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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유착의 전형을 보여준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죽음에 이어 세간의 돌풍을 일으키던 건강식품 '백수오'가 가짜였다는게 밝혀졌다.
 세월호 참사를 겪은 지 1년이 지난 요즘, 정부가 각종 대책을 내놓았음에도 국민들의 불안감이 사그라들기는 커녕 오히려 각종 스캔들과 사기극으로 '저신뢰 사회'를 넘어 '불신 사회'로 나아가고 있다는 지적마저 나오는 실정이다.
 우리 사회의 신뢰도는 세월호와 함께 침몰했다. "가만히 있으라"는 안내방송을 내보내며 수백명의 꽃다운 목숨을 내팽개친 채 구조선에 몸을 실은 선장과 항해사를 바라봐야 했고, "전원 구조됐다"는 보도를 접하며 언론에 대한 신뢰마저 내려놓아야 했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목숨을 끊으면서 남긴 '성완종 리스트'는 정치권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특히 부정 부패를 뿌리뽑겠다며 목소리를 높이던 유력 정치인들이 대거 포함돼 있어 허탈감을 더하고 있다. 이 와중에 이완구 국무총리는 총리직을 내려놓아야 했고,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검찰과 진실게임에 들어가는 양상이다.
 정치인의 거짓말도 모자라 '건강'으로 대국민 사기극을 펼친 기업도 나오며 공분을 샀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내츄럴엔도텍의 백수오 원료를 재조사한 결과, 식품원료로 부적합한 이엽우피소가 혼입된 것으로 판명났다. 이 업체의 지난해 매출 1,240억원 중 940억원이 홈쇼핑을 통해 발생했다. 유명인과 현란한 쇼호스트들의 말만 믿고 구입했던 소비자들만 억울할 뿐이다. 이렇듯 백수오 제품을 대량 판매해온 홈쇼핑 업체들이 뜨뜻미지근한 환불 요구만 늘어놓자 뿔이 난 소비자들은 법적 대응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심의를 거친 방송도 전문의의 말도 믿지 하는 세상이라니 씁쓸하다.


 돌발 사건 뿐 아니라 정부는 올 초부터 연말정산과 건강보험료 문제 등으로 국민들의 불신을 자초해 온 감이 있다. 불신이 확산되면 분열로 이어지고 분열은 결국 사회 갈등과 반목을 낳는다. '아무도 믿을 수 없다'는 의식이 만연한 사회에서 나타날 여러 병리 현상들은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눈에 보이진 않지만 우리 사회에 깊게 드리운 불신 의식을 시급히 걷어내야 하는 이유다. 세월호의 참담한 기억이 아직 생생하게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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