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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의 울산은 백로의 번식, 장미축제, 전국연극제 등 다양한 색성향미촉법(色聲香味觸法)의 경계로 다가왔다. 육근이라 부르는 안이비설신의(眼耳鼻舌身意)가 가볍게 집착할 수 있는 계절이기도 하다. 현재 문수산 자락 아랫 동네는 다소 역겨운듯한 밤꽃 향기 속에 목쉰 뻐꾸기 울움소리가 잠을 깨우는 아침 풍경이다. 산

   자락의 삶은 도시에 비해 다양한 나무 뿐 아니라 직박구리, 박새, 곤줄박이, 뱁새, 멧비둘기 등 산새를 보고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자주 생겨 나름대로 웰빙이다. 전원생활의 묘미와 지켜야할것은 다양성의 만남과 공존의 가치를 인식해 세대를 이어 지속 가능한 보전과 활용에 있지 않을까.

 아침·저녁 일상으로 우는 새소리에 감정이 이입되면 '아침에 우는 새는 배가 고파 울고요, 저녁에 우는 새는 님 그리워 운다. 너영나영 두리둥실 놀고요. 낮에낮에나 밤에 밤에나 상사랑이로구나' 라는 의미를 갖게 된다. 제주도 민요 '너영나영'이다.

 뻐꾸기의 인문학적 대표적 상징성은 큰 울음소리다. 따라서 큰 울음소리에 방점이 찍힐 수밖에 없다. 뻐꾸기의 울음에 감정이 이입되면 '뻐꾸기 몸으로 울었다'로 표현된다. 가수 김지애가 부른 노래 '큰 소리로 사랑한다고 울어버리고 싶은데 목멘 것처럼 가슴이 막힌 벙어리 뻐꾸기' 노래 가사는 뻐꾸기의 생태적 사실을 정확하게 묘사하고 있다. 큰 소리로 울지 못하고 속으로 삭히는 사랑의 마음을 '벙어리 뻐꾸기'로 표현했다.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라는 제목의 영화가 있는가하면 김건모의 노래도 있다. 뻐꾸기는 뱁새나 개개비 등 몸집이 작은 새에게 탁란시켜 번식하는 새로 둥지를 짖지 않는 새이지만 감정 이입은 묘한 뉘앙스를 풍긴다. 시간을 알릴 때마다 문을 열고 들락날락하면서 우는 '뻐꾹기 시계'는 뻐꾸기의 크고 자주 우는 소리에 창안해 만들었다. 민요 남한산성 가사는 '뻐꾸기는 짝을 지어 이산으로 가면 뻐뻐꾹 뻐국' 하여 뻐꾸기는 이산 저산을 옮겨가면서 울음을 울어 넓은 영역이 행동반경임을 알 수 있다. 정선아리랑 가사 '앞산의 뻐꾹기는 초성도 좋다 세 살때 듣던 목소리 변치도 안않네'라고 해 뻐꾸기 울음소리가 한결같음을 알 수 있다.

 '뻐꾸기는 밤에도 우는가'라는 질문에 대답은 '밤에도 가끔 운다'이다. 주행성 새가 밤에 울고 야행성 새가 낮에 우는 경우도 있지만 듣는 사람이 특별한 의미나 감정이 이입되면 불멸의 문학적 가치로 생산되기도 한다.

 왜 주행성 여름철새가 밤에도 우는가라는 구체적인 질문에 몇 가지 나열할 수 있다. 번식기가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6월의 뻐꾸기 울음소리가 쉰 소리이다. 득음하기 위해 천척(千尺)의 폭포를 찾아 공부한 소리꾼처럼 쉰 소리가 들린다. 뻐꾸기가 쉰 목소리로 우는 건 그 만큼 많이 울었기 때문이다. 뻐꾸기의 암수는 울음소리로 교감한다. 뻐꾸기는 숫컷이 우는데 큰 울음소리에 암컷이 자극을 받아 찾아간다.

 둘째, 자기의 영역을 경쟁자에게 알리는 소리이다. 모든 조류가 춤 잘추고 울음소리가 크다고 좋은 아빠가 된다는 보장은 없지만 그래도 암컷은 본능적으로 춤 잘추고 울음소리 큰 숫컷을 선호한다. 사막의 타조와 습지의 두루미 숫컷은 날개깃털을 펼쳐거나 흔들어서 마치 춤을 추듯 암컷을 유혹한다. 반면 뻐꾸기는 큰 울음소리로써 암컷의 가슴을 뛰게 한다.

   암컷은 숫컷의 춤과 소리 등 다양한 행동태를 유심히 관찰한 뒤 짝짓기를 허락한다. 모두 종족번식을 위한 생존전략인 셈이다. 하지만 모든 암컷이 한 번에 접근을 허락해 사랑이 성사되는 것은 아니다. 숫컷은 최선을 다 하지만 암컷은 딴청을 피워 숫컷의 접근을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 쇠제비갈매기의 사랑은 100번의 큰 먹이를 받아먹고 가정을 꾸린다. 생태적으로 보면 마을에서 뻐꾸기 소리를 자주 들을 수 있는 것은 뱁새나 개개비가 마을 가까이 키 작은 나무와 키 큰 초본류에 둥지를 틀기 때문이다. 뻐꾸기는 그들과 공존해야 안전한 번식에 성공할 수 있는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5월의 뻐꾸기는 포곡(布穀)으로 울지만 6월의 뻐구기는 보국(保國), 보훈(報勳), 호국(護國)으로 운다. 6월은 호국보훈의 달이며, 현충일이 있기 때문이다. 6월의 뻐꾸기는 문학적으로 호국 영령의 화신이다. 6월의 뻐구기는 쉰 울음소리로 이산 저산을 옮겨다니면서 슬피운다. 대한민국의 국민으로 나라를 지키려다 목숨을 바치신 자랑스러운 호국영령을 마음 속 깊이 추념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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