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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 제285호 반구대 암각화가 자맥질을 반복한 지 딱 50년이 됐다. 암각화는 1965년 사연댐이 축조된 이후 물속에 잠겼다 드러났다 하면서 풍화침식에 시달려왔다. 울산시가 문화재청과 줄다리기 끝에 이끌어낸 타협안이 '가변형임시물막이'다. 여기까지 꼬박 10년이 걸렸다. 그런데 공방은 끝나지 않았다. 과연 물막이가 제역할을 할 것인가가 새로운 쟁점이다. 일부 수리전문가들이 안전성 문제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전초전을 시작했다. 급기야 모형까지 제작했고, 직접 누수 현상을 보여주며 그간의 논리를 증명하려 하고 있다. 기술용역업체도 대외비였던 특수공법까지 공개하고 정면반박하면서 날선 대립각이 형성됐다. 이제 겨우 모형 제작 단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준비하는 암각화 연계사업이다보니 신중을 기해야하는 것은 당연하다. 게다가 본공사비는 100억원이 넘어갈 것이라니 이론적인 검토가 충분히 전제돼야한다는 것에도 이견은 없다. 다만 물막이도 아니고, 이를 검증하기 위한 모형 설치를 앞두고 다루기에는 너무 무거운 주제라는 것도 사실이다.

 게다가 물막이는 성공한다해도 고작 10년 간다. 영구 보전방안을 찾기 전까지 취해지는 응급조치일 뿐이다. 정작 핏대를 세워야할 문제는 따로 있다는 얘기다. 임시물막이가 성공하든 그렇지 않든 간에 하루빨리 암각화 영구보전하는 방안을 찾는 길이 그것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 인구 120만인 울산은 식수원을 확보해 사연댐의 저수율을 낮춰야한다. 그런데 경북 청도 운문댐 물을 공급받는 울산권 맑은 물 공급사업이 전혀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만큼, 이는 사실상 어려운 일이다. 그러니 일단 물막이가 '문화재인 암각화 훼손하지 않고 한시적인 장치여야한다'는 문화재청의 조건을 유일하게 충족했다는 것에 초점을 두자. 과연 암각화를 건져낼 수 있을 것인가는 모형실험 뒤에 논의해도 충분하다. 물막이 수순을 밟다보면 어느 단계에선가 암각화의 자맥질을 멈출 항구책이 아니라는 것이 입증되고, 이를 거쳐야 생태제방을 다시 끄집어내 논의하는 등 암각화를 영구히 건져내는 길이 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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