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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문인협회의 한·일 문인 교류의 일환으로 일본 큐슈(九州) 사가(佐賀)현의 다케오 도서관을 다녀왔다. 방문지 중에서 가장 부러운 곳이었다. 다케오는 인구 5만 명의 한산한 도시다. 상당한 규모의 도서관은 가장 부러운 사치다. 2013년 이전까지만 해도 만성적자에 허덕이던 도서관이 지금은 다르다. 내부는 카페와 서점을 겸한 1층과, 도서관의 역할을 하는 2층의 서고로 구분된다. 1층은 마치 휴식 공간 같다. 2층 서고에는 장서만 20만 권이 비치돼 있다. 후쿠오카에서도 차를 타고 나들이 삼아 일부러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다는 가이드의 설명에 신뢰감이 가는 시설이다.

 다케오 도서관은 경영혁신을 꾀한 다케오 시장의 걸작품이다. 시장의 획기적인 정책이 작은 고을인 다케오시로 지적인 관광객들을 끌어 모으는 발전적인 변화를 불러온 것이다. 무엇보다도 부러운 것은 흑자경영이라는 사실이다. 대부분의 도서관이 적자경영인 것이 시대적인 흐름이다. 이러한 사실을 수긍만 한다는 게 얼마나 안이한 핑계인지를 단적으로 깨닫게 하는 곳이 다케오 도서관이다. 지역 발전을 위한 해외시찰을 다니시는 의원나리들이 이런 곳을 방문해서 신선한 충격을 받을 수는 없는 지 아쉬운 생각도 들었다.

 2011년에만 해도 다케오 도서관은 하루 이용자가 1,000명 미만이었다. 그랬던 것이 2년 뒤에는 하루 평균 2,529명이 이용하는 도서관이 되었단다. 이렇게 된 데는 이용객의 편의를 최대한 충족시켜 주는 경영혁신이 큰 몫을 했다. 예를 들면 2층 서고에서 책을 빌려서 1층에 있는 스타벅스에서 산 커피를 들고 열람실 어디에서나 독서를 즐길 수 있는 식이다. 음식물 반입을 금지하는 일반적인 도서관의 운영 방침과는 정반대다.

 그뿐만이 아니다. 빌려서 읽던 책이 맘에 들면 구입이 가능한 시스템도 도입했다. 무인판매도 가능하고, 마트와 주유소에서 포인트를 쌓을 수 있는 T-포인트카드(일반 포인트) 이용도 가능하다. 도서 구입 시에도 이 카드에 포인트가 쌓이는 방식이다. 무료로 발급이 가능한 카드로 도서를 대출할 때도 번번이 3포인트(한국 단위 30포인트)씩 적립이 된다.

 빌려 읽은 책을 반납하는 데도 이용객의 편의를 최대한 제공한다. 공민관(주민센터)이나 기차역에서도 반납이 가능한 시스템이다. 도서 반납함은 곳곳에 있다. 먼 지역에서는 택배비만 내고 대출을 신청하면 도서 전용백을 배부한다. 다 읽은 책은 그 전용백에 넣어서 보내면 된다. 반납시스템이 편리하니 도서 대출이 용이해서 이용객이 많아질 수밖에 없는 듯하다.

 다케오 도서관은 큐슈 올레길이 생기게 한 일등공신이다. 도서관 이용객들을 위한 관광지로 개발한 것이 올레길이다. 맞은 편에 있는 유메(You Me)타운도 다케오 도서관 덕분에 판매고가 높아졌다. 그러나 다케오 도서관의 덕을 가장 크게 본 것은 다케오 신사다.

 다케오 신사는 일본의 전통무사를 모시는 신사로 참배객이 그다지 많지 않았다. 현재는 다르다. 외부에서 들른 다케오 도서관의 이용객들은 반드시 들르는 장소가 되었다. 신사로 오르는 계단이 인상적이다. 돌 벽에 다닥다닥 붙어 자라는 이끼가 안온하게 앉은 세월의 더께 같다. 신사의 규모는 큰 편이 아니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소원패찰과 소원리본이 매달린 모습은 여느 신사와 비슷하다.

 더불어 볼 수 있는 것은 수령이 3,000년이라는 녹나무다. 까마득한 세월을 한 자리에서 버텼다는 것이 놀랍다. 그 오랜 세월 동안 얼마나 많은 풍파를 만났는지는 나무의 모습만으로도 짐작이 가능하다. 밑동이 굴처럼 패인 데다 윗부분은 부러진 모습이라 세월의 길이에 비해서 큰 키는 아니다.

 그럼에도 이리저리 자유롭게 뻗은 굵고 가는 줄기마다 초록 잎을 무성하게 매달고 찾아오는 사람들을 이윽히 내려다보는 모습이다. 그 모습은 군더더기 같은 체지방이 몽땅 빠진 채 눈빛만 형형하게 살아있는 신선 같다. 큐슈 올레길까지 생기게 한 다케오 도서관. 큐슈 올레길은 책을 읽고, 그 내용을 사색할 수 있는 길이 되기에 충분할 것이다. 부디 우리 지방 관료들의 방문도 이런 데로 이어져 지도자의 마인드를 배울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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