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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의 핵심 상권인 남구 삼산동에도 18년 동안 흉물로 방치된 폐건물이 있다. 화상경마장을 추진하다 사업이 중단된 옛 코오롱 건물은 각종 이해관계가 얽혀 남구 입장에서 골치덩이다. 이 건물의 부지는 지구단위계획 상 공공시설인 시장시설로 제한돼 있어 다른 용도로는 사용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방치될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최근 세민병원에서 이 건물을 공매로 낙찰받았다는 소식이 들렸다. 부지를 사들인 법인 측은 잠정적으로 이 부지에 병원 시설을 유치할 계획으로 알려지고 있다. 유력한 계획안은 내과 전문 종합검진센터 설립이다. 그러나 이 부지에 병원 시설만 들어서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시장 시설로 실시계획 인가를 받은 상황이어서 이를 취소한 뒤 지구단위계획을 변경해야 하는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이 과정이 쉽지 않은 탓이다. 관련 법에 따르면 지구단위계획 변경을 위해서는 삼산 지구 주민 2/3 동의를 거쳐 주민제안 신청을 해야 한다. 이후 도시계획위원회의 주민 제안 타당성 심의를 받아야 한다. 삼산지구 주민의 2/3 동의를 구하는 과정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주민들은 일단 병원이 들어서는 것에 찬성하는 분위기다. 상권이 활성화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어느정도 깔려있다. 남구나 시 입장에서도 이 건물을 어떤 방식으로든 활용해야 한다는데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문제는 행정의 유연성이다. 도시계획은 말 그대로 주민들의 삶을 윤택하게 하기 위해 세우는 장기적인 계획이다. 관련 법만 따져서는 주민들의 요구나 시대 흐름의 변화에 제대로 대처할 수 없다.
 행정기관에서 주민들과 머리를 맞대고 좀 더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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