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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조화를 선물 받았다. 활짝 핀 꽃 옆에 꽃봉오리들이 대롱대롱 맺혀 있어 정답게 보인다. 그야말로 조화를 잘 이루고 있다. 저 꽃은 피어야 할 자리에 다소곳하게 피어있고 잎 또한 적당한 간격으로 있어야 할 위치에 달려있지 않은가. 봉오리 또한 엄마 꽃 옆에 쪼르르 달려 언제 보아도 제 위치에 잘 맞게 앉았다. 사람들도 이렇게 잘 어우러져야 화기애애하게 살 것이다.

 이 조화(造花)를 만든 사람은 아마 삶에도 조화(調和)를 잘 이루며 살아갈 것이라 여겨진다. 우리 삶에서 조화를 이루는 것만큼 중요한 일도 없지 싶다. 세상에는 음양의 조화, 형제간에 밀어주고 당겨주는 조화, 사람과 사람과의 조화, 이보다 더 아름다운 것은 없을 것이다. 조화는 삶에서 빠져서는 안 되는 존재다. 남자들은 어지간한 일을 잊어버리지만, 여자들은 사소한 일까지 꼼꼼히 챙기는 것도 하나의 조화이다. 평소 생활에서 저 꽃처럼 조화를 잘 이룬다면 살만한 세상이 되지 않을까. 그렇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이렇듯 보기에도 좋으면서 평탄한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특히 고부간이나 동서지간이나 마음이 통하면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마음이 맞는 집안은 우애가 넘쳐나서 남이 봐도 기껍다. 그와 반대로 조화가 맞지 않으면 고장 난 부엌문처럼 삐걱대기도 한다. 서로가 마음이 통할 때 조화는 더욱 도드라 진다. 사람마다 차이점은 있겠으나, 형제간이지만 특히 동서지간은 더욱 예리한 돋보기를 지닌 것 같다. 상대방의 허점을 노리는 야구선수 중에서 도루 주자와 같은 사람이다. 가만히 지켜보다가 조금의 허점이 드러나면 때를 놓칠세라 일순간 감아든다. 같은 여자로서 이해하고 위해 주는 척 하지만, 마음을 맞추는데 가장 어려운 분 중에 한 사람이기도 하다. 진실한 마음이 배어 있지 않으면 조화는커녕 불신만 남기게 된다.

 혼자서 할 수 있는 것도 있지만, 혼자서는 이룰 수 없는 것이 조화다. 네가 있어 내가 덜 예쁘게 보이고, 너 때문에 언짢아진다는 것은 시기와 질투다. 네가 있어 내가 더 돋보이고 내가 있어 네가 더 아름다워지는 것이 조화다. 부모 형제 일가 친척, 친구들이 있다. 누구와도 조화를 이루고 싶다. 중로를 보내면서 내가 가지고 싶은 것이 있다면 그것은 조화이다. 조화는 아무래도 평형을 이루는데서 나오는 것이기 마련이다보니, 나이가 들수록 그것의 참맛을 더 알게 됐기 때문인 것도 같다.

 젊은 시절에는 혼자 튀거나 더 잘하는 것에 급급했다면, 지금은 한발짝 물러서서 서로가 균형을 맞추는 것의 묘미를 알게 됐기 때문인 것도 같다. 이렇듯 조화란, 인간 사회에서 관계를 포함한 이상적임을 표현하는데 중요한 의미를 부여한다. 근대 철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프랑스 철학자 데카르트는 인간은 생각함으로써 존재한다고 했다. 그리하여 이성, 감성, 자연 등의 구조가 사유의 핵심을 이룬다. 이성은 사람을 인간으로 만들고 감성은 도덕을 배제한다. 이성은 조화이며, 감성은 자연을 말한다. 이 힘은 이해, 화합 등을 통해 나타난다. 또 둘 이상의 요소가 전체적인 화합을 이룰 때 조화가 형성되는 것이다.

 세상을 살아가는데 조화가 없다면 절름발이 인생이 되지나 않을까. 인간관계의 조화(調和), 서로가 공유하며 맞추어 사는 것, 그것은 행복의 원리이고 가장 보기 좋은 꽃이라고 말하고 싶다. 어느 위치에 있든 제각기 자기의 본분을 다할 때 아름다운 하모니를 이루리라. 문갑 위에 놓인 조화(造花)에 새삼 눈길이 간다. 편안하게 옹기종기 모여 앉은 조화(調和)가 바라볼수록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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