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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가 울산시립미술관 건립부지 전면 재검토 기사를 내보낸 이후 시립미술관 부지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울산시가 이왕 재검토에 나서는 만큼, 중구 원도심 내 타 부지나 태화강 대공원 인근, 혁신도시 등 여러 가능성을 열어 두고 논의해야 한다는 의견에서부터 현재 부지를 기준으로 확장폭을 넓혀가야 한다는 의견까지 다양하다. 울산시는 "타 지역 건립안은 내부 검토용으로 보고된 사항이지, 현재 추진 중인 안은 아니다"는 입장을 밝혔다. 여기서 우리는 울산시에 제언한다. 울산의 미래를 짓는 일에 당초안을 고집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잘못됐거나 문제가 불거졌다면 원점에서 검토하는 것이 맞다. 이번에 울산시가 당초계획을 바꿔 부지 재검토에 나선 것은 그런 점에서 환영할 일인 동시에 박수받을 일이다. 문제는 울산을 대표하는 공공시설은 미래의 울산을 짓는 중차대한 일이다. 각계의 다양한 목소리를 알아본다는 의미로 전문가들의 기고를 싣는다. 울산이 세계도시를 지향하고 산업과 문화가 어우러진 특색있는 도시로 나아가는데 일조를 해주길 기대한다. 편집자

26년 전 수립 태화강개발계획엔
미술관 비롯 공공시설 건립 포함
고층 아파트들 점령한 태화강변
시민 모두의 앞뜰로 되돌려줘야


울산대 디자인·건축 융합대학 학장
결론부터 말하면 울산시립미술관 부지는 태화강 대공원이 돼야 한다. 울산시는 이미 지난 1989년에 태화강 대공원부지에 미술관을 비롯해서 종합문예회관, 심포니홀, 산업박물관을 짓겠다는 내용을 포함한 '태화강연안 종합개발계획'을 수립하고 보고서를 펴낸 바 있다. 당초 계획한 객사 부지를 활용할 수 없다면 차선책은 이 곳 뿐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미술관 이전에 우리 울산시민이 태화강변을 살려야 하는 역사적인 책무를 지고 있기 때문이다. 태화강변은 지난 1989년 이후 지금까지 불과 26년 동안 고층 아파트단지로 채워져 왔다. 아파트가 무슨 문제냐고 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이유는 울산의 도시품격을 결정하는 도심 강변에 한 번 고층 아파트단지가 들어서면 앞으로 영원히 다른 용도로 바꿀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태화강은 아파트단지의 정원이 되고, 앞마당이 될 뿐 시민 모두를 위한 장소가 될 수는 없다.

 외국의 경우 강변을 공공장소로 개발해서 성공한 사례는 너무 많아서 열거가 힘들다. 모두가 잘 아는 파리 도심 세느강변에는 에펠탑, 사이요궁, 콩코드광장, 루브르미술관, 오르세미술관, 노트르담 성당 등이 있다. 런던 도심 템즈강변에도 런던타워, 타워브릿지, 테이트모던, 국회의사당, 밀레니엄 돔, 런던 아이 등등 무수한 공공시설이 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도심 강변에는 아예 박물관이 모여 있는 거리가 있다.

 태화강은 울산 역사의 중심 무대였고 지금도 시민의 40% 이상이 이 강변에 아예 접해서 살고 있을 정도로 시민활동의 중심무대이다.

 이곳에 울산시립미술관이 들어서면 좋은 점이 많다. 첫째, 부지매입 절차가 필요 없다. 이미 공원으로 조성이 완료된 부지이기 때문이다. 둘째, 도시공원법상 미술관은 설치가능 한 교양시설에 포함되어 있어서 행정절차도 최소화 할 수 있다. 셋째, 부지매입 비용도 들지 않는다. 이미 사유지를 매입해서 공원을 조성했기 때문에 건축비만 있으면 된다. 넷째, 접근성이 좋다. 태화로, 신기길, 내오산로 및 남산로 등을 통한 접근성도 좋지만 이미 조성되어 있는 태화강변 산책로를 이용하면 중구는 물론 남구, 북구, 동구, 울주군 지역 모두에서 도보접근이 가능하다. 다섯째, 강변 풍경의 질을 높일 수 있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태화강변에는 아파트와 같은 사적 용도의 대형건물 입지를 지양하고, 공공시설이 들어와야 한다. 태화강 대공원 인근의 태화루 중창 사례가 좋은 선례다. 태화강 대공원에 미술관이 들어서면 태화강변에서 훌륭한 조망 대상이 되고, 태화교와 오산대교는 물론 남산로 등에서 조망이 가능해져서 미술관의 위상과 이미지를 끌어올릴 수도 있다.

 애초부터 울산시립미술관이 구 울산객사터에 결정된 것은 무리수였다. 왜냐하면 동헌과 객사일대는 조선멸망 후 1세기가 지난 지금까지 대규모 개발이 없어서 매장문화재 출토는 충분히 예상되고도 남았기 때문이다. 다만 미술관 건립과정에서 객사터가 원형 그대로 발견된 것은 소득이다. 이것을 120% 활용해서 중구와 울산시는 앞으로 객사를 복원해서 울산광역시 유형문화재 1호인 동헌과 함께 역사지구로 조성해 나가면 구 시가지 중심상권에는 미술관 입지 이상의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만일 당초 계획대로 객사 부지나 중부도서관 부지에 미술관을 짓는다면 이는 소탐대실이다. 도서관 부지는 미술관건립에 충분한 면적도 되지 못하며 무엇보다도 동헌과 객사라는 울산지역 500년 역사현장도 제대로 못 살리고 미술관도 절름발이로 만들기 때문이다. 우리 공직사회의 분위기를 생각하면 아무리 객사유구 발굴이라는 돌발변수가 있다 해도 당초의 계획을 수정하고자 방침을 정한 울산시의 용기는 박수를 받을 만 하다. 차제에 미술관부지를 같은 중구 관내인 태화강 대공원으로 결정해서 당초 계획한 기간 안에 미술관이 건립되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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