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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중앙회 울산지역본부장

가을 햇살이 유난히 따사로운 일요일 오후, 점점 가을 색깔로 곱게 물들고 있는 울산대공원을 바라보면서 휴대폰 갤러리를 뒤적이다 보니 지난 5월 관람했던 울산대공원 장미축제 때 찍은 장미사진들이 한 눈에 들어온다. 크리스탈 훼어리, 필립 노이렛, 가르텐 슈파스, 노틸리아, 카렌…. 어느 외국 영화배우의 이름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장미 품종이다. 대공원 장미축제는 지난 8월 어느 언론에서 '진홍빛 기쁨'으로 표현한 것처럼 성공적인 꽃 축제로 자리잡고 있는 것 같다.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꽃 축제를 살펴보면 먼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국제원예박람회와 영국의 첼시 꽃 박람회를 꼽을 수 있다. 암스테르담 박람회는 세계 최대 화훼 수출국인 네덜란드가 개최해 50개국 이상이 참가하는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알려진 꽃 박람회다. 첼시 꽃 박람회는 1862년 영국 그레이트 런던구 중부의 켄징턴에서 열린 Great Spring Show에서 유래됐으며, 영국 왕립원예협회에서 주관하며 정원을 축소해 만든 모델정원이 최고의 인기를 받고 있다.

 이 외에도 싱가포르 가든 페스티벌, 미국 필라델피아 꽃 박람회, 독일의 IPM Essen 꽃 박람회 등이 유명하다. 우리나라의 대표 꽃 박람회는 단연 1997년 처음 개최된 고양 국제 꽃 박람회가 아닐까? 올해 4월 24일부터 5월 10일까지 17일간 고양시 호수공원에서 개최된 고양 국제 꽃 박람회는 35개국 320여 개 화훼 관련 기관·단체 등이 참가했다. 지금까지 600만 명의 누적 국내외 관람객이 방문해 한국을 대표하는 국제적인 화훼 박람회로 성장했으며, 비슷한 시기에 개최되는 안면도 꽃 박람회와 더불어 우리나라 양대 꽃 박람회로 자리잡고 있다.

 이 외에도 계절별로 다양한 지역 꽃 축제가 열리고 있는데, 봄꽃 축제로는 대표적인 벚꽃축제인 진해 군항제를 비롯해 강화 고려산 진달래 예술제, 양산 유채꽃축제, 광양 매화축제, 구례 산수유 꽃축제, 장호원 복사꽃축제, 울산대공원 장미축제, 태안 튤립축제 등 많은 꽃 축제가 있다. 여름 꽃 축제로는 무안백련축제의 연꽃축제, 태백 해바라기축제, 나라꽃 무궁화 전국축제 등이 있으며, 가을 꽃 축제로는 서울대공원 국화꽃축제, 명성산 억새꽃축제, 구리시 코스모스축제, 봉평 메밀꽃 축제 등이 열리고 있다.

 울산에서 열리고 있는 꽃 축제로는 가장 대표적인 울산대공원 장미축제가 있으며, 대운산 철쭉제, 북구청의 울산가을꽃 전시회, 각 지자체별로 개최되고 있는 국화전시회, 태화강 꽃 축제 등이 있다.만약 울산에서 꽃 박람회를 개최하면 어떨까? 강과 바다와 산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울산에서 꽃 박람회를 연다면 공업도시 이미지 탈피 및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안고서 희망사항 몇 가지를 적어 본다.

 첫째, 자연친화적인 꽃 박람회였으면 좋겠다. 꽃 박람회 개최 장소로는 태화강대공원 또는 울산대공원을 활용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먼저 태화강 대공원은 넓은 둔치와 울산 명물인 십리대밭 등을 활용할 수 있으며 지리적 접근성이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울산대공원은 넓은 공원부지와 솔마루길 및 장미정원 등을 활용할 수 있어 개최장소로 손색이 없으리라 생각한다. 고양 꽃 박람회의 경우 비록 호수공원이 있지만 이미 주변지역이 개발돼 아파트와 빌딩 숲에 둘러 쌓인 박람회장이다. 하지만 울산은 자연환경을 살릴 수 있는 충분한 공간을 확보하고 있어 자연친화적인 박람회 개최가 가능하리라 생각한다.

 둘째, 꽃 박람회 기간 중 운영될 각종 프로그램은 기존 지역축제를 활용했으면 좋겠다. 축제의 계절인 4~5월에 지역에서 개최되는 각종 행사를 꽃 박람회 개최기간에 통합 운영한다면 울산을 찾는 관광객에게 꽃 박람회 뿐만 아니라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할 수 있다. 또한 바다와 강을 한꺼번에 구경할 수있는 태화강 유람선 운영과 신불산 케이블카 설치를 통한 영남알프스 산악관광 연계 방안도 같이 검토했으면 좋겠다.

 셋째, 단계적으로 추진했으면 좋겠다.행정당국과 화훼 관련 단체들로 추진위원회를 구성해 국제적인 꽃 박람회 뿐만 아니라 고양 꽃 박람회 등에 대한 벤치마킹을 통해 지역 실정에 맞는 예산절감형 추진계획을 수립하고, 적어도 2~3년의 준비기간을 통한 단계적 추진으로 시행착오를 최소화했으면 한다.

 넷째, 꽃 박람회 개최의 최종 목적은 화훼 농가 소득 증대와 지역경제 활성화에 있기 때문에 꽃 박람회가 화훼 비즈니스 확대를 위한 국내외 교역의 장이 돼 국내 소비 촉진 및 수출 확대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이를 위해서 농업기술센터를 중심으로 다양한 신품종 개발과 화훼재배기술 교육이 이루어지고, 농협과 지자체의 적극적인 지원 등으로 고품질 화훼 생산에 주력한다면 국제적으로 손색 없는 꽃 박람회가 되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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