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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 노조가 회사 경영위기를 외면한 채 기어이 파업을 강행했다. 노조는 26일 오후 2시 파업 출정식을 가진 뒤 울산 본사를 중심으로 3시간 부분파업을 벌였다. 지난해 20년 만의 파업에 이은 2년 연속 파업이다. 노사는 올해 임금협상을 위해 모두 17차례 만났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노조는 최근 사측이 제시한 '임금동결안'에 반발, "추가 제시안을 내놓으라"고 압박하고 있다. 하지만 사측은 "경영적자가 심해 더 이상 내놓을 안이 없다"며 분명한 선을 그었다.

   노조는 이날 부분파업에 이어 오는 28일에는 대의원 이상 노조간부들이 7시간 파업을 벌이는 등 투쟁 강도를 높여나갈 계획이다. 노조가 사측은 물론 지자체와 지역상공계, 시민사회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파업을 강행함으로써 회사의 생산 차질과 대외신인도 하락, 협력업체 납품 지연 등 직접적인 손실은 불가피하게 됐다. 여기에다 파업이 지난해처럼 장기화될 경우 소비감소에 따른 상권 위축 등 지역경제에도 적지 않은 여파가 미칠 전망이다. 사측은 이날 노조의 파업에 대해 "회사가 존립의 기로에 서 있다"며 "파업을 통해 임금을 올리겠다는 생각은 회사의 어려운 경영환경을 더 깊은 수렁으로 몰아넣을 뿐"이라며 파업철회를 촉구했다.

   노조의 귀에는 엄살로 들릴지 모르지만 현대중공업의 현 경영상황은 최악이다. 세계 조선경기 침체로 2013년 이후 7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 중이다. 지난해는 3조 2,500억 원의 적자를 냈다. 올 2분기 영업손실은 1,710억 원에 달하고 4년 전 50만 원을 웃돌던 회사 주식은 8만 원대로 추락했다. 하지만 사측의 '위기론'에 대해 노조는 개의치 않겠다는 반응이다. 적자는 경영진의 책임이지 노조에 귀책사유가 있는 것이 아니다며 책임을 노동자에게 떠넘기지 말라는 투다. 이같은 논리에 노사 상생이니 공동운명체니 하는 말은 공허한 메아리일 뿐이다.

   이기주의도 이런 이기주의가 없다. 사실 노조를 이처럼 염치없는 이익집단으로 만든 데는 사측의 책임이 크다. 매년 파업 때마다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강조하지만 협상이 타결되면 천만 원 가까운 돈보따리를 안기며 간을 키워온 게 누구인가. 부자 노동자들에게 파업기간은 여름휴가의 덤이다. 한 두달 월급을 받지 않아도 협상만 타결되면 한 몫을 기대할 수도 있다. 이런 봉 잡는 파업을 마다할 노동자가 있겠느냐는 얘기다. 이제는 퍼주기 관행을 끊어야 한다. 해마다 반복되는 파업의 악순환을 자초하지 않으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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