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름을 두고 별명이 있듯이 지역도 별칭이 있다. 울산의 옛 별칭이 학성(鶴城)이다. 학이 많이 서식했기 때문이란다. 산 하나를 두고 봄에는 금강산(金剛山), 여름에는 봉래산(蓬萊山), 가을에는 풍악산(楓嶽山), 겨울에는 개골산(皆骨山) 등 계절마다 달리 부르는 이름도 별칭이다. 지인의 젊었을 때 별명이 '늑대'라 했다. 처음에는 '남자는 다 늑대'라는 일반적 이미지에 의아해했지만 알고보니 제자를 지도할 때 '늑대같이 무섭게 가르쳤다'는 사연이 있었다. 이렇듯 별칭과 별명에는 정체성과 사연이 담겨져 있어 후세 사람들은 흥미를 느끼며 문화 콘텐츠로 개발하기도 한다. 간혹 시의성과 맞으면 대박을 터뜨려 개인은 물론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을 준다.

 이야기와 현상도 사람의 감각과 관점에 따라 명칭과 전개가 다양해질 수 있다. 치술령에는 우뚝 솟은 바위군이 있는데 이를 박제상 일화를 곁들여 이야기를 만들었다. 이를 혹자는 망부석이라 불렀지만 김종직(1431~1492년)은 중국의 일화를 되새겨 시에서 무창석(武昌石)이라 이름했다. 일연(1206~1289년)스님은 '삼국유사' 기이편에서 다양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처용설화는 외황강 하류 기수역이 배경이다. 기수역에는 현재도 처용암이라 부르는 바위군이있다. 일연은 동해용왕이 일곱아들을 데리고 뭍으로 나온 곳을 정변(汀邊)으로 표현했는데 고려말 조선 초의 문장가인 이첨(1345~1405년)은 처음으로 처용암으로 표현했다. 이후 김종직도 1465~1467년까지 경상좌도 병마평사로 울산의 좌병영에 근무하면서 '처용암'의 시를 썼다. 정변은 잊혀지고 처용암이 자리잡게 됐다. 이첨이 정변에서 처용암이라는 콘텐츠를 최초로 개발한 셈이다. 그 후 정변보다 처용암이 더 친숙하게 활용되고 있음도 사실이다.

 강원도 동해시 바닷가에는 송곳같이 가늘게 세워진 형태의 바위가 있다. 이를 한자는 추암(錐巖)이라 했다. 지역 사람은 촛대같이 뽀쪽하다 해 촛대바위라 부른다. 울산 태화강 중류 한 가운데에도 우뚝 선 웅장한 바위가 있는데 이를 입암(立巖)이라 부른다. 우리말 표현은 바위가 꼿꼿이 섯다해 선바위라 부른다. 

 울산 남구에는 삼호동이있다. 신라 경순왕과 문수보살과의 이야기인 불교의 설화가 바탕이 된 삼호(三呼)라는 설도있지만 사군탄(使君灘)·낭관호(郎官湖)·해연(蟹淵) 등의 삼탄(三灘)을 거쳐 지금의 삼호(三湖)으로 부르고 있다고 한다. 삼호동에는 대숲이 있다. 삼호동에 위치한 대숲이라 그렇게 부른다. 대숲의 이름에서 그 지역의 위치나 역사를 가늠할 수도 있다. 삼호대숲은 텃새, 여름철새, 겨울철새 등 다양한 종의 새들의 쉼터와 번식터 그리고 잠자리로는 안성맞춤이다. 수년 전부터 삼호대숲에 남다른 관심이있다. '백로와 떼까마귀의 기상에 따른 행동태 연구' 때문이다. 관심이 많은 만큼 자주 찾는다.

 삼호대숲의 조류생태를 2011년부터 2015년 10월 말까지 약 5년간 관찰한 결과 멧비둘기·직박구리·꿩·찌르레기·까치·참새 등 주로 텃새가 잠자리로 이용함을 확인됐다. 여름철에는 왜가리·중대백로·중백로·쇠백로·황로·해오라기 등 백로류 번식지로 확인됐다. 겨울철에는 떼까마귀·갈까마귀 등 2종이 월동 잠자리 중심으로 이용되고 있음도 확인했다.

 삼호대숲은 백로와 떼까마귀에게는 물론 텃새에게도 절대적으로 필요한 숲임이 확인된 셈이다. 전술한 장광설은 결국 삼호대숲에 하노죽(夏鷺竹)과 동아죽(冬鴉竹)이라는 별칭을 안겨주자는 것이다. 하노죽과 동아죽이란 말이 도대체 무슨 말인가 하고 의아해할 독자가 많을 줄 안다. 하노죽은 여름 하(夏)·해오라기 로(鷺)·대나무 죽(竹)으로 풀이된다. 동아죽도 같은 형식으로 해석하면 겨울 동(冬), 떼까마귀 아(鴉), 대나무 죽(竹)이 합처서 만든 말이다. 하노죽전의 역할은 매년 백로가 찾아와서 번식하는 생명력의 영속성, 많은 새끼가 부화하는 다산성, 동아죽전의 역할 또한 하늘을 덮는 '지혜로운 빛이 검은 새'의 잠자리로 제공된다는 점에서 의미를 두고 싶다. 또한 일출 30분 전 일어나는 부지런한 새 백로와 떼까마귀의 일상에서 울산은 부지런한 도시임을 부각시키고 싶다.

 과거 울산사람은 십리까지 뻣친 대밭을 '십리대밭'이라 표현했다. 이런 맥락에서 또 하나의 이야기를 보탠다.

 '울산 남구 삼호동에는 마을 사람들을 부자로 만든 큰 대나무 밭이 있다. 어느 해 봄부터 깃이 온통 하얀 새들이 해를 거르지 않고 많이 몰려와서는 새끼를 치고 가을에 떠났다. 동네사람들은 백로가 떠난 대숲을 바라보며 아쉬움을 달랬다. 그런데 초가을이 됐다. 이번에는 깃이 검은 떼까마귀들이 삼호대숲을 찾아왔다. 이를 수년 경험한 마을 주민들은 그들을 두고 '흑·백 깃의 사랑새'라 불렀다. 이에 언제인지 모르나 후대 사람들은 백로와 떼까마귀가 번갈아 이용하는 삼호대숲을 여름에는 '하노죽' '하노죽전'이라 불렀고, 겨울에는 '동아죽' '동아죽전'이라 부르게 됐다.'

 삼호대숲 별칭을 여름에는 백로류가 번식하는 곳이기에 '하노죽' '하노죽전', 겨울에는 까마귀류가 잠자리로 활용하니 '동아죽' '동아죽전'으로 각각 부르기를 제언한다.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