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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성산은 낙동정맥의 한 구간으로 가지산, 신불산, 영축산, 정족산과 함께 영남알프스 산군과 이어진다. 원효대사가 당나라에서 온 천명의 승려를 천성산 화엄벌에서 화엄경(華嚴經)을 설파해 모두 성인으로 만들었다는 전설에서 천성산(千聖山)이라 부른다. 많은 계곡과 폭포 및 뛰어난 경치로 인해 예로부터 소금강산(小金剛山)이라 불렀다. 골짜기마다 아름다운 전설과 원효대사의 숨결이 살아 움직이는 듯 하고 흘러내리는 계류의 소(昭) 와 담(潭)은 아름답다 못해 마음껏 멋을 부리다 들켜 버린 조물주의 능란한 솜씨가 곳곳에 숨어있다. 제2의 금강산이라 불리는 천성산에도 봄기운이 완연하다. 양지바른 산자락 곳곳에는 산수유며 생강나무, 진달래, 엘레지 꽃이 만발하고, 이름 모를 꽃들도 지천에 깔려있다.

▲ 많은 계곡과 폭포 등 뛰어난 경치로 예로부터 소금강산이라 불린 천성산. 낙동정맥의 한 구간으로 가지산, 신불산, 영축산, 정족산과 함께 영남알프스 산군과 이어진다. 사진은 중앙능선에서 바라본 천성산 공룡능선.

8부 능선 붉은 눈썹형 바위굴
굴안 사철 석간수 수도처 적당
동학 최제우 선생도 수도한 곳


# 내원사 주차장 매표소 출발
이번 산행은 천성산 적미굴(赤眉窟)을 찾아 나섰다. 먼저 내원사 주차장 매표소를 찾아간다. 매표소에서 오른쪽 다리(심성교)를 건너면 바로 왼쪽으로 산신각이 보인다.
 산신각은 통상 사찰 전각 중에서 가장 깊숙한 곳에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내원사의 산신각은 내원사 법당보다 1.8km 떨어진 이곳에 자리 잡고 있다. 원효대사가 당나라 태화사에서 수도 하던 천명의 승려의 목숨을 구한 해동원효 척판구중(海東元曉 拓板救衆)이란 문구로 판자를 던져서 목숨을 구한데서 유래됐다. 목숨을 구한 당나라 승려들이 원효대사의 제자가 되기를 원해 찾아왔다. 이에 대사는 그들이 머물며 수도(修道)할 수 있는 곳을 찾아서 내원사 부근에 이르자 산신이 마중을 나와서 안내를 했는데 지금의 산신각(山神閣)자리에 이르자 산신은 사라졌다 한다. 원효대사는 산신이 사라진 자리에 산신각을 짓고 이 일대에 89암자를 지어 1,000명의 제자들에게 화엄경을 강론했다 한다.
 산신각 앞에서 간단한 예(禮)를 올린 뒤 적미굴을 찾아 내원사 방향으로 걸음을 재촉한다. 내원사 계곡을 찾는 등산객(광관객) 대부분은 적미굴에 대해서 아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초입길을 스스로 찾아야 한다.
▲ 적미굴 초입에 있는 바위색이 붉은색을 띠고 있다.
 적미굴을 찾아가는 산길은 두 곳으로 요할 수 있다.
 첫 번째는 산신각에서 내원사 방면으로 5분정도 가다보면 왼쪽으로 천성산2봉-5km, 내원사-4km를 가리키는 중앙능선 이정표가 있다. 이곳에서 왼쪽 비탈길을 따라 오르는 길이다. 두 번째길은 산신각과 내원사 중간지점(산신각에서 걸어서 20여분) (구)휴게소 맞은편 화장실 부근에서 내원사 계곡을 건너서 가는 길이 있다. 첫 번째 등로는 중앙능선을 따라 약 40여분 가다가 해발 540m지점(천성산 조난신고 표지판 2-12)에서 10여분 내려와서 적미굴을 둘러보고 다시 올라가야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두 번째 안내로 적미굴을 찾아보자. 계곡을 건너면 중앙능선에서 흘러내리는 지계곡이 보인다. 산길은 오른쪽에 계곡을 두고 등로가 이어진다. 산죽이 있는 숲길을 지나고 첫 번째 지계곡을 지나면 산길은 너덜길로 접어들고 오르막길로 이어진다. 골짜기 너덜길을 한참 들어 가다가보면 산길은 다시 계곡을 따라 등로가 이어진다. 이번엔 오른쪽으로 비탈길이 있다. 이곳에서 오른쪽 능선을 향해 올라간다. 산길을 따라 지그재그식으로 30여분정도 올라가다보면 길은 또다시 왼쪽으로 이어지고, 조금 뒤 바위전망대가 있는 지점에 도착한다. 바위전망대는 길 바로 아래에 있다. 전망대 갈림에서 오른쪽으로 대나무 숲이 보이면 길을 제대로 찾아온 셈이다.
 바위전망대에 올라서면 정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내원사, 천성산 방면으로 탁 트이는 경관이 좌우의 아름다운 풍광과 어우러져 원효산 화엄벌까지 파노라마처럼 펼쳐지고, 가을철이면 손에 잡힐 듯 출렁이는 화엄벌의 억새평원, 울창한 송림에서 뿜어져 나오는 향긋한 솔 냄새, 이곳이 바로 적막강산(寂寞江山)이구나 하는 말이 실감나게 한다. 잠시 후 대나무 숲으로 은패(隱蔽)된 적미굴(赤眉窟)이 그 모습을 드러낸다.
 

▲ 적미굴 안에서 바라본 풍경.
# 굴 안에서 보면 원효봉이 한눈에
양산시 하북면지에 따르면 이 골짜기 산 정상(8부능선) 근처 바위 상단에 붉은색을 띤 눈썹형 바위가 있어 적미(赤眉)골이라 하고, 그 바위굴을 적미굴(寂彌窟)로 불린다고 적고 있다.
 바위 색깔은 전체적으로 붉은 색을 띤 눈썹 형상을 하고 있으며, 굴 안은 생각보다 넓고 남동쪽을 향해 있다. 동쪽은 바위벽으로 가려져있어 마치 벽 위에 거대한 천장바위가 비스듬히 얹힌 것 같은 형상이다. 천장은 산불의 흔적인지 아니면 취사의 흔적인지 검게 그을려 있다.


 바닥은 원래 가운데가 깊이 팬 협곡 모양이었지만, 벽과 천장에서 떨어진 돌과 외부에서 운반된 흙으로 평평하게 메운 듯하다.
 굴 안엔 맑은 석간수가 흐르는데 넘치지는 않고 항상 같은 수위를 유지하고 있었다. 여름철에는 처마가 그늘을 만들고, 겨울에는 햇빛이 깊숙이 들어와 수도하기에는 적당한 장소로 보인다.
 동학을 창시한 (수운)최제우 선생은 이 굴에서 49일간 기도를 하며 도를 닦은 후 경주 용담정으로 돌아가 득도해 동학을 창시했다고 한다. 또 최제우 선생은 울산 처가에서 운흥사(현재 폐사)를 거쳐 이 곳 적미굴에서 수도했다고 전한다. 바닥 한 모퉁이에는 수행자가 가져다 둔 듯 한 방석형태의 깔판이 몇 겹으로 쌓여있다. 굴 입구는 남동쪽을 향해 있다. 수도자는 굴 안에서 바라보는 맞은편 원효봉(元曉峰)-988m을 보고 무슨 생각을 했을까? 말없는 화엄벌이 대나무와 상수리나무 사이로 장엄하게 펼쳐져 있다.


▲ 짚북재 경관.
# 중앙능선·짚북재로 어어지는 코스
적미굴을 둘러보고 산행을 계속 이어가려면 갔던 길을 조금 뒤 돌아 나와야 한다. 산길은 왼쪽으로 희미하게 이어진다. 능선을 조금 치고 오르면 중앙능선(해발540m)을 만난다.
 진달래가 피기 시작하는 중앙능선을 따라 오르면 짚북재에서 이어지는 등로와 만난다. 산길은 의외로 한적하다. 좌우로 펼쳐지는 조망은 영남알프스의 중심인 신불산과 영축산이 아스라이 펼쳐지고 발아래로는 성불계곡과 그 위로 천성산 공룡능선이 이어진다. 능선을 따라 오르다보면 한 두 곳을 제외하고는 별 어려움 없이 중앙능선 삼거리길까지 도착할 수 있다. 이곳에서 왼쪽은 짚북재로 가는 등로이고 오른쪽은 천성산2봉(비로봉)으로 이어지는 등로이다.(짚북재-0.7km, 천성산2봉(비로봉)-0.9km, 내원사매표소-4,1km이다.) 이곳에서 천성2봉까지는 0.9km로 30분 남짓 걸린다.
 왼쪽 짚북재 방향으로 내려선다. 산길은 판판하고 걷는데 별 어려움 없다. 20여분 만에 짚북재에 도착된다. 짚북재 역시 산길의 요충지라 할 수 있다. 짚북재는 볏짚 고(藁), 북 고(鼓)로  표기하고, 재는 고개를 뜻하는 우리말이다.


 성불암 뒤의 최고봉이 짚북봉이고 그 아래 고개를 짚북령이라고 한다.  그 옛날 원효대사가 짚으로 북을 만들어 1,000명의 승려를 소집한 곳으로 나무로 만든 이정표가 있다. 이곳에서 노전암-4.2km, 공룡능선-0.6km, 성불암-2.0km, 천성산제2봉-1.6km이다. 왼쪽으로는 성불계곡과 성불암, 성불폭포를 만날 수 있으며, 오른쪽은 영산대방면이나 주암계곡으로 가는 길목이다. 보통 여기서 점심을 먹거나 간단한 휴식을 취하기도 한다. 오른쪽 산하 계곡으로 향해 발걸음을 옮겨보자. <다음주 계속>
 산악인·중앙농협 달삼지점장

☞ 산행코스
내원사주차장→산신각→(구)휴게소 맞은편 화장실→적미굴→중앙능선→중앙능선 갈림길→짚북재 →주암계곡 합수지점→노전암→성불계곡합수지점→내원사 주차장(원점회귀)으로 이어지는 코스로 5시간정도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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