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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립미술관을 세우는 벽돌하나(울산시립미술관 건립관련 시민설문조사)

 

1700년대 초까지 서양은 우리나라와 중국처럼 도자기를 만들 수 없었다.

 

국가 간의 정상회담 이후 치루는 만찬은 주최국 전통음식이 대표적인 식기에 일괄 테이블웨어로 진열된다.

유럽대륙 최초로 도자기 생산에 성공한 독일은 마이센 자기에, 프랑스는 루이15세 시절 마담뽕빠드르 후원으로 탄생한 로열블루 자기에, 영국은 기계 공업(factory system)방식으로 생산한 왕실문장이 박힌 도자기로 국빈을 맞는다. 이는 국가 자존심이 걸린 팽팽한 군사도열 의식과 연장으로 또 하나의 문화적 국력 과시인 셈이다. 아이러니하게 청와대의 역대 식기는 고려청자도 조선시대 백자도 아닌 유럽방식으로 생산한 도자기이다.

 

 하나의 문화가 자리하기까지 여러 요소가 밑받침 돼야 하는데 우리가 흔히 오인하는 것이 문화와 문화재에 대한 인식 혼동이다. 문화는 마치 살아있는 생물과 같아 생성과 쇠퇴과정이 있다. 고려청자와 조선백자가 아무리 아름답고 훌륭하다 해도 오늘날 밥상에서 쓰이지 않는다면 그것은 사장된 문화요 박제화 된 과거의 문화재일 뿐인 것이다.

 그렇다면 살아있는 문화는 무엇이며 어떻게 생성될까? 부득이하게 경제구조인 생산, 소비, 시장으로 비유 하자면 다음과 같다.

 

 첫째, 문화생산 즉 미술문화 생산성은 양질의 작가군과 비례하는데 작가 양생은 부유층 자녀의 입시 목표가 아닌, 모든 어린이와 청소년이 놀이로 즐기는 미술에서 출발 한다. 취업을 위한 스펙 쌓기나 수상경력이 아닌 전인교육으로 지적사고를 돕는 아카데믹한 대학교육 과정. 미친 듯 열정으로 창작에 몰입하는 신진작가 층, 여기서 엄선된 인기작가 탄생과 이를 화단으로 이끌어주는 풍부한 중진작가 세대. 그리고 미술사적 연구가치가 있는 작업으로 존경받는 원로 작가군의 유기적 조합이 미술문화 생산성을 말한다.

 

 둘째, 문화소비는 국내·외 미술계 조류를 읽고 작가를 발굴하는 평론가와 비평가가 1차 소비자에 속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2차 문화소비자이다. 예술에 대한 풍부한 이해와 간접 체험으로 문화생활을 즐기는 아마추어 작가 및 애호가 층이다. 작품수집으로 투자· 이윤 추구 뿐 아니라 작가와 교류를 통해 작품세계에 깊이 공감하고 서로 영향력을 주고받는 콜렉터 층은 수집 취향이 다양할수록 다양한 작품과 전시시장이 존재한다는 방증이다.

 

 셋째, 문화시장은 미술품 거래와 전시로 그 사회의 미술문화 생산과 소비 척도를 가늠 할 수 있다. 중·저가 작품거래가 활발한 소규모 화랑들, 작가의 신작을 대관 혹은 기획 전시하는 개인설립의 갤러리들, 해외 및 지역작가의 작품을 공개적으로 거래하는 공신력 있는 작품 경매와 시장형 작품거래축제인 아트페어의 활성화로 미술시장을 볼 수 있다.

 하나의 예술문화가 자리하기까지 위에 나열한 문화생산과, 소비, 시장 이외에 다른 요소도 필요하다.

 자본주의 사회는 부의 분배가 불평등하지만 이를 조절하는 것이 공공문화기관이다. 하나의 사회에 경제적 이윤과 무관하게 도로, 댐, 경찰서등이 사회 기반시설로 자리하듯 예술시설도 마찬가지다. 경제논리로 배제 됐지만 인간이라면 누구나 기본적으로 충족해야 할 아름다움에 대한 욕구와 미래세대를 위한 문화투자로서 작품 수집은 일시적 사회현상이 아닌 지속적이고 축적적인 문화성장을 위한 공공기관의 몫이다.

 

 이런 요소를 결정할 미술관 기초성격은 미술관 운영의 나침반이라 할 수 있다. 지도와 나침반 없이 먼 항해를 떠날 수 없듯 제대로 된 성격 설정과 관객조사 없이 미술관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기는 힘들다. 울산시립미술관의 전체 그림 중 뼈대를 세울 기초성격과 관객 요구 조사는 미술관 운영 중 발생할 수 있는 혼란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시는 오늘 7월 1일부터 15일간 '시립미술관 기초성격 설정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다. 앞서 언급한 미술문화 생산과 소비, 미술시장에 대한 조사로 시립미술관의 절대 다수 관객이 될 울산시민 취향과 의견을 반영을 위해서다. 일반시민, 학생, 전문가를 대상으로 울산발전연구원에서 분리 조사수집 한다. 울산시민이라면 누구나 시청 홈페이지와 구·군 홈페이지 게시판을 통해 설문에 응할 수 있다.

 이제 울산에도 보다 살아있는 미술문화의 꽃을 피우기 위해 시민들 스스로가 참여와 관심을 기울일 시점이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염원을 담은 기와로 절집에 지붕을 올리듯 시민이 원하는 소소한 의견을 한 장 한 장에 벽돌로 삼아 울산시립미술관을 건립하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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