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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저는 술에 만취된 상태에서 본의 아니게 음주운전을 하다가 교통사고를 일으켜 경찰과 검찰에서 수사를 받고 기소가 되어 재판을 받게 되었습니다. 법정에서 검사가 신문할 때는 제가 저지른 사고에 대해 모두 인정하였고, '공소사실은 모두 사실과 다름없다'는 취지로 정리가 되었으나, 사실은 당시 술을 너무 많이 마셔 제대로 기억이 나질 않기 때문에 변호인의 반대신문 때에는 '사고 당시 어떻게 술을 마신 채 운전했는지도 모르겠고, 경찰서에서는 왜 그곳에 있는지도 모를 지경이었으며 술에 너무 취해 무슨 행동을 했는지도 모르겠다'는 취지로 진술하였습니다. 그러나 판사는 '피고인이 공소사실을 모두 자백하고 있으므로 간이공판절차에 의하여 심리한다'고 하면서 재판이 금방 끝나버렸는데, 어떻게 된 것인가요?
 
A: '형사소송법'제286조의2는 "피고인이 공판정에서 공소사실에 대하여 자백한 때에는 법원은 그 공소사실에 한하여 간이공판절차에 의하여 심판할 것을 결정할 수 있다."라고 간이공판절차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간이공판결정이 있게 되면 공판절차가 신속하게 진행되는 효과가 있습니다. 판사는 귀하께서 검사의 신문에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하는 취지로 대답을 하자, 일응 공소사실을 자백한 것으로 보고 간이공판절차로 진행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러나 귀하가 변호인이 반대신문을 할 당시에는 술에 만취되어 기억이 없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는바, 이러한 내용의 진술은 사고 사실을 몰랐다고 범의를 부인함과 동시에 그 범행 당시 심신상실 또는 심신미약의 상태에 있었다는 주장으로서 형사소송법 제323조 제2항에 정하여진 법률상 범죄의 성립을 조각하거나 형의 감면의 이유가 되는 사실의 진술에 해당할 여지가 있습니다(대법원 2004. 7. 9. 선고 2004도2116 판결).
 그러므로 귀하가 변호인 반대신문 당시 실제로 위와 같은 의도로써 진술한 것이라면, 공소사실을 모두 자백한 것으로 볼 수 없어 간이공판절차가 아닌, 일반적인 정식의 증거조사절차를 통하여 증거능력이 있는 증거에 따라 법원의 판단을 받을 필요성이 있다고 할 것입니다. 따라서 귀하는 항소하여 항소심에서 정식의 증거조사를 거친 증거를 통하여 판단을 받으실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전화문의:052-257-46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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