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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혁신도시 시대가 활짝 열렸지만, 면면을 들여다 보면 반쪽짜리 국책사업의 실체가 드러난다. 당초 수도권 인구의 지방 분산이라는 전제가 주목을 받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공기업 순환 근무의 특성상 가족 전체의 이주가 쉽지 않은 탓이다.  그래도 울산을 '제2의 고향'으로, 용기있는 결정을 한 가족이 있다. 울산을 새 보금자리로 정하고, 낯선 환경에서 전혀 다른 방식의 생활을 살고 있는 혁신도시 이주 1세대 강현택 씨 부부의 진솔한 삶을 들여다 본다. 편집자
※본 기사는 혁신도시 이주 1세대 한국산업인력공단 강현택 씨 부부의 인터뷰 내용을 1인칭 시점,  대화 형식으로 재구성한 것입니다.   정리 = 윤지아기자 usyja@·정세홍기자 usjsh@


▲ 울산을 새 보금자리로 정하고, 낯선 환경에서 전혀 다른 방식의 생활을 살고 있는 혁신도시 이주 1세대 강현택 씨 부부는 교통·교육 등 여러가지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주말을 즐길수 있는 여유로운 울산생활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윤은경기자 usyek@

# 강현택 과장이 아내 정숙정씨에게
"효우엄마, 작년 초 울산으로 이사를 가자는 의견에 선뜻 따라줘서 너무 고마웠어요. 나 또한 대학시절부터 서울 생활이 몸에 밴 터라 쉬운 결정은 아니었답니다. 서울에서는 각자 생활을 존중하고, 무엇보다 일이 우선되는 생활이 삭막했어요. 우리 식구 모두가 이런 삭막한 생활에 스스럼없이 적응해 가고 있었죠. 
 변화가 필요했답니다. 본부가 울산으로 이전하면서 이주를 생각하게 됐어요. 물론 처음부터 가족 모두 울산으로 떠나는 결정한 것은 아니에요. 공업도시 울산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도 있었고, 효우 교육문제도 걱정이 앞섰어요. 무엇보다 서울에서만 살아 온 당신이 가장 걱정스러웠어요. 주말 부부로 지내볼까 했지만 가족은 늘 함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번듯한 직장 그만두고 울산행에 동행해 준 당신의 용기있는 결정에 다시한번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싶어요. 효우엄마, 울산에서 살아보니 당신은 어때요?
 난 무엇보다 심리적으로 찾은 여유가 가장 좋은 것 같아요. 우리 사랑하는 가족이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난 것 같지 않아요?  일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서울 쪽 직장 분위기 보다는 아무래도 지방 쪽이 여유가 있는 것 같아요. 회사 분위기도 금요일 오후가 되면 이번 주말 나들이는 어디를 가볼까? 행복한 고민에 빠진답니다. 월요일 출근하면 동료들과 "주말에 뭐했어요?"로 인사를 시작해요.

 여유 속에서 나오는 인간미가 물씬 느껴져 울산 생활에 상당히 만족하고 있어요.
 1년이 지난 지금 과연 다시 서울로 돌아가라고 하면 돌아갈 수 있을까? 생각해봤는데 아무래도 힘들 것 같아요. 겪어보지 않은 다른 사람은 이해를 못할 거예요.
 당장 우리 가족 주말이 달라지지 않았나요? 서울에 있을 때는 주말에 효우 데리고 어디 나갈 엄두를 못 냈잖아요. 어딜 가도 사람에 치이고 차도 엄청 막히니까요.  당신 여행 좋아하는 걸 알아도 여유가 없었죠. 그런데 요즘은 우리 어때요?  벌써 경주나 부산, 석남사 등 인근 관광지는 거의 섭렵하지 않았나요. 매주 가는 두동저수지도 근사하고요.

 물론 어려운 점도 있었던 것 같아요. 지하철이 없으니 대중교통 이용이 어렵잖아요. 서울에서는 거의 차를 가지고 다니지 않았는데, 여기에서는 차가 필요 없던 직원들도 새로 구입하는 분위기에요. 대학병원이 시내에 없다는 사실도 좀 놀랐죠? 울산에서 태어난 둘째가 아플 때 당신 고생이 많았어요. 울산대학병원이 너무 멀어 부산대학교 양산병원에 5일 동안 입원시켰잖아요. 그때만 생각하면 아찔해요.

 우리 아이들 앞으로 교육 문제도 사실 걱정이 되곤 해요. 당신도 알다시피 울산에는 대학이 3개 밖에 없잖아요. 커가는 과정에서 원하는 대학교를 접하고 '나는 저 대학에 가고 싶다'는 자연스러운 동기 부여가 아쉬워요. 물론 당신과 내가 지혜롭게 이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이제 제2의 고향이 된 울산의 품이 정겹고 따뜻해요. 물론 사랑하는 당신과 아이들이 함께여서 그럴 거예요.

선뜻 울산행 동참해준 당신 참고마워요
당신·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 늘어
이젠 서울로 가라고 하면 못갈것 같아…좋아요
교통·병원·교육문제 조금 걱정되지만
우리함께 지혜롭게 극복해 봐요



# 정숙정씨가 남편 강현택 과장에게
"언제나 묵묵하게 가장의 역할을 해 주고 있는 효우 아빠, 참 든든하고 고마워요. 사실 둘째를 가진 지 6개월이 됐을 때 울산으로 가자는 당신 제안에 당황한 건 사실이에요. 당장 걱정이 앞서고 두려운 마음이 들었죠. 막상 이사를 가기로 한 날짜가 다가오면서 친정이나 시댁, 친구들과 생이별을 하고 연고도 없는 곳에서 둘째를 출산하려 하니 앞이 캄캄했어요. 당신도 알다시피 대전에서 태어나자마자 서울에서만 자란 저는 효우를 낳을 때 까지 친정 바로 옆, 부모님 그늘에서만 살았잖아요.
 울산에 와서도 처음에는 고민거리 수다 떨 친구가 없다는 사실에 무척 힘들었어
요. 당신이 퇴근할 때 까지는 둘째를 임신한 상태에서 어린 효우와 단 둘이 있다 보니 애꿎은 전화만 붙들고 살았어요. 전화비가 평소보다 두 배 가까이 나와 차마 당신에게 말도 못했죠.

 처음에 울산에 올 때는 막연히 공업도시라는 점, 현대자동차가 있다는 것만 알았어요. 당장 이사를 와야 하는데, 마땅한 집을 알아보기 위해 인터넷 검색을 시작하면서 울산을 차차 알아가게 됐어요. 울산의 부동산을 검색하면서 어린 아이들과 함께 지낼 만 한 장소로, 당신 회사가 있는 혁신도시에서도 가깝고 주변에 산이나 녹지가 많은 구영리를 선택했어요.

 공기도 좋고 한적한 동네가 참 마음에 들었지만, 당시 임신한 몸으로 병원에 다니기가 힘들었어요. 울산은 산부인과가 많지 않아 선택의 폭이 좁았어요. 비록 집에서 40분 거리에 있는 병원을 택했지만, 그래도 친절한 의료진 덕분에 둘째를 무사히 낳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둘째 근우는 울산이 고향이 되었네요.

 근우가 태어난 지 50여일, 모세기관지염에 걸렸을 때는 당신 말처럼 아찔했어요. 동네 의원에서 큰 병원에 가라는데 울산대학병원은 거리도 멀고 입원실이 없다고 했잖아요. 부랴부랴 양산부산대학병원으로 가서 5시간을 기다린 끝에 겨우 입원 할 수 있었죠. 그때 대기실에서 당신 몰래 많이 울었어요. 울산으로 가자던 당신 제안이 유일하게 원망스러웠던 순간이었어요. 그후에는 효우나 근우 모두 건강하게 자라주고 있어 참 다행이에요.

 하지만 울산에 와서 좋은 일도 있었어요.
 재취업을 하면서 아이들 양육 문제가 걱정이 앞섰는데 다행히 효우는 당신 회사의 직장어린이집에 보낼 수 있었고, 둘째 근우는 국가가 지원하는 아이돌보미 서비스를 바로 이용할 수 있었죠.
 당신 그거 알아요? 서울에서 이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1년은 넘게 기다려야 해요. 
 또 울산은 곳곳에 공원과 녹지가 많은 점도 아이들 정서에 참 좋은 것 같아요.
 저도 사실 아이들 장래 교육 문제는 마음에 걸린답니다. 울산대학교 외에도 종합대학이 있으면 타 지역으로 대학을 안가도 될 것이고 기업들도 울산의 좋은 인재들을 채용할 수 있게 될 텐데 말이에요. 함께 고민 해봐요. 저는 처음 걱정과는 달리 울산 생활에 잘 적응하고 있답니다.

아무런 연고 없는곳서 둘째출산 두려웠죠
공기좋고 한적한 동네 마음에 들었지만
생후 50일 근우가 아팠을 땐 막막하기만…
그래도 재취업하면서 받은 보육혜택에
공원·녹지 많아 아이들 키우기 참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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