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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 받아 단명하는 직업이지만, 기자가 재밌을 때가 있다. '책임 지지도 않을 거면서 훈수 둘 때', '싸움 구경 할 때' 등이 그렇다. 최근 구경한 싸움 얘기를 할까 한다. 이른바 '금석문 사태'다.


 거창하게 사태를 붙인 건 책 '울산 금석문'이 전례없는 많은 일을 냈기 때문이다. 우선 이 책은 번역, 오탈자 오류로 전량 회수 및 재발간이란 지역 문화계에 유례없는 일을 냈다. 그런데 재작년 6월 재발간을 천명한 이후 2년이 가까워오는 지금도 그럴 기미가 없다. 편찬은 울산문화원연합회, 울산문화연구소 등 두 곳이 맡았다. 내부 사정을 들을수록 이번 일은 복잡하다. 특히 일부 집필진과 오류를 지적한 향토사학자, 기획인력 사이에 불미스런 일이 쌓이면서 감정싸움으로 치닫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이번 일은 1억이 넘는 시민 혈세가 투입된 공공의 일이라는 것이다. 이 책은 지역의 비석문과 금문, 석문을 처음 총체적으로 조사한 자료로, 무궁무진한 활용이 기대되는 1차 사료다. 1차 사료가 부족한  지역에 새 문화자산 하나가 생긴 셈이다.
 발단은 이런 막중한 책임에도, 감수가 없던데서 시작됐다. 세월에 쓸려 희미해진 글씨를 해독하는 일이 녹록치 않음에도 예산상 이유로 감수가 없었다. 오류를 지적한 향토사학자는 언론에 알리며 일이 커졌다. 가장 큰 문제는 일의 대처방향이다. 실무진이 재발간 계획을 짜면서, 집필진 원고료를 자진반납 형태로 회수하고, 저작권 포기 각서까지 받으려 한 것이다. 전 실무진도 일정액을 자진반납했다.


 이에 자존심이 상한 한 집필자는 원고료를 반납하는 한편, 저작권 포기 각서는 써주지 않았다. 이후 새 실무진이 부임해 원고료를 돌려주고 저작권도 인정하겠다고 했지만 일은 해결될 기미가 없다. 집필자는 오류를 지적한 사람이 교감으로 실리는 한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셋 중 누구도 잘못이 없지 않다. 특히 어떤 안에도 동의하지 않아 발간을 막고 있는 집필자는 일의 책임을 감수를 안 한 기획인력에 돌리지만, 잘못된 걸 썼다면 그 역시 책임을 피할 순 없다. 전 실무진이 집필진에게 과도한 책임을 물은 것은 물론 잘못이다. 그러나 새 실무진이 다른 안을 제시했다면 그 역시 양보하는 자세를 보여줘야지 않을까. 발간이 늦어져 피해를 보는 것은 결국 시민이다. 최근 시의회에서도 이 일을 문화계 주요안건으로 상정할 뻔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그만큼 지역의 여러 시선들이 지켜보는 일이다. 뒤집어 보면 이번 일은 지역에 부족한 비평문화가 성립되는 계기가 될 수 있었다. 지금이라도 하면 된다. 우선 연합회는 단기책으로 책이 활용될 수 있도록 홈페이지에 정오표라도 게재하고, 사안을 해결하도록 더 힘써야 한다. 문제되는 집필자도 명성에 걸맞게 아량을 베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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