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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시민들에게 생태하천으로 다시 돌아오게 될 여천천의 고민이 깊다.
 여기까지 오는데 딱 10년이 걸렸다.
 지난 2005년부터 오염물질로 뒤범벅된 하천에서 오니를 걷어냈고, 태화강 유지수를 끌어다 공급했다. 썩은 냄새가 진동했던 강에 맑은 물이 흘렀고, 여기에 최근 고향의 강 사업이 진행되면서 수질과 경관도 개선됐다. 시커먼 오염수가 흘렀던 여천천은 '개벽천지'가 됐다. 쏟아부은 돈만 500억원이다. 경로 불명의 오염수인 불명수를 잡고 도롯가 오염수를 차단하기 위해 부단히도 애썼다. 그런데 악취는 여전히 여천천을 떠나지 않았다.


 하천 하류와 바다가 만나는 구간에 조성된 침사지가 방해요인으로 남아있는 탓이다. 애초 정화장치로 구축된 침사지는 30여년 간 준설작업을 한 차례도 하지 않아 거대한 오염원으로 둔갑한 상태다.
 원래는 모래나 찌꺼기를 가라앉힌 뒤 맑은 물만 바다로 내보내는 것이 제역할이었다. 그런데 오랜세월 오니로 가득차버린 침사지는 만조시 역류한 바닷물을 오염시키고 있다. 악취를 동반한 오염수가 하천 하류까지 밀고 올라오는 바람에, 여기에 수백억원을 끌어부은 남구청은 속이 탄다. 만약 침사지가 없었더라면 배를 대기 위해 부두까지 쓸려 내려온 모래를 매일 준설해야했다. 이런 번거로움을 막고 접안편의를 위해 침사지를 구축했던 항만공사는 오염원이 돼버린 침사지 처리를 두고서는 30년이나 미적거리고 있다.


 침전물 발생의 원인자가 남구인데다 침사지는 하천의 연장선이기 때문에 항만기관이 책임지기 위한 명분이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긴 공방 끝에 항만공사가 올해 당초예산에 준설예산 50억원을 편성하기도 했지만, 항만위원회의 예산삭감으로 준설 사업이 불발된 상태다. 어쩔 수 없이 다음달 준공하는 고향의 강은 한동안 체면을 구기게 됐다. 침사지는 해결해야할 숙제이지만, 더 이상 준설 주체를 두고 공방을 벌일 일이 아니란 사실에 주목해야한다. 오랜세월 수질개선 등으로 여천천의 오니는 종적을 감췄고, 모래량도 급격히 줄어들었다. 역할이 없는데도 매번 준설을 걱정해야하는 침사지를 놓고 다툼하기 보다는 아예 철거하는 방안을 찾기 위해 머리를 맞대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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