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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일상에 늘 함께 하는 것이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공기처럼 알게 모르게 함께하는 것이 '세금이'다. 먼저 아침에 일어나 세수할 때 필요한 수돗물은 '세금이'로 만들어진 배관을 통해 내 집까지 배달된다. 외출 때 타는 승용차나 버스는 '세금이'로 만들어진 도로 위를 달린다.

 우리 집 길 건너편이 초등학교다. 현대식으로 예쁘게 지어진 본 건물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체육관이 보기좋게 터를 잡은 학교다. 체육관에선 아이들이 체육시간에 떠드는 왁자한 응원과 노랫소리가 번갈아 나고, 저녁이나 휴일 같은 자투리 시간에는 인근 주민의 행사나 스포츠를 즐기는 장소로 사용하고 있다. 운동장에는 잘 손질된 소나무와 등나무가 조화를 이룬다. 화단에는 먼 곳까지 와서 가부좌를 튼 점잖은 수석이 앙증맞은 패랭이와 달개비의 재롱을 즐기는 것을 보고 듣는 나는 과분한 호사를 누린다.

   이런 시설이 우리가 낸 '세금이'로 지어져 관리되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 납세의 의무는 힘이 들더라도 충실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분명해진다. '세금이'는 교문 앞 문구점에서 파는 학용품에도 함께 했을 것이다. 더운 날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즐겨 먹는 아이스크림에도 이미 '세금이'가 더해졌을 거다. 이렇게 '세금이'는 어디를 가든지 우리와 함께한다.

 '세금이'란 나라살림에 필요한 것으로 우리가 문명생활을 누리는 댓가로 내는 공동 경비다. 가령 내가 사는 지역에 수도가 들어오지 않는다면 가장 합리적인 방법은 개인이 가진 재산에 따라 경비를 골고루 분담해서 해결할 일이다. 즉, 나라 살림에 필요한 경비를 개인의 능력에 따라 공평하게 내는 방법이 '세금이'다. 나라는 우리가 낸 '세금이'로 살림을 꾸려나간다. 국토를 지키고 국민의 안전을 위하고 때로는 생활 형편이 어려운 이(노인)를 돕는다. 이 모두가 '세금이'가 없다면 어찌 가능하겠는가.

 울산 시민이라면 태화강 산책로를 따라 한번 쯤 거닐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미끈하게 닦아놓은 현대식 산책로를 따라가면 군데군데 다양한 운동기구를 만난다. 길섶에 줄지어 핀 풀꽃 향기를 맡으며 허리돌리기를 할라치면 다시없는 '힐링'이 된다. 온갖 꽃이 다 모여 있는 '태화강 공원'에 가는 날은 꽃 멀미에 취하는 날이다. 반반한 몸매에 수줍음이 많은 금계국, 하얀 드레스를 나풀거리며 탱고 춤이 매력적인 안개꽃, 애굣덩어리 수레국화가 펼치는 신선한 벨리댄스, 청바지가 어울리는 청보리 총각이 보이는 '힙합 춤'은 보는 눈까지 시원해서 저절로 신이난다. 이럴 땐 내가 마치 꽃들이 선보이는 대형 무도장 한가운데 서 있는 기분이 든다고나 할까. 또 거기서 마주치는 이웃들은 어쩜 하나같이 함박웃음인지….

 내 고개가 저절로 끄덕인다. 내가 낸 '세금이'가 다시 우리를 풍요롭고 행복하게 하는 부메랑으로 돌아오는구나 싶어서다. 이게 '세금이'가 없다면 어찌 가능할까 말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세금을 피할 수 있으면 피하고 줄일 수 있으면 줄이려고 안달이다. 나 또한 그들 중의 한 사람이다. 그러나 이제는 우리 국민의식이 변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미국 건국의 주역인 벤저민 프랭클린은 "인간에게는 피할 수 없는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죽음이고, 다른 하나는 세금"이라고 할만치 납세의 의무를 말했다. '건국의 아버지'다운 명언이다.

 이렇듯, 이 땅에 몸 담고 있는 이라면 분명히 납세 의무만은 성실히 지킬 일이다. 간혹 매스컴에서 일부 부자들이 세금을 피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들었다. 온갖 방법으로 부를 축적하고 본인만 잘 살겠다고 꽁무니를 빼는 것만큼 보기 추한 것도 없다. 땀 흘리는 근로자나 회사원은 매달 정직하게 '세금이'를 내지만, 후진국 의식수준을 가진 부자가 '세금이'를 피하려 드는 것은 갑갑하고 씁쓸한 일이다.

 매년 내야할 '세금이'가 자꾸 늘어난다고 말하는 이를 더러 본다. '세금이'가 늘어난다는 것은 그만큼 가진 재산이 많아졌거나 가치가 상승했다는 뜻일 수 있다. 그런데 실제로 필자역시 재산이 매년 불어난 것은 아닐 뿐더러 지금 사는 집 또한 그 가치가 크게 오르지 않았다는 생각이 크다. 어쨌든, 매년 내 재산가치가 높아지고 있다는 증거이고 보면 그리 언짢아할 일만은 아니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대신 나라가 주는 시설이나 문화적 혜택은 잘 알고 누릴 생각을 한다.

 그렇다. 이 땅에 발 딛고 살면서 제대로 혜택을 누리려면 납세의무는 당연한 것이다. 최근에 겪었던 국가적 긴급 상황을 화면을 통해 지켜보면서 나라살림이 든든해야 국민이 마음 놓고 살아갈 수 있겠구나 하는 것을 절감했다. 이런 생각은 결코 나만 그런 것이 아닐 테다. '세금이'는 정당하게 지불해야 한다. 그래야 나라는 물론, 내 고장 울산 하늘이 맑고 푸른 바람을 안고 평화로이 일렁일 수 있다. 십리대숲의 죽순이 쑥쑥 튼실하게 커가는 아름답고 살기 좋은 도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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