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업의 사회환원 활동이 강화되는 가운데, 울산지역기업들이 기존 방식에서 한단계 나아가 도시 발전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의제 설정을 통한 사회적 책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사진은 '안전''환경'에 대한 철저한 사회적 책임으로 도시발전에 기여한 것으로 평가되는 해외 기업 사례들. 왼쪽 아래부터 시계반대 방향으로 바스프 독일 공장, 듀폰 미국 연구소, 바이엘 레버쿠젠 본사 전경, 도요타의 자동차박물관, 아사히맥주 공장. 

울산은 명실상부한 '기업도시'다. 굴지의 국내 대기업 가운데 울산에 어떤 형태로든 '적'을 두지 않은 경우를 찾기란 쉽지 않다. 또 유수의 해외 글로벌 업체도 울산지역 기업명단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이런 대기업 덕분에 울산이 누리는 혜택은 많다. 도심 한가운데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울산대공원, 수백년만에 복원된 태화루, 때 되면 쏟아지는 기부활동. 이 모든 것이 울산이 기업도시이기에 가능하다. 하지만 한 도시를 토대로 성장해 온 기업이 지역사회를 위한 공헌사업으로 이것이 최선일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사실, 울산은 기업도시로서 받는 '위협'도 적지 않다. 의도치 않은 위협이겠지만, 언제 어디서 터질지 예측 불가능한 산업안전사고, 각종 산업폐기물과 폐수에 의한 오염 우려, 이에 대한 사회적 처리 비용, 기업 공장용지로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다수의 이주민, 예전에 비해 개선됐다고는 하나 여전한 유해물질 배출에 따른 대기오염 등등. 기업의 사회공헌사업이 진정성을 갖고 도시발전 계획과 맞물려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해외기업, 환경·안전 등 사회전반에 책임감
지자체와 더불어 지속가능한 공헌활동 펼쳐
기업-도시간 수요 파악 상생 네트워크 구축
도시발전계획 맞물린 장기적 사업 실천해야



기업은 단순히 지역사회를 바탕으로 공장을 가동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역할 이상의 존재이유를 설명하는 핵심가치를 갖고 있다. 기업을 둘러싸고 있는 외부환경과 어떤 관계를 설정하는가의 문제가 대표적이다. 기업은 외부와 단절돼 성장할 수 없기에 사회공헌활동을 확대·강화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이벤트성 사회공헌활동이나 일회성 사회환원사업에 그치는 경우가 다수라는 점에서 아쉽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울산은 무엇보다 기업에서 발생하는 산업사고와 산재, 환경 관련 문제로 불안에 떨고 있다. 그런 점에서 기업이 지역사회의 이슈와 현안에 장기적인 관심을 갖고 해결 의지를 보일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지역과 기업이 제대로 상생하며 발전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해외도시와 기업의 사례를 통해, 세계적으로 성장한 기업들이 각 도시에서 100년 안팎의 역사를 거치면서 상생을 이끌어낸 비결을 살펴보고, 울산형 해법을 찾아보자. 

# 안전 최우선주의 '듀폰'
세계적 화학업체 듀폰은 1802년 미국의 델라웨어주 윌밍턴에서 화약공장으로 시작한 오래된 기업이다. 다양한 화학제품을 생산하는 화학회사를 거쳐 지금은 생명을 접목한 다국적기업으로 성공했다. 당초 화약제조 공장으로 사업을 시작한 듀폰은 초기만 해도 공장에 안전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이에 듀폰은 직원에게 안전이 최우선 가치임을 강조하기 위해 공장 한가운데 자신의 집을 지었다. 1818년 3월 19일 직원 실수로 공장에 큰 화재가 났고 모두 40여 명이 사망했다. 듀폰의 가족도 부상을 입었다. 이후 듀폰은 사무실에서 펜을 놓을 때도 뾰족한 부분이 아래를 향하도록 하는 등 안전을 조직의 핵심가치로 삼았다. 급기야 공장은 다른 어떤 지역보다 안전지대로 손꼽히게 됐다. 세계적 화학업체로 발돋움한 듀폰은 지금 '안전' 대표기업으로 세계인에게 각인되고 있다. 

# 환경투자 아끼지않는 '바이엘'
해열제 '아스피린'으로 유명한 바이엘그룹은 유럽에서는 친환경기업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독일 레버쿠젠에 본사를 두고 있는 바이엘사는 지난해 기준 세계 291개 지사에 11만 명의 직원을 거느리는 다국적 제약·화학기업으로 탈바꿈했다. 바이엘이 이처럼 거대 기업으로 클 수 있었던 것은 지속가능한 성장 원칙에 근거해 사회·도덕적으로 책임있는 기업이 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기 때문이다. 특히 바이오 중심 기업 특성상 환경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은 것이 바이엘의 핵심 사회공헌활동이다. 생산공장에서 발생하는 오·폐수는 물론, 레버쿠젠에서 발생하는 생활·공업하수까지 모두 바이엘의 정화시설을 거쳐 라인강으로 내보낸다.
 바이엘 공장에서 나가는 모든 하수는 미생물 등을 이용한 몇 단계의 정화과정을 거치게 돼 있다. 라인강에 최종적으로 내보내는 물은 물고기가 살 수 있을 정도로 깨끗하다. 또 폐수에서 걸러진 찌꺼기는 핵폐기물 수준으로 밀봉·보관하기 때문에 환경파괴에 대한 우려가 전혀없다. 바이엘의 이 같은 환경에 대한 지역사회 사회공헌으로 레버쿠젠은 기업도시 모범사례로 꼽히고 있다. 

# 소음·냄새·가스 철저 관리 '바스프'
역시 독일 루드비히스하펜 시에 위치한 150년 전통의 국제적인 화학기업 바스프. 공장 면적이 무려 10㎢로, 축구장 1,400개 규모다. 단일 화학공장으로는 세계 최대다. 바스프 공장은 도심 한가운데 자리해 있고, 바로 옆에 주택가가 형성돼 있다. 그럼에도 악취나 소음공해에 대한 민원이 거의 없다. 회사 자체에 환경관리센터를 운영, 소음, 냄새, 배출가스를 철저히 관리하기 때문이다. 냄새·소음뿐 아니라 배출되는 가스까지 측정하고, 냉각수의 pH 농도와 온도도 종합 관리하고 있다.
 처음 바스프가 설립된 곳은 루드비히스하펜 인근 마하나임 시였다. 150년 전 설립 당시에 마하나임은 제법 규모를 갖춘 큰 도시였고, 루드비히스하펜은 작은 시골마을에 불과했다. 마하나임에서 화학공장 설립을 반대해서 라인강 건너편으로 옮기게 된 것이다. 바스프의 친환경 기반 성장 덕분에 루드비히스하펜이 시골 마을에서 세계적 도시로 성장해 마하나임을 압도하고 있다.  

# 산림관리 팔 걷은 '도요타'
일본 열도 중부에 위치한 도요타시. 기업 이름이 지역명칭으로 바뀐 곳은 전 세계에서 이 곳뿐이다. 도요타시의 옛 이름은 100년간 '고로모'였다. 하지만 1958년 주민투표를 거쳐 도요타시로 개명했다.
 탄생부터 협력이 불가피한 도요타시와 도요타자동차. 기업과 지역이 상생하고 있는 도요타기업의 가장 눈에 띄는 사회환원사업은 산림관리다. 도요타 자동차는 산림키퍼라는 조직을 통해 시가 속한 아이치현의 산림을 통합 관리하고 있다. 일본은 2차 대전 패전 이후에 조림사업을 많이 했다. 그런데 나무의 수입 규모가 점차 늘면서 산림업자들이 나무를 가꿀 필요가 없어졌다. 이후 산림이 방치되자, 도요타가 기업의 사회적 책임 차원에서 팔을 걷어붙인 것이다. 이와 함께 자동차를 전시하는 도요타박물관, 도요타의 모태산업인 섬유장비 등을 전시한 나고야 산업기술기념관 등을 설치해 지역 관광 산업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 

# 폐기물 100% 재자원화 '아사히맥주'
아사히맥주의 일본 공장은  쓰레기통이 없는 것으로 유명하다. 일본 내에 있는 공장 9곳에서 '제로 에미션(폐기물 100% 재자원화)' 시책을 펴고 있는 아사히맥주에는 쓰레기통 대신 분리수거함만 있다. 공장의 생산라인에서 배출되는 각종 부산·폐기물은 모두 새로운 자원으로 재활용하는 것이다.
 부산물 중 가장 많은 양을 차지하는 몰트피드(맥주의 주원료인 맥아 껍질)는 자체 가공공장에서 양질의 사료로 만드는데, 영양분이 풍부해 축산농가에서 선호하고 있다. 맥주의 발효·숙성과정에 들어가는 효모의 잉여분은 의약품과 식품조미료로 재탄생되고 있다.
 폐기물 재자원화에 관한 연구는 아사히연구개발센터 몫이며, 골판지·재생지·도로포장재 등 다양한 재활용품을 생산하고 있다. 폐수처리 과정에 발생하는 침전물조차 재활용 자원으로 쓰며 직원 유니폼도 수거한 플라스틱을 재활용해 만든 제품이다.

# 기업, 지역사회 이슈·현안 관심가져야
앞서 언급한 해외기업들은 환경과 안전, 도시기반시설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다하며, 지역사회 발전에 공헌한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일회적이고 이벤트성이 아닌 기업의 사회공헌사업으로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대목은 울산에 많은 것을 시사한다. 울산은 지금 성장한계에 직면했다. 기업의 사회공헌사업이 기존 방식에서 탈피해 도시발전계획과 맞물려 시너지 효과를 내는 방식으로 진화하는 것이 지속가능한 울산으로 가는 한 방법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갖는 시점이다.
 울산발전연구원 강영훈 책임연구원은 "지역과 기업의 상호협력을 통한 상생은 이제 도시발전의 필수요건"이라면서 "도시와 기업 간 파트너십 구축을 통한 사회공헌활동이 적극 추진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특히 사회공헌활동이 '자선'에서 '상생'으로 변화되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산업안전, 환경, 사회발전 등을 의제로 협력 네트워크 구축에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책임연구원은 이같은 정책을 수행하려면 첫단계로 협의체 구성을 통한 지역과 기업의 수요를 파악하고, 이어 단계별 사업선정, 실행계획 수립 및 사업수행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과정에서 행정기관, 기업, 관련단체 등이 역할을 제대로 분담하고 실행에 옮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강 책임연구원은 결국 '지역사회와 기업의 상생'과 같은 개념인 '기업의 사회공헌을 통한 지역사회와의 동반성장 실현'을 위해서는 기업이 지역사회의 이슈와 현안에 장기적인 관심을 갖고 해결 의지를 갖는 것이 중요한 관건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김미영기자 myidaoh@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