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문학 소설은 인간사를 담고 있다. 그러고보면 우리 인간사가 바로 소설의 교과서인 것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가장 큰 덕목은 서로 사랑하며 사는 것이다. 그래서 궁극적으로 보면 소설의 가장 큰 주제도 바로 인간애에 있다. 서로 사랑하자는 인간애를 섬세한 인물 묘사로 그려낸 오영수의 단편 소설이 희곡화됐다. 지난주 막을 내린 극단 푸른가시의 오영수 원작, 전우수 각색·연출의 연극으로 보는 소설 '요람기 그리고 화산댁이'가 바로 그것이다.

 오영수 작가는 울산 출신의 출중한 작가다. 그의 뜻을 기리는 오영수 문학상과 문학관이 세워질만큼 우리 울산과 문학계를 대표하는 자랑스러운 소설가다. 예술가는 그의 작품으로 그의 내면 세계를 드러낸다. 이번 연극으로도 오영수 작가의 문학 세계를 한껏 느낄 수 있었음이 새롭고도 감사했다.

 우선 첫 번째 이야기인 요람기를 보면 우리의 가난했지만 천진무구했던 어린 시절을 떠 올릴 수 있음에 극을 보는 내내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오영수(극중 이현철 분)의 지난 시절의 회고로 시작하는 이 연극의 요람기를 통해서는 어릴적 순수했던 시절을 되돌아 보게 했다. 울산의 순박한 시골 아이들의 연날리기, 참외서리, 들불놀이, 너구리잡기, 물까마귀 구워 먹기 등의 당시 모습들이 연극으로 재현되는 것을 보며 마치 극 속에서 함께하는 것처럼 즐거웠다.

 연극의 완성도를 높이듯 막간을 무대 중앙에 설치한 빔 화면으로도 지난 시절의 추억들을 되새길 수 있도록 배려한 연출 구성이 작품 만큼이나 섬세했다. 그 당시의 현실감 있는 극 구성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울산에서 자라 사투리를 쓰는 아역 배우들을 출현 시킨 의도도 와 닿는다. 작품을 보는 내내 어릴적 추억들이 반딧불이를 쫓던 유년시절로 돌아간 듯 맑고 순수한 마음을 가지게 했다.

 두 번째 이야기 화산댁이는 근대화의 물결이 한창인 우리 한국사에서 어미(극중 김새봄 분)로서 겪을 수 있는 시대상과 어미의 아픔과 자식에 대한 아쉬움을 절묘하게 그려내고 있다. 그 묘사가 연극 속에 잘 녹아났으며 그만큼 우리 어머니 세대에 대해서 공감을 이룬 작품 구성이었다. 오래간만에 자식네를 찾아온 어미가 신세대 의식 속에 갇힌 자식과 며느리, 손녀에게 푸대접을 받으며 밤새 잠을 이루지 못하는 장면에서는 관객 모두가 가슴 아팠다. 변혁의 근대화 시대때 자식 세대와 소통을 이루지 못하는 모성애를 세밀하고 안정적으로 표현한 김새봄 배우의 연기력이 돋보였다.

 두 가지의 단편 소설을 연작화해 좀더 친근하게 연극적인 구성으로 무대 위에서 형상화한 연출 의도가 공감을 일으켰던 작품이였다. 이번 작품에서는 1978년 오영수 작가가 절필하게 된 이유까지도 끝으로 담았다. 민중 판화가였던 아들 오윤과 겪어야했던 시대적 이념의 차이로 인한 갈등도 담았다. 오영수 작가의 사과문(특질고)에서 전라도민들에 대한 성격적 묘사로인해 파장이 커지자 절필하게 됐던 것은 참 안타까운 일이었다. 하지만 그의 문학 세계를 소설로 그려낸 문학 단편사들은 여전히 우리에게 감동을 전해주고 있는 보물급 유산이다. 서정적이고도 인간애적인 탁월한 묘사로 지금도 감동과 함께 그 빛을 발하고 있다는 것이다.

 민주화 군부 독재에 대한 오영수 작가 자신의 뜻을 밝히는 마지막 장면에서는 다시금 지난 격동의 시대를 떠올리게 해주었다. 현실과 이상은 늘 다르다는 그의 고백은 파란많은 시대를 살아오며 겪었던 작가로서의 고뇌와 문학사를 오롯이 전해 준 메시지였다.

 극단 푸른가시는 울산 중구에 소극장을 공들여 만들만큼 30여 년 가까이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극단이다. 우리 모두의 인간사를 담고 있는 문학을 희곡화해 무대 위에서 형상화해 전하는 순수 연극 예술에 응원을 보낸다. 그리고  울산 시민의 울산 연극 사랑을 간절히 소망한다.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