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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후 1시 중구 문화의전당 별빛마루에서 '제9회 서덕출문학상' 학술제가 열렸다. 구모룡 문학평론가(한국해양대 동아시아학 교수)가 발제자로, 안성길 문학평론가(문학박사)와 김진영 시인(울산신문 편집이사)가 토론자로 나서 '서덕출 문학의 새로운 발전 계승 방안'을 주제로 열띤 토론을 벌였다.  좌장은 정일근 시인(영남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이맡았다.
 이날 구 교수는 서덕출 문학이 지닌 지역성, 생명의식, 공동체 의식을 부각해 지금처럼 공원 한 곳이 아니라 그의 탄생지인 중구 원도심을 중심으로 마을과 도시 전역으로 확산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그의 문학을 동요·동시에 가두지 말고 작품에 내재된 우애와 협동, 가난과 소외된 이웃에 대한 배려와 사랑 같은 덕목으로 확장시켜 장애인이나 다문화 아동 등을 끌어안을 수 있게 외연을 넓히자고 주장했다.
 토론자들은 이에 공감하며 선생을 재조명할 때 아동문학이 강세인 영남 아동문학가들과 연계하거나 울산 문학의 큰 틀 안에서 오영수, 신고송, 정인섭과 같은 유명 문학가와 함께 재조명하는 것이 필요하단 의견도 덧붙였다. 또 내년 선생의 탄생 110주년과 서덕출문학상 제정 10주년을 맞아 다양한 방안모색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학술제 현장을 중계한다. 편집자
 

서덕출이란 문학인 기념 원칙 아래 지역 정체성과 결합 노력 필요
각개전투처럼 따로 치르는 기념사업 서로 연계 시너지 효과 내야
서덕출문학제 복원 등 문학상 제정 10주년 맞아 활성화 방안 고심
동요·동시에 갖히지말고 어린이 전체 아우르는 문화로 만들어야

 


□ 발제
#구모룡 문학평론가= 울산이 낳은 아동문학가 서덕출 선생에 대한 연구와 기념사업이 그동안 활발히 이어져 왔다. 특히 그의 문학세계를 조명하는 다양한 기념사업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휴먼웨어가 조합을 이룬다. 그중 특히 중요한 건 사람과 기획의 뒷받침이다. 서덕출 문학을 재해석하는 한편 이를 외부로 확장하는 지혜가 요구되는 것이다. '서덕출 없는 서덕출 기념사업'이 될 수 있으므로 무엇보다 서덕출이란 문학인을 기념한다는 원칙과 이를 지역 정체성과 결합하는 노력은 필수다.
 그동안 울산에선 문학상 뿐 아니라 서덕출문학제, 창작동요제, 봄편지 백일장·사생대회, 서덕출공원문화제, 봄편지 노래비 등 다양한 사업이 있었다. 그런데 정작 기념사업의 핵인 서덕출문학제는 2012년 돌연 중단됐다. 그 복원이 시급하다. 서덕출 기념관에 전문 학예사를 두고 그가 이 문학제를 주관하는 울산작가회의 등 지역 아동문학계와의 네트워크를 통해 제대로 치르는 것이 필요하다.
 또하나 중요한 것은 서덕출 문학의 과거에 갇힐 것이 아니라 그의 문학이 21세기를 사는 현재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다. 첫째 그의 문학은 아동문학으로, 아동순결주의에 갇히지 않은 것이 특징이다. 소외된 이웃에 대한 배려를 담고 있고 장애인으로 평생을 산 선생의 처지처럼 사회적 약자에 대한 사랑을 실천하는 문학적 창구다.
 선생은 두 번의 출가를 제외하고 1906년 중구 교동에서 출생한 이후 줄곧 울산에서 살았다. 이런 지역성과 생명의식, 공동체 의식을 부각해 중구 원도심을 중심으로 도시 전역으로 확산해 울산의 문화자산으로 삼는 것이 필요하다. 현재처럼 기념사업들이 각개전투로 벌어지는 것이 아니라 서로 연계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사업 주체들이 합심하는 노력도 요구된다.
 

▲ 제9회 서덕출 문학상 학술세미나가 3일 중구 문화의전당에서 열린 가운데 정일근 시인, 구모룡 문학평론가, 안성길 문학박사, 김진영 시인·울산신문 편집이사가 '서덕출 문학의 새로운 발전 계승 방안'을 주제로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다. 노윤서기자 usnys@
 
□토론
#정일근 시인= 서덕출 공원에서 마을, 도시로 선생의 정신을 넓히잔 의견에 공감한다. 지난 10년에 이어 앞으로 10년을 내다보는 조언이다. 특히 서덕출 선생의 고향인 중구 원도심 도심재생에도 좋은 콘텐츠가 될 수 있으리라 본다.
 
#안성길 문학평론가= 좋은 의견 감사히 잘 들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선생의 문학세계를 마을, 도시에 곁들일 수 있는 동선을 제시해 보겠다. 우선 중구 교동은 선생이 출생한 곳이지만, 아직까지 정확히 어디서 출생했는지 위치확인이 안 됐다. 관할 구청을 중심으로 그 위치를 하루빨리 추정해 '탄생 표지석'부터 세우자. 도 서덕출 공원과 기념관을 중심으로 동상, 유물 뿐 아니라 그가 살았던 교동, 학산동, 선생의 노래비가 있는 학성공원 등 일대를 연계하는 투어프로그램도 고민해 볼 수 있다. 이는 곧 중구 원도심과 울산의 좋은 문화콘텐츠가 될 것이다.
 
#김진영 편집이사= 내년이면 10년을 맞는 서덕출문학상에 대한 감회가 새롭다. 상을 제정하기 위해 서울에서 당시 한국아동문학회 박종현 회장을 만났을 때, 그조차 서덕출 선생에 대한 공부는 부족했고 울산에서 이런 상을 제정한다는 것에 놀라움을 표현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제정 10주년을 맞아 다양한 콘텐츠와 활성화 방안을 위해 고심하고 있다. 지적해 주신대로 다양한 기념사업을 통해 그동안 누적된 성과를 활용할 수 있는 방안 등을 고심해서 마련하겠다. 특히 서덕출문학제를 어떤 방식으로든지 복원하겠다는 약속부터 이 자리에서 드린다.
 제안된 내용 중 중구나 시가 서덕출 선생을 도시 브랜드화의 한 축으로 만들자는 내용에 특히 공감한다. 34년간 극적인 삶을 산 선생의 생애를 콘텐츠화 하는 부분이나, 울산 문학이란 큰 틀에서 선생과 함께 지역 문인을 아울러 조명하는 노력도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지적해 주신 사항들이 현실화 되려면 그동안 문화예술을 늘 후순위로 생각했던 우리 지역 사회지도층의 인식전환이 필요하다. 이를 바꿀 수 있는 건 이에 대한 시민들의 절실한 관심 밖에 없다.
 
#정일근 시인= 제정취지와 달리 창작동요제의 경우, 화려한 옷을 입고 이쁘고 잘생긴 아이들이 동요를 부르는 것이 주가 됐다. 하지만 이것을 서덕출 문학의 정신이라고 보긴 어렵다. 그의 정신을 제대로 살리는 기념사업을 진행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구모룡 문학평론가= 원도심 재생의 한 사업으로 '서덕출 거리' 등을 만드는 안도 좋을 것이다. 선생의 동요와 동시에 갇히지 말고 어린이를 아우르는 문화로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부산의 안데르센 극장 같은 어린이 전용극장이나 어린이도서관을 중구나 시 차원에서 만든다면 특색있는 문화공간이 될 수 있다. 선생의 문학과 정신을 울산이란 도시의 정체성을 확보하는 자산이 될 수 있도록 꾸준히 연구자와 시민 의견을 담을 수 있는 연구회 같은 창구마련도 필요하다.
 
#정일근 시인=오늘 나온 핵심 내용은 선생의 문학정신을 작게는 마을, 크게는 도시 전체에 확산하자는 것이 요지인 것 같다. 이를 위한 관계기관과 시민들의 관심과 노력이 잇따르길 바란다.
 정리=김주영기자 uskj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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