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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 있는 공무원 어디 없소"
 오래전 전시컨벤션센터 건립 건을 다룬 콜로키움에서 모 정부 관계자가 울산공무원들을 향해 한 질타 섞인 멘트다.
 발언권을 잡기 위해 전투적인 자세로 핏대를 세웠어야할 당사자들이 의문스러울 만큼 점잖게 굴자 답답하다는 듯 쓴소리를 내뱉은 것이다.

 어느 순간보다 간절함을 드러냈어야할 울산이 정부로부터 되려 욕심 좀 부려보라는 핀잔을 듣게 된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울산시가 이런 창피를 당한 이유는 시민 보다는 균형적 안배나 경제성 등 정부의 논리를 우선시했기 때문이다.
 40분거리 부산에 컨벤션센터가 버젓이 있는데다, 울산의 인구가 고작 120만에 불과하다는 현실적 한계로부터 사고가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울산시는 누가 강요하지 않는데도 언제부턴가 이렇게 스스로 변방임을 인정하고, 최대한 욕심을 자제하는 일이 잦아졌다.
 어거지와 떼를 써도 부족할 판에, 스스로 잔뜩 위축된 채 과하게 눈치를 보는 일도 더러 있다.
 산재모병원도 그렇고 국립산박도 마찬가지다.

 국립산박의 대국민 설문조사를 앞두고 시는 초반 어떠한 보도도 자제했다. 언론플레이를 할 경우 패널티를 주겠다는 KDI의 한 마디에 얼어붙어버린 것이다. 딸기밭에서 신발끈 고쳐 매지 않겠다는 것이 사유였다. 시가 홍보를 요청했다는 의심을 살 수 있다며 언로를 닫아버린 것이다. 말 잘듣는 울산시는 시민들에게 산박을 알릴 수 있는 골든타임을 상당시간 허비했다.
 '원칙'에 대한 판단은 정부부처의 역할로 남겨두자.
 어떤 일이든 기회비용은 존재한다. 패널티를 받더라도 시민단결이라는 큰 소득을 이끌어 낼 수 있으면 적은 손해쯤이야 무릅써볼 만한 게임이 아닌가.
 울산시민은 우유부단하고 결단력이 없는 햄릿보다는 앞뒤 가리지 않고 저지르고 보는 돈키호테가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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