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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울산에 이주하고싶게 만들어야

각종 경제지표 전국 상위권 불구
외지인은 여전히 공해도시 선입견
혁신도시 수천명 몸만 거주 태반

교육·문화 기반 구축 치안불안 해소
시정·사업 등에  참여시킬 제도 필요
연령별·직업별 세분화 대책도 지적

도시 정체성을 바다와 항구 등 개방성에서 찾은 부산, 목포처럼 울산 역시 개방을 빼놓고 현재를 논할 수 없는 도시다. 고대 신라 무역항에서, 조선 전기 대(對)일본 개항장까지, 과거 국제무역의 중요한 항구였던 울산은 현대에 와서도 올해 초 경기도에 국내 수출 1위 자리를 내주 전까진 최대 수출도시였다.
개방은 숙명과도 같아, 울산은 1960년대 국가의 공업센터지정 이후 산업도시로 탈바꿈하며 외지인 유입이 급격히 늘었다. 가장 최근 자료인 2010년 인구조사 결과를 보면, 지금도 울산 토박이는 120만 전체 인구 중 44%에 불과하다. 결국 울산은 토박이보다 오히려 많은 56%의 다양한 배경을 가진 다원적인 이주민들로 이뤄진 도시인 셈이다.
게다가 최근 울산 혁신도시 이전 공공기관들이 제모습을 갖춰가고, 유니스트의 과기원 전환, 테크노산업단지  조성 등으로 전에없이 외지 전문가 유입이 늘게 됐다.
특히 대학이 적어 자체 우수 인력확보가 어려운 상황에서 이들 '新울산인'의 수혈은 울산의 미래 발전과 직결된 핵심과제로 떠올랐다. 그러나 우리는 아직 이들을 울산의 새 동력으로 삼지 못하고 있다. 제조업 경제가 침체하고 고부가가치 산업으로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인식은 시민사회에 이들을 울산의 신성장동력으로 삼자는 공감대는 형성했지만, 현실적인 여건들은 이를 가로막고 있다.
특히 아직까지 '新울산인' 대다수는 '몸은 울산, 마음은 여전히 서울(혹은 고향)'인 상태다. 하루빨리 이들이 울산을 제2의 고향으로 생각하고 지역사회에 안착시킬 상생방안이 절실하다. 그들이 이전을 꺼린 과거를 가졌다고 색안경을 낄 필요는 없다. 이들을 그렇게 만든 건 적극적으로 이들을 끌어안기 위한 정주환경 조성과 외부 인식개선 등 울산의 노력이 부족했던 부분도 분명 있기 때문이다.
결국 관계기관들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에 본보는 울산에 새로운 둥지를 튼 신울산인들을 끌어안기 위한 우리의 노력, 공공기관의 자세, 이들에 대한 행정당국의 비전을 기획시리즈로 다룬다. 편집자

# 살고싶은 국내도시 선호도 꼴찌
남녀 관계에서도 첫 인상이 중요하듯, 도시에 있어서도 첫 인상은 중요하다.
 많은 신울산인들은 울산에 대한 첫 인상을 공해도시 혹은 산업수도, 부자도시를 꼽는다.
 실제 지역내총생산(GRDP) 6년 연속 전국 1위. 전국 15개 광역시·도 종합경쟁력 1위(한국공공자치연구원·2014). 광역지자체 경제상태 만족도 2위(서울대 행정대학원, 중앙SUNDAY·2014)등 경제지표를 기반으로 한 통계에선 늘 울산의 독주가 이어진다.
 그럼에도 얼마전 한국갤럽이 청소년이상 1,7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한국인이 살고 싶은 국내 도시' 조사에서 울산은 충격적이게도 꼴찌를 기록했다. 서울을 비롯해 부산, 대구, 인천, 대전, 광주, 제주 등 17개 주요도시 중 선호도면에서 최하위를 기록한 것이다.
 경제적으론 분명 잘 살고, 실제 시민 인식도 긍정적인데(한국공공자치연구원 행복도 조사 2위·현대경제연구원 시민 행복지수 조사 3위 2015), 여전히 외부 시선은 그보다 좋지 못하다.
 다행인 건 울산에 막상 와보면 생각이 달라진단 점이다.
 울산에 둥지를 튼 한국산업안전공단 안전정책실 강호경(39) 과장은 "첫 인상은 공업도시였지만, 살아보니 그동안 안 좋았던 이미지를 태화강과 환경친화적 공원조성, 문화공연 확대 등으로 많이 개선된 것 같다. 이번 여름에도 다양한 음악페스티벌을 보러 갈 생각"이라고 했다.
 울산이전기관노동조합대표자협의회 박진우 의장도 "울산하면 매연이미지가 강해 환경도 안 좋고, 노동의 메카란 생각을 했다. 막상 와보니 좋은 것만 보였다. 태화강 십리대밭은 정말이지 인상이 깊었다"고 밝혔다.
 실제 시민 체감 정주환경도 양호하다. 서울대 행정대학원과 중앙SUNDAY의 주거환경 만족도 조사에서 울산은, 1위 제주, 2위 광주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 울산이주 가장 큰 걸림돌 교육·치안
그러나 같은 조사에서 보육여건과 치안 등의 만족도는 높지 않다. 아이 교육문제는 신울산인이 울산 이주에서 겪는 가장 큰 고민거리이자, 울산 시민이 늘 개선을 바라는 부분이다. 특히 보육여건의 경우 기초지자체 중 울산 남구가 40위, 중구는 83위에 그쳤다.
 치안만족도의 경우 아예 최하위를 기록했다. 공단 지역과 외지 근로자가 많은 지역 특성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되는데, 실제 울산은 경찰청이 자체 조사한 체감 안전도에서도 16개시도 중 가장 낮은 평가를 받았다.
 문화·여가생활 역시 많은 수도권 이주인들이 꼽는 문제다.
 인천에서 발령을 받아 울산에 온 박정미(33)씨도 "울산 온지 만 2년인데, 문화생활 즐기기가 참 어렵다. 공연도 부산, 대구에 비해 인프라가 작고 명색이 광역신데 아쉬울 때가 많다. 돈만 벌고 쓸 줄 모르는 도시로 생각될 정도다. 울산은 외지인이 참 많은데, 이들이 정착하고 싶은 도시로 만드는 게 큰 과제 같다"고 말했다.
 외지인들은 또 지하철이 없고 광역시 중 버스공영제가 유일하게 시행되지 않는 등 대중교통도 불편하다고 입을 모은다.
 
# 토박이-이주민 모두 이해와 양보·희생 필요
특히 우정혁신도시의 경우 아직도 거주환경이 제대로 정비되지 않아 이전기관 직원들이 현실적인 불편을 겪고 있다.
 울산대 김재홍 행정학과 교수는 "생활여건이 충분히 갖춰진다해도 수도권에 자녀 학교와 배우자 직장이 있을 경우 동반 이전이 쉽지 않은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일단 혁신도시 내 교육, 편의시설 등 정주여건을 충분히 갖추고 동반 배우자의 이직 알선 등 울산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한 뒤 정착을 촉구하자. 정주여건이 개선되면 10년 후 공공기관 사택이 남아돌 정도로 정착이 이뤄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처럼 창조적 인재가 울산에 정착할 수 있는 교육, 의료, 문화 등의 정주여건을 갖추는 것이 중요한 가운데, 전문가들은 정책상 신울산인들을 정치 공천이나 시정 및 주요 사업에 참여시키는 노력이 지금보다 더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허영란 울산대 역사문화학과 교수는 "울산은 지금 어느때보다 새로운 사람과 새로운 가치 등 자원이 늘었음에도 이를 원동력으로 삼지 못하고 있다. 외지인들은 외지인대로 소외돼 있고, 본토 사람들은 그들대로 외지인이 우리와 다르다고 생각한다. 이런 생각을 단번에 바꾸기란 어렵다. 이들을 끌어안는 과정에 현실적인 이권과 사회적 구조 등이 깔려있기 때문에 이것을 깨기 위해선 양보와 이해, 희생이 필요하다. 이에 먼저 제도적으로 외부 사람들을 각종 사업에 참여시킬 수 있는 제도개선이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구체적인 해결방안으로는 "위원회 등 논의의 자리를 만들 때 배경과 경험이 다른 사람들이 서로 다른 얘기를 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 수 있도록 의무적으로 외부 전문가 등을 넣는 등 제도력 배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현욱 울산발전연구원 연구기획실 박사는 "울산에 유입된 외지인들을 연령대나 직업별 등으로 세분화 해 이들에 대한 맞춤 대책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예로 향후 저출산, 고령화 문제 해결에 도움이 클 젊은 여성층의 경우 이에 맞는 출산장려책이나 문화공간 확대처럼 유입인구를 보다 면밀히 파악한 수요맞춤형 대책마련 등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주영기자 uskj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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