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나라 안 청년실업 문제가 대란 수준이다. 대학을 나와 일을 하고 싶어도 일자리가 없어 노는 청년이 전국에 110만 명을 넘어섰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청년실업은 세계적인 현상이지만 우리나라에선 유독 심각하다. 청년실업률이 10%를 훌쩍 넘은 상황이다. 단순 비교하면 울산시민 전체가 제대로 된 돈벌이를 못하고 알바나 백수로 연명하고 있는 셈이다. 청년실업은 결혼 포기로 이어지고 이는 결국 저출산·저성장을 심화시키고 다시 고용여건을 악화시키는 악순환의 고리를 만들고 있다.

 이렇다보니 20대 취업에 성공하면 선망의 대상이 되는 세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항간에선 20대를 가리켜 취업과 결혼, 출산을 포기한 '3포 세대'라 했다. 그런데 N세대답게 '포기'도 업그레이드가 빠른지, 지금은 '7포 세대'란다. 3포에 연애, 인간관계, 주택, 꿈이 추가됐다. 우리 청년들이 처한 상황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신조어다.

 청년실업이 심각하기는 기업도시 울산도 매한가지다. 6월 말 기준 울산의 청년실업자는 모두 9,000여 명에 달하고 실업률은 10.6%를 찍었다. 이는 전 분기 10.8%보다는 소폭 떨어졌지만, 지난해 3월 말 7.6%를 기록한 이후 청년실업률은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단의 대책이 나오지 않을 경우 울산도 청년 고용절벽을 피할 수 없을 거란 전망이다.

 물론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한 정부가 청년 고용대책을 마련하는 등 백방으로 뛰고 있다. 지난달 27일에는 오는 2017년까지 청년 일자리 기회 20만개를 만드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청년실업 대책을 발표하고 공공, 민간부문의 이행을 독려하고 있다. 하지만 수출부진에 내수침체까지 겹치면서 꽁꽁 얼어붙은 고용시장이 정부의 뜻대로 움직여줄 지는 미지수다.

 정부가 내놓은 청년실업 해소를 위한 핵심 대책은 '임금피크제'다. 일자리 나누기(work sharing)의 한 형태로, 일정 연령 이후 업무능력이 떨어지는 장기근속 직원에게 임금을 줄이는 대신 고용을 유지하는 능력급제의 일종이다. 국내에는 2003년 7월 신용보증기금이 처음으로 도입됐다. 내년부터 기업체 정년이 60세로 연장되면 가뜩이나 막힌 청년 일자리 사정이 더 악화되는 점을 감안, 일정 연령대부터 임금을 줄여 그 여윳돈으로 청년 고용을 늘리자는 게 이 제도의 도입 취지다. 물론 교원 명퇴 확대나 중·대형병원 간호사 채용, 대기업의 직업훈련, 인턴 확대 등과 같은 대책들도 있지만 특수 인력에 국한된다는 점에서 실효성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정부는 이들 대책에 더해 취업 중심의 학과 개편 등 대학 구조조정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취업이 잘되는 학과를 늘린 대학에 재정지원을 확대하겠다는 것인데 인문계열 축소와 불이익이 우려돼 실제 시행까지는 적지 않은 논란이 예상된다.

 자연히 관심은 '임금피크제'로 쏠리는 분위기다. 정부는 우리의 아들과 딸을 위한 제도라며 기업체에 도입을 권장하고 있다. 공공부문에 우선 추진하고 내년부터는 지방공기업에 시행이 의무화된다. 하지만 여건은 결코 녹록치 않다. 정부는 빨리 시행하라고 안달인데 노동계는 눈에 불을 켜고 반대다. 청년실업 문제는 시급히 해결할 사안이라는 데는 동의하지만 왜 그 부담과 희생을 노동자들만 져야 하느냐고 강변한다. 수 조원씩 사내유보금을 쌓아놓은 대기업들이 먼저 성의 있는 자세와 책임감을 보여야 한다는 게 노동계의 입장이다. 노동계는 청년실업 대책의 트레이드마크가 된 '임금피크제' 실효성에도 의혹의 시선을 던진다. 이미 이 제도를 시행중인 공기업 등의 청년고용 실태에 대한 자료를 내놓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효과가 있었다면 정부가 먼저 내놓을 건데 그렇지 않은 건 뭔가 석연찮은 구석이 있기 때문이란 얘기다.

 문제는 전문가들도 임금피크제가 근본적인 청년 일자리 대책이 못 된다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이번 청년 고용대책을 통해 공공부문에서 4만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했지만 대부분 현실과 동떨어지거나 질 낮은 일자리라는 지적이다. 임금피크제로 확보할 수 있는 인건비는 초임 월급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고 시간제 공무원이나 어린이집 보조교사 등은 저임금의 비정규직만 양산하는 꼴이 될 거라는 얘기다. 민간부문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1인당 연간 540만원인 채용지원금을 받기 위해 고용을 늘릴 대기업이 있겠느냐는 것이다. 또 해외일자리 확보나 중견기업 인턴 채용도 청년들을 일자리 소모품으로 내모는 격이 될 거란 비판이다. 차라리 이럴 바엔 민간 기업에 향후 3년간 '청년고용할당제'를 도입하는 등 더 과감한 대책을 만들어야 했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결국 '임금피크제'로도 청년취업난을 막을 수 없다는 얘기다. 결국 정부의 이번 대책과 연계한 울산시의 인턴 확대도 다를 게 없는 셈이다. 침체된 경제는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닮아가고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믿을 게 못된다니 우리의 20대 '7포 세대'는 또 무엇을 포기해야 한단 말인가. 답답한 노릇이다.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