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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측 "적자 극복에 노사 역량 결집하자" 임금동결안 제시
노측 "검토가치 없다" 즉각 거부 오늘부터 준법투쟁 나서

현대중공업 노사가 올해 임금협상을 두고 장기 레이스를 예고하고 있다. 지난 27일 열린 12차 교섭에서 사측이 임금조정안을 노조에 전달했는데, 노조는 이를 두고 '검토할 가치도 없다'며 즉각 거부했다.

 사측이 제시한 임금조정안의 핵심은 '동결'이다. 호급 승급분 2만 3,000원 외 임금 인상은 없다고 못박았다. 다만 생산성 향상 격려금 100%와 안전 목표달성 격려금 100만 원, 상여금 지급시기 변경 등을 조건으로 내세웠다. 사측의 이 같은 조정안 제시 배경에는 지속된 적자 경영이 배경으로 작용했다.

 사측은 "지난해 사상 최대 적자를 기록한 후, 모든 구성원들이 이를 만회하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전개했음에도 불구하고 경영상황이 호전되지 않는 점을 회사는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지금은 우리가 처한 현실을 정확히 인식해 현재의 위기상황을 극복하고 적자를 최소화 하는데 모든 역량을 쏟아 부어야 할 상황"이라고 노조를 설득했다.

# 휴가 전 타결 사실상 불가능
그러나 노조는 이를 즉각 거부했다. 노조 요구안과 사측 제시안의 큰 간극 때문이다. 노조는 앞서 임금 12만7,560원 인상(기본급 대비 6.77%), 직무환경수당 100% 인상, 고정성과급 250%+α, 노후연금 현실화, 사내근로복지기금 출연 등을 요구한 바 있다. 

 노조는 즉시 대의원간담회를 열고 새로운 조정안을 내놓을 것을 회사에 요구했다. 노조의 한 관계자는 "이번 조정안은 검토할 가치조차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조합원들이 수용할만한 안을 추가로 제시할 것을 회사 측에 요구했다"고 밝혔다.

 노조는 29일부터 전체 조합원을 대상으로 정시 출퇴근, 연장근로 거부, 사내 서행운전 등 준법투쟁에 나서기로 했다. 이어 30일 정오에는 쟁의대책위원 전원이 나서 본관 앞에서 항의시위를 벌일 예정이다.

 노사 간 입장 차이가 극명하지만 봉합의 여지는 많지 않다. 사측은 2013년 4분기 이후 7분기 연속 적자를 보는 위기 경영 상황에 모든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등 동종 업체가 임금을 동결하는 상황에서 노조의 임금 인상 요구안은 터무니 없다는 입장이다.

# 양측 입장차 극명 장기전 불보듯
회사가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 속에서도 그나마 격려금을 지급하려 하고, 상여금 800% 중 300%를 월할 지급(25%/월)하려는 것도 조합원들의 가계 안정을 위한 최선책이라는 것이다. 노조는 압박을 통해 사측의 수정안을 이끌어 낼 수 있다는 분위기지만 상황은 그다지 긍정적이지 않다.

 사측의 관계자는 "지금으로서는 사측이 수정안을 제시할 여력이 없고, 또 이유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노사 간 교섭에서 간극을 좁히지 못할 경우 지난해에 이어 결국 파업 사태를 겪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지난해 벼랑 끝 교섭을 타결한 노조 입장에서는 강성 대의원의 눈치를 봐야 하고, 사측마저 타협의 여지를 보이지 않고 있는 탓이다.

 사측도 노조의 파업 카드에 더 이상 끌려다니지 않겠다는 게 내부 방침이다. 노조는 지난해 4차례 파업을 벌였지만 파업 참여 인원이 최대 1,500여 명으로 사실상 공정에 지장을 주지 못했다.

 다만 사측이 조합원 민심을 달래기 위해 고육지책으로 수정안을 만들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지만 실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일선 조합원 분위기도 지난해와 사뭇 다르다. 대우조선해양 사태 등을 직접 목격한 만큼 조선경기 침체의 심각성을 체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 노동계 한 전문가는 "중공업 노조의 강성 노선과 글로벌 조선 경기 침체가 명분 싸움을 벌이는 형국"이라며 "결국 현대중공업 올해 임금 협상도 장기전으로 갈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지혁기자 uskj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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