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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독도 침탈을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일본 정부는 독도에 대한 부당한 영유권 주장을 담은 교과서 검정 결과와 외교청서를 연이어 발표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번에 검정을 통과할 일본의 중학교 교과서는 독도 관련 기술면에서 이전보다 도발적인 내용을 담을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현행 기술 내용상에는 독도 관련 내용이 거의 없었던 역사 교과서 다수에 독도 관련 기술이 들어가며 복수의 역사 교과서가 '한국이 불법 점거중'이라는 표현을 담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일본이라는 나라는 참 불편하다. 불편한 이웃이지만 언제나 얼굴을 맞대고 살 수밖에 없는 것 또한 불쾌하다. 문제는 바로 비열한 지도자들 때문이다. 일본의 우익 지도자들은 도요토미부터 아베에 이르는 장구한 계보를 가졌다. 하긴 도요토미 역시 삼국시대 이전부터 대륙의 시작점인 한반도 해안을 분탕질해온 유전인자를 가졌으니 그 계보의 역사는 수천년이다.
 

 아베의 미국 의회 연설이 한국 사회를 분노하게 하고 있다. 미 하원의 대표격인 낸시 펠로시 민주당 원내대표가 한국에 와서 "아베가 어떤 형식으로든 사과하길 희망한다"는 말을 뱉자 아베의 측근이 전후 70년 담화에 '식민지 지배와 침략에 대한 반성' 문구를 포함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아베의 장자방'이라는 하기우다 고이치 자민당 총재 특보의 말이다. 그는 후지TV 24시간 뉴스 전문채널에 출연해 "그런 (반성) 표현을 사용하지 않아 국제사회가 납득할 수 없다고 한다면 '카피(복사)'해 담화에 쓰는 것도 가능하긴 하다"고 말했다. 외교적 파장을 고려해 내키지는 않지만 반성 문구를 끼워 넣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적선하듯 반성을 끼워 넣겠다는 도발이다.
 이쯤되면 아베의 반성을 이야기할 필요가 없어진다. 그런 생각 그런 사고구조를 가진 인물에게 반성을 외치는 이야기는 무의미하다. 아베가 반성하지 않는 것은 스스로 반성할 것이 없다는 생각 때문이다. 반성할 게 없는 사람에게 반성을 이야기하면 하는 쪽이 무슨 구걸을 하는 것 같다. 그런 아베의 유전인자는 원초적인 '극우'다. 자민당 파벌 중 가장 우파인 기시 파벌을 만든 기시 노부스케 전 총리가 그의 외조부다. 총리를 지낸 사토 에이사쿠가 작은 외조부이고, 아버지는 외상을 역임한 아베 신타로다. 사토는 좀 성향이 달랐지만, 기시와 아베 신타로는 모두 친미·탈아시아, 중국 봉쇄, 침략역사 부정을 전면에 내세우는 '한국·대만 로비스트' 인맥의 중심인물이었다.
 

 기시가 누구인가. 옛 만주국의 '그림자 총리'로 통했고 2차대전 후 A급 전범으로 사형 직전까지 갔던 인물이다. 친미주의자인 그의 동생, 즉 아베의 작은 외조부 덕에 살아난 기시는 미국이 만든 꼭두각시 친미총리로 전후 일본을 리모델링했다. 그가 총리 때인 1960년 미국 주도의 냉전체제에 가담하는 방향으로 일본은 미-일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해 일본이 미국의 가장 가까운 우방으로 자리하게 했다.
 역사를 부정하고 한술 더해 조작과 왜곡을 일삼는 일본의 정치지도자들은 가히 왜곡의 달인이다. 그래서 일본의 역사를 조작의 역사라고까지 이야기 한다. 임진왜란 시기부터 조작된 것으로 알려진 일본의 역사서 일본서기는 일본인들이 과거사 치매에 면죄부 역할을 담당해 왔다. 사실 근대화 과정에서 일본이 보인 탈 아시아적 태도는 메이지 쿠데타를 주도한 3류 사무라이들의 얄팍한 국수주의가 그 뿌리다. 이토 히로부미 등 3류 사무라이들은 300여 년 간 지속되어 오던 도쿠가와막부의 '평화의 시대'를 거부하고 '살육의 시대'를 선택했다. 그런 의미에서 메이지 쿠데타는 일본에 있어 근대화의 시작이기도 하지만, 섬나라 일본의 '광기의 역사'가 시작된 세계사의 불행이기도 했다. 그 광기의 역사가 아베의 외조부 시대 이후 손자인 아베에게서 확실한 모습으로 국제적 지위를 획득하고 있다.
 

 왜곡하고 도발하고 막말을 하더라도 미국이라는 거대한 지렛대가 굳건히 버틴다면 한국의 반발은 별게 아니라는 게 아베의 인식이다. 문제는 아베식 외교의 본질이다. 도끼로 찍어버리고 싶은 발언들은 함부로 쏟아내면서도 그 분노를 언제나 외교적 수사와 미국의 도움으로 비켜갈 수 있다는 게 아베식 과거사 극복 전략이다. 어쩌면 과거사의 열등감을 오늘의 언어로 미화하려는 고도의 계산된 행보인지도 모른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왜곡의 근원을 알고 그 근원에서 아베 내각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있다. 사과하고 반성하라고 외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스스로 역사의 진실 앞에 겸허해질 수 있도록 객관적 자료와 사실을 끊임없이 내보내야 한다. 일왕의 뿌리부터 일제강점기의 잔혹사까지 낱낱이 들추어 세계와 공유해야 한다. 부끄러움이 햇살에 드러나 감출 수 없을 때까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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