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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산업계에 합종연횡(合從連橫)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특정 기업에 국한된 현상만은 아니다. 대부분의 그룹들이 M&A를 통해 사업부문의 경쟁력을 높이고 새로운 먹거리 창출에 집중하고 있다. 이는 현재 돌아가는 울산지역 경제 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시각이다. 이미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울산 산업계는 구조적 저성장 시대로 접어들었고, 글로벌 시장도 과거와 달리 생존 경쟁력이 더욱 치열하다.

 그 때문에 산업수도로서 우리나라 수출을 견인하며 전국 최고 수준을 자랑하던 울산수출이 전국 4위로 밀려났다. 지속되는 수출 감소세에 전국 지자체별 수출 순위에서 경기, 충남, 서울에 이어 4위로 추락한 것이다. 월별 지자체별 수출 순위에서 울산이 4위를 기록한 것은 2004년 이후 처음이다.
 울산경제를 이끌던 굳건한 성장엔진이었던 수출이 힘을 잃으면서 위기를 넘어 '절벽'이란 표현까지 나오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기업 인수·합병(M&A)은 기업의 성장과 생존을 위한 선택이 아니라 필수로 자리 잡았다.
 심지어 생존을 위해 모태기업까지 과감하게 정리하고 있다.
 삼성이 대표적이다. 삼성은 2년전부터 추진해온 사업재편을 통해 그룹의 시발이었던 삼성정밀화학과 제일모직을 포기했다.

 삼성정밀화학은 이병철 회장 시절부터 애증이 교차하는 한국비료를 기반으로 하는 회사다. 삼성SDI 케미칼 역시 제일모직 소재부문을 모태로 한다. 삼성정밀화학은 삼성의 화학 사업 모태다. 고(故) 이병철 선대회장이 1964년에 세운 한국비료공업이 전신으로 이후 국가에 헌납됐다가, 1994년에 다시 삼성그룹에 복귀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역시 삼성의 모태기업으로 꼽혀온 제일모직도 올해 삼성물산과의 합병으로 60여 년의 역사를 마무리하고 간판을 내렸다.
 생로병사(生老病死). 사람이 태어나고 성장하고 늙고 죽듯이, 기업 역시 생로병사, 흥망성쇠 과정을 겪는 걸까. 최근 기업들의 사업 재편을 보면서, 생로병사의 인간사와 매우 닮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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