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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어머니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지금 살고 있던 낡은 아파트를 팔고 작은 평수라도 새 아파트로 이사를 하는 게 어떻겠냐는 내용이었다.
 나의 부모님은 20년이 넘게 남구 신정동의 한 아파트에 살고 있다. 오랫동안 한 동네에서 살다 보니 부모님은 친구도 많고 동네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다 알 정도로 터줏대감이 되었다. 나 역시 초등학교 때부터 결혼 전까지 이 아파트에 살아 동네 골목골목 추억이 많다.
 부모님이 항상 하시던 말씀이 "여기 말고 다른 데서 살면 심심해서 못산다"이었던 터라 이 같은 통화가 좀 의외였다.

 울산지역 아파트 가격이 상승해 낡은 아파트라 팔아도 이사할 곳이 없다는 나의 설명에 어머니는 "아이고, 그냥 죽을 때까지 여기 살아야겠네"라며 전화를 끊었지만, 한편으로는 씁쓸했다.
 나의 부모님처럼 몇십 년 동안 한동네에 살며 그 동네가 익숙한 사람들이 여전히 많다. 그러나 오랫동안 개발에서 소외된 지역의 경우에는 생활여건이 좋지 않다. 때문에 주변에 우뚝 선 아파트와 잘 정비된 동네를 보며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있다. 아마 나의 어머니도 20년 전과 다를바 없는 불편한 동네보다 좀 더 편하고 쾌적한 곳을 가고 싶은 마음이었을 것이다. 최근 울산도 국토교통부의 '2016년 도시활력증진지역 개발사업'에 지역 4개 사업이 선정되고 시가 도시재생전략계획을 수립하는 등 도시재생 사업이 본격화되고 있다. 남구의 경우 낡은 장생포, 선암지구가 정부의 도시재생 관련 공모사업에 선정됐으며, 삼호지구의 도시재생도 추진하고 있다.

 남구 관계자는 "도시재생사업은 고향을 되돌려 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향을 울산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특정 구의 한 동네일 것이다. 내 동네가 살기 좋아지는 것은 대규모 아파트가 들어서고, 재개발되는 것만이 방법은 아니다. 남구의 도시재생사업은 소방도로 개설, 생활도로 정비 등 생활기반시설 확보와 노인·아동 돌봄 프로그램, 주민 조직운영 등 사회경제적 사업을 함께 진행한다.
 도시재생사업이 낡은 동네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내 고향에 좀 더 애착을 가지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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