학과 깊은 관계가 있는데 이는 울산의 지명인 학성(鶴城)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학성은 울산이 학의 고향이라는 의미인 '학자지성(鶴者之城)'의 줄임말이다.
 골프(Golf)와 학(鶴)은 언뜻보면 생소하며 전혀 관계가 없는 듯 보이지만 관심을 갖고 접근하면 몇 가지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샤프트와 학의 목, 비거리와 비상, 배려와 진경 등 크게 세 가지이다.
 

 첫째, 골프채의 샤프트와 학의 목은 길다.
 골프채는 손을 잡는 그립부터 샤프트(shaft) 그리고 실질적으로 공이 닿는 헤드 등 크게 3부분으로 구별된다. 그러나 중심은 샤프트, 헤드, 그립 순이다. 샤프트가 길수록 공을 멀리 보낼 수 있다. 골프채 1번을 드라이버(Driver)라 부르며 클럽 길이가 가장 길다. 첫타를 티(tee)에 올려놓고 드라이버로 치는 이유는 티타임(Tee-time)이 보통 6-8분인 필드에서 타수와 시간절약을 위해 될 수 있는 한 공을 멀리 보내야하기 때문이다.
 양궁의 구조에 길게 튀어나온 안정기(Stabilizer)를 볼 수 있다. 스태빌라이저라 부르는 안정기는 화살이 시위를 떠났을 때 진동을 흡수하여 흔들리지 않고 바르게 멀리 갈 수 있는 도움장치이다. 그 길이가 긴 안정기와 골프채의 샤프트, 두루미의 긴 목은 모두 같은 기응역활을 한다. 화살 또한 길면 길수록 멀리 날아가는 원리이다. 학은 영어로 '크레인(Crane)'이다. 크레인은 기중기라는 의미가 있다. 학의 목이 긴 것과 기중기의 모양이 비슷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둘째, 골프의 비거리는 멀어야 좋고 학은 멀리 날아간다.
 골프채의 사프트가 길면 비거리가 크다. 첫타에 샤프트가 긴 드라이브를 선택하는 이유이다. 학의 긴 목은 장거리 이동때 안정성과 방향성에 효과적으로 나타난다. 또한 학은 울음소리가 멀리까지 들린다. 이러한 이유는 학의 울음기관이 마치 트럼펫같이 형성돼 목을 길게 뻗어 하늘을 향해 '뚜루루 뚜루루'하고 울면 그 울음소리가 멀리까지 전달된다. 이러한 학의 생리적 현상을 인문학에서 활용하여 '학명(鶴鳴)' 혹은 '깊은 골짜기에서 학이 울어도 그 소리는 하늘까지 들리며(鶴鳴于九? 聲聞于天)'라고 풀어쓰기도 한다. 이러한 표현은 학의 울음 기관을 적절하게 활용한 사례이다.
 

 셋째, 배려와 진경은 CC 그 자체이다.
 배려는 영어로 '컨시드(concede)'라 한다. 컨시드는 '배려(配慮)' 혹은 '인정(認定)'이라는 말이다. 컨시드는 필드에서 말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함께 기분이 좋은 말이다. 푸른잔디를 걷는다는 것은 소통, 친목 혹은 힐링 등의 목적으로 필드에 나간다. 홀 가까이 공이 어프로치 되었을 경우 일행은 컨시드라고 말한다. 홀 인했다고 인정한다는 배려인 셈이다.
 학을 진경조(進慶鳥)라 부르며 학춤을 진경 춤이라 말한다. 진경은 경사스러움으로 나아간다는 의미이다. 백학이 병풍에 장식되며 학춤이 추어지는 것은 무병장수의 염원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생태계에서도 어미 학이 새끼 학에게 성장하여 독립할 때까지 먹이로서 배려하고 있음이 관찰된다.
 배려의 다른 의미는 도와주는 것이다. 배려는 비단 필드에서만 허용되며 일상에서 도외시되는 것이 아니다. 국방부가 지난 2005년부터 사용한 '보호관심 병사'라는 명칭을 사용하지 않고 대신 의미 있는 '도움 병사' 혹은 '배려병사' 등의 용어를 사용하기로 했다고 한다. 여기서 말하는 배려(配慮)는 '도와주거나 보살펴주려는 마음'이 담겨져 있다. 필드에서 '컨시드'라는 말을 자주하게 되는 것도 라운딩시간 절약과 타수를 줄여주기 위한 것도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여유있는 여가를 즐기기 위한 것이다. 이는 소통이며, 소통은 작은 배려와 인정에서부터 시작된다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자연과 인간의 공존 가치가 실현되는 공간이 컨트리클럽이며 그 속에는 골프와 학이 동참하고 있다.
 골프와 학의 공감성도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가까운 곳에 있으며, 가까운곳에 어떤 어려움도 해결책이 있게 마련이다. 그 중심에는 배려가있기에 가능하다. 3월이다. 푸른 초원을 찾아 멋진 굿샷으로 '품격있고 따뜻한 창조도시 울산'을 건설하는데 활력을 더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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