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바위 전망대에서 바라본 오룡산.


# 왜군 맞선 의병들의 숨결 깃든 '단조성'
단조산성은 임진왜란 당시 일본군의 북상을 저지하기 위해 의병장 신광윤을 중심으로 의병들이 축조한 산성이라고 전한다. 붉을 단(丹), 새 조(鳥)자를 써서 단조, 즉 단조는 봉황(鳳凰)을 뜻하고 산의 지형적 특성이 마치 봉황의 머리를 닮았다 하여 단조산성이라 부르게 되었다는 설이 있다. 단조산성은 너무나도 슬픈 사연이 전해져 오는 곳이기도 하다. 왜군들에게 쫓긴 당시 의병들의 처절한 역사의 숨결이 스며있는 곳이다. 왜군의 기습공격으로 끝내 성을 빼앗기자 의병들은 남쪽으로 후퇴하여 지금의 시살등에서 왜군에게 무수한 화살을 쏘면서 저항했지만 모두 장렬하게 최후를 맞이한다. 시살등이라는 이름도 당시의 사건으로 말미암아 부르게 되었다고 전한다.

원시의 모습 간직한 통도골·도터진골
능선 곳곳 여름철 진귀한 야생화 향 솔솔
전망 좋은 바위봉 많아 산세 감상 일품


 시살등에서 가지고 온 차를 감안하지 않는다면 하산 길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가 있다. 가장 짧은 거리로는 왼쪽으로 0.4㎞정도 내려가다가 한피고개에서 우청수골로 내려가는 청수골 방면과 영축지맥을 따라 죽바우등에서 백운암으로 내려가는 길 등 다양한 하산 길을 택할 수 있다. 또한 죽바우등-체이등-함박재-영축산으로 이어가는 길목이기도 하다.  
 오른쪽 오룡산 방향으로 가보자. 시살등에서 오룡산으로 이어지는 등로는 몇 군데의 너덜 길을 제외하고는 순탄한 산길로 군데군데 조망처가 뛰어나다. 곳에 따라 순식간에 밀려드는 안개무리에 환호하며, 끝없이 펼쳐지는 양산들녘, 깎아지른 듯 한 바위절벽, 곳곳에 피어있는 원추리군락들이 정말 아름답지 아니한가?
 1, 2봉 능선을 지나면 등산로 옆으로 조그마한 토굴을 발견할 수 있다. 밖에서 바라보는 굴(窟)의 높이는 1.5m정도이고, 길이는 3~4m정도로 굴 위쪽에서 물이 한 방울씩 똑똑 떨어지고 있다. 굴속에는 누군가가 갖다놓은 고무통에 물이 모아지고 있었다. 이처럼 높은 고지에 식수를 보충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이 있다니 신비로울 따름이다.
 이곳을 지나 조금 더 가면 토굴삼거리 이정표가 있다. 오룡산-1.5㎞, 염수봉-6.6㎞이다. 또한 이곳이 지도상에는 없지만 도태정골로 내려가는 길목이기도하다. 오룡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에는 여름철에 피어나는 야생화 꽃과 곳곳에 조망이 뛰어난 곳이 많다. 원추리, 산 개나리꽃, 바위채송화등을 비롯하여 이름 모를 꽃들이 지천에 피어있다. 얼마 후 오룡산 정상에 오른다.(시살등에서 1시간20여분 걸린다)
 

▲ 오룡산 정상표지석.
# 5개 봉우리 용처럼 굽이굽이
경상남도 양산시 원동면에 자리한 오룡산은 산봉우리가 5봉으로 용처럼 굽이굽이 생겼다하여 오룡산이라 부르기도 한다. 또한 옛날 통도사 구룡지 못에서 살던 아홉 마리 용(龍)중 다섯 마리 용이 통도사 남서쪽에 있는 산 너머 골짜기로 달아난 오룡골이 있는데, 그 골짜기 위에 있는 산이라 하여 오룡산이라 부르기도 한다.
 오룡산과 시살등은 영남알프스 10개의 봉우리 중에서 남쪽 끝 봉우리 부분에 위치하고 있으며, 능선에 암봉과 암릉이 많아 험준한 산세를 이루고 있다. 또한 여러 곳에 억새와 전망하기 좋은 바위 봉이 있어서 산행 내내 조망권이  좋아 즐거운 산행을 할 수 있다. 영남 알프스 최대의 계곡(골짜기-20㎞)인 배내골을 끼고 있어 주말과 휴일이면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통도사 방면의 골짜기들은 예전에 비해 오염되고 많이 훼손되었지만, 통도골과 도터진골(도태정골)은 원시의 자연을 아직 간직하고 있다. 통도골은 원동면 선리 새들마을에서 통도사로 넘어가는 가장 빠른 길이고, 도터진골은 깨침을 받은 골짜기라는 뜻이다. 두 골짜기는 산 아래로 내려오면서 하나로 합쳐져 통도-도터진골이라고 부른다.

# 사방으로 탁 트인 조망
정상에서면 사방으로 조망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정상은 약간 평평한 바위위에 정상석이 서 있다. 오룡산 정상은 다섯 봉우리 중 3봉에 해당된다. 정상석에서 북쪽으로 보면 오룡(五龍)에 속하는 5봉, 4봉, 1봉, 2봉이 연이어 솟아있다. 그중 1봉이 가장 높은(968m)봉으로 상봉이라 부르기도 한다. 그 너머로 시살등, 한피고개, 죽바우등, 영축산이 이어지고, 신불산과 가지산은 구름 속에 아련하다. 남쪽으로는 염수봉, 능걸산, 천마산 등이, 동쪽으로는 천성산과 정족산이, 서쪽으로는 향로산과 향로봉, 재약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오룡산 정상에 왼쪽으로 내려가면 양산시 외석/내석 마을, 통도사 자장암 방면으로 향하는 등로이고, 진행방향(오른쪽)으로 내려가면 도라지고개, 염수봉(816.1m)방면으로 이어지는 등로이다. 오른쪽 염수봉 방향으로 내려선다. 영축능선-13㎞ 이정표에서 도라지고개 까지는 1.3㎞다. 진행방향으로 5분가량 내려서면 왼쪽으로 탁 트인 전망대 바위도 만난다. 주변경관을 감상해가며 약간의 내리막길을 지나면 산길은 더욱더 걷기 좋은 길로 바뀐다. 길 주변에는 이름 모를 야생화가 지천에 깔려 있고, 원추리 서식지도 발견된다. 작은 습지를 지나면 산길은 더욱더 완만해지면서 도라지고개에 도착한다.


▲ 통도골의 선녀폭포.
 도라지고개에 대한 뚜렷한 전설이나 이야기는 전해지지 않으나 배내에서 양산시 상북면 내석마을과 외석마을로 넘어가는 고개가 도라지처럼 굽이굽이 꼬여서 넘어가는 고개이기 때문에 불린 것 같다. 도라지고개에서 길은 다시 여러 곳으로 나누어진다. 오른쪽은 배내골/장선마을, 왼쪽은 어곡/에덴벨리로 가는 등로이고, 염수봉 방면은 직진 하면 된다. 이곳에서 오룡산-1.3km, 염수봉-5.1km로 원점회귀를 하기 위해서는 배내골 방면으로 내려와야 한다. 도라지고개에서 임도 길을 따라 내려오면 길은 다시 두 갈래로 나누어진다. 길 오른쪽은 시멘트포장도로로 길을 돌아서 내려오는 임도이고, 다른 하나는 길 위쪽으로 나 있는 조림지역을 따라 안쪽으로 들어가면 도로가 끝나는 지점에서 왼쪽 능선을 따라 내려오는 산길로 둘 다 장단점이 있다.
 시멘트길은 초반부터 약간 지겨움이 있으나 길 중간쯤 도태정에서 왼쪽 계곡을 따라 도태정골로 내려오면 계곡의 물소리를 들어가며 내려오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능선을 타고 내려오는 산길은 828m봉을 지나면, 오르내리기를 몇 차례 거듭하다가 바위암릉 구간을 지나면 차츰 완만해진다. 또한 군데군데 시야가 트여 조망하기가 좋을 뿐만 아니라 서쪽사면에서 오룡산을 바라보는 경관 또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기도하다. 아무튼 어느 곳을 택하여도 1시간30여분이면 출발지인 장선리 느티나무가든에 도착할 수 있다. 
 얼마 전 태풍과 집중호우로 신동대굴로 향하는 등산로 일부가 패이고 유실된 곳이 있어 힘들기도 했지만 산행도중 만난 신동대굴은 억 겹의 세월이 빚어낸 걸작이고, 사발을 엎어놓은 듯한 시살등, 산행도중 만나는 아름답고 진귀한 야생화 꽃들을 감상할 수 있는 재미도 누렸다. "자고 일어나니 유명해졌더라!"는 말처럼 혹 나도 도태정골을 다녀왔기에 자고 일어나면 도(道)를 통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며 오늘 산행을 마무리한다.
 산악인·중앙농협 정동지점장
 
☞ 산행코스
양산시 원동면 선리 장선마을 느티나무가든/ 에코브리조트→통도골→도태정갈림길→신동대굴→시살등→통도사갈림길→토굴삼거리→오룡산→습지→도라지고개→828봉→675봉 암릉→장선마을 로 이어지는 코스로 7시간 정도 소요된다.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