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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의 산과 숲에 낙서(落書)하듯 쉽게 생각하고 나무를 심거나 시설을 조성했다면 지금이라도 아깝다 생각 말고 지워야 한다. 물론 지금 계획하고 있다면 철회하고 다음 세대로부터 숲을 잠시 맡고 있는 조상의 기본 도리에 어긋나지 않도록 보존해야 한다. 
 지난달 16일과 17일 양일간 광주광역시의 도시숲 조성 및 복원에 관한 연수가 있어 참석했었다. 때마침 영남지역을 제외한 전국이 폭설이 내렸던 날이다. 1187번 버스가 가는(무등산 1,187m 높이와 같은)무등산은 울산의 문수산(599m)과 여러 면에서 비슷했다. 개발제한구역이고 90%가 사유지라는 점이다. 무등산에는 몇 년 전부터 정상부근에 군부대를 철수시키고 그 자리를 다시 주변의 산림과 같은 곳으로 복원했다. 또 원효사 부근의 산장과 식당을 철수시키고 그 자리에 주변의 숲에서 자라는 나무들로 간격만 맞춰서 자연스러운 숲을 조성했다. 식당이나 주택에서 심어놓았던 나무들은 뽑아 이식하거나 이식이 안 되는 것은 베어냈다. 그 나무는 숲에서 원래 자라던 나무가 아니기 때문이다. 더 아래쪽의 도로가에 심어져있던 개나리를 뽑아냈다고 했다. 이 또한 이 숲과 산에 있지 않았고 도로아래쪽의 숲 경관을 막고 있기 때문에 아깝지만 제거했다고 전했다. 그야말로 산에 잘못 그려놓은 '낙서'를 지우고 있는 셈이다.
 우리 지역은 어떠한가? 임도양쪽에 심어놓은 왕벚나무, 단풍나무 가로수를 심어놓고 있다. 산봉우리나 아래쪽 경치를 볼 수 있는 곳에 심어놓은 단풍나무나 느티나무는 위치를 잘못 잡은 '낙서'라고 할 수 있다. 한편 강가의 경치를 막고 심어놓은 가로수들도 마찬가지다.
 신라시대 사찰의 경내 조경수들도 외래종이거나 사찰주변 숲에서 볼 수 없는 수종들이 많다. 이는 전통사찰의 건축양식인 주변 숲과의 어울림과 조화에서 어긋난다. 또한 사찰을 찾는 학생이나 시민들은 그 나무가 그 시대부터 있었던 것으로 착각과 오해를 할 수 있다. 잘못 심어진 나무들은 아깝더라도 뽑아서 다른 곳으로 옮기거나 베어버리고 다시 심으면 되지만 개발정책으로 인해 파괴되고 헐려나가는 숲에 하는 '낙서'는 지울 수가 없기에 더욱 신중해야 한다.
 전임군수시절 '케이블카 건설'이 잘못된 낙서임을 깨닫고 자진철회하면서 신불산을 깨끗한 상태로 보존해온지 몇 년 되지 않아 다음 군수가 또 다시 '신불산에 케이블카를 건설하는 낙서'를 계획하고 있어 안타깝다. 지난 군수시절 추진하던 장소보다 녹지자연도(8등급 이상), 멸종위기 및 보호동식물의 서식 종류나 분포도 많음을 보고서에서 제시하고 있다. 케이블카 건설로 인한 경관훼손이 심하게 일어날 수 있음을 전문가들도 덧붙여 지적하고 있다. 따라서 울주군은 2004년 환경부의 케이블카 건설지침에 따른 '건설불가' 지역임을 깨닫고 '낙서를 하기 전에 지우길' 간곡이 바란다. 필자는 지난 97년 '독도 전망'을 위한 울릉도 도동의 케이블카 공사현장을 가보았다. 30평짜리 건물을 짓기 위해 300평 가까운 산림이 훼손되고 계곡 하나가 토사유출로 사라진 상태였다. 울주군에서 계획하고 있는 노선지역을 답사한 결과 울릉도 도동보다 더 급박한 경사지역이고 산림도 울창할 뿐 아니라 경관적으로도 경부고속도로, 간월산, 영취산, 가지산에까지 미치는 악영향이 있을 것으로 판단됐다. 또한 상부정류장에서 신불산정상으로 가는 칼바위, 공룡능선으로 노약자를 비롯한 일반시민이 가기에 위험한 상태이다. 이것을 방지하기위한 데크를 설치하는 등 등산로개설사업을 한다면 이 또한 경관과 자연환경을 망치는 낙서 중에 가장 큰 낙서가 될 것이다.
 이제는 숲에 함부로 했던 낙서를 과감하게 지우고 후손에게 줄 숲은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그대로 넘겨줘야하는 의무를 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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