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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취재를 하다 웃긴 일이 있었다. 보통 기자들은 '00기자' 식으로 불리는데, 한 구청 관계자가 "최 모 기자 부인 되시죠?"라는 게 아닌가. 순식간에 같은 기자에서 아내로 전락한 나는 웃음이 나면서도 한편으론 씁쓸했다. 이런 일이 종종 있었기 때문이다.

 타사 사회부 기자인 남편은 문화부인 나와 비교했을 때 같은 기자지만 처지가 다르다. 업무 특성상 반향이 다르니, 소위 '끗발'이 다르다. 육아도 병행하다보니 다른 맞벌이 부부들처럼 엄마이자 여자인 내가 더 희생한다. 내 경우 결혼 후 저녁 업무는 거의 못하지만, 남편은 매일같이 밤늦게 2차 취재전쟁을 마치고, 두 손 가득 기사아이템을 들고 온다.

 다른 집 사정을 봐도 비슷하다. 그렇다보니 일의 성취에 있어 기혼 여성은 남성보다 밑지고 들어갈 때가 많다. 많이 달라졌다지만, 여성의 고위직 진출이나 성공에 이같은 장벽은 건재하다.

 반대로 이는 그만큼 한국 남성들이 고단한 삶을 살고 있단 사실을 보여준다. 최근 송년모임만 해도 나는 동료 문화부 기자들과 함께 소담한 홈파티를 열 계획이지만 남편은 벌써부터 해장약까지 먹어가며 술자리를 이어가고 있다. 안쓰럽다. 아마 많은 아내들이 그럴 것이다. 물론 워킹맘 역시 밖에선 일에 치이고 집에선 육아·살림에 치여 힘든건 매한가지다.

 그렇다보니 서로가 자기 삶에 기진맥진해, 다른 이의 고충은 보듬어 줄 여유를 잃었다. 이런 한국사회. 이젠 좀 달라질때도 되지 않았나. 남편과 아버지들의 간도 좀 걱정해주는 그런 송년 문화, 술과 외식보단 가족과의 따뜻한 추억을 남길 수 있는 그런 연말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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