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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후, 현대차 울산공장 4공장 정문앞에서 전국에서 모인 금속노조 조합원 3백 여명이 집회를 가졌다. 이날 집회는 '불법파견 정규직화촉구 영남권 금속노동자 결의대회'라는 제목으로 금속노조 주관으로 실시됐다. 그러나 집회시점이 하필 온 나라가 '메르스' 때문에 걱정을 하고 각종 집회나 모임, 출장, 행사 등을 취소하고 있는 비상시국이어서 주위의 빈축을 사고 있다.

 메르스에 대한 과민반응도 문제지만, 무분별한 집단행동으로 혹여 사단이 난다면 그 책임을 누가 질 것인가. 이날 집회는 현대차 1, 2조 근로자들의 출퇴근시간과 맞물려 일대에 큰 혼잡을 빚었다. 집회 참가자들이 정문을 가로 막아 납품차가 출입을 못하는 등 불편을 겪기도 했다. 아무리 집회의 자유가 보장돼 있다 하더라도 시민들의 호응은 커녕 불편을 끼치고 생산활동에 방해를 줘서는 안된다.
 어제 집회는 1시간 넘게 연설과 구호외침, 노래 등으로 이어졌다. 물론, 자신들의 주장과 뜻을 펼치기 위해 허가된 시간과 장소에서 집회를 가지는 것은 충분히 이해된다. 그러나 도로를 점유하면서 교통체증을 유발하고 확성기의 고음으로 인해 지나가는 행인에게 불편을 준 점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만약 관할경찰서에 집회허가를 받지 않았다면 적절한 징벌도 구해야 한다. 선진국에도 억울한 사람들이 있고 주말 시위가 있고 집단행동이 있다. 그러나 그들은 반드시 법과 절차를 지키고 남에게 피해를 주는 법이 없다. '불법'이 용인되지도 않는다. 목적을 잃고 분위기에 휩싸여 감정적으로 치러지는 집회문화는 이제 사라져야 한다. 다시 말해 집회도 이제는 원칙과 품위를 지켜야 한다.

 남들의 시선엔 아랑곳 없이 '남이 뭐라하든 난 내길을 가련다'식의 이기주의적 집회는 삼가야 한다. 오죽하면 이날 지역자치위원회에서 '메르스 청정지역 울산을 위협하는 집회 즉각 철회하라' '메르스 확산 집회! 울산시민 건강 위협한다!' 는 내용의 플래카드를 내걸고 집회를 반대했을까. 시대와 환경이 바뀐만큼 집회문화도 바뀌어야 한다. 이달 27일까지 전국 10여개 주요 도시 순회일정으로 엊그제 시작된 장그래 행진단이 오늘 울산에서 대규모 집회를 연다고 한다. 메르스의 공포가 아직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화를 자초하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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