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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은 작가의 끊임없는 자아 성찰로만이 비로소 꽃 피워지는 향기로운 정원과도 같다. 그래서 문학을 사랑하고 우리가 책을 사랑하는 이유가 바로 이 향기로운 양식을 읽고 느끼는 것에 그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문학이 희곡으로 이어지고  무대 위에서 연극으로 열연되고 삶의 생생한 현장으로 되살아 난다면 더 바랄 것이 없는 축복이다. 그래서 우리는 문학에 뿌리를 둔 희곡이 연극으로 재탄생돼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연극 공연을 보며 내삶을 반추해 보는 것이다.

 그러한 우리의 삶을 희곡집 '전선 위에 걸린 달' 극단 '무' 김행임 작가의 출판 기념회로 빛낸 지난 주 풍경을 나누려 한다. 먼저 1부에서는 전 한국 연극협회 박계배 회장과 울산 연극협회 김영삼 회장의 축사로 시작했다. 2부에서는 출판 희곡집에 실린 작품들이 갈라쇼 형식으로 무대위에서 흥미진진하게 펼쳐졌다.

 2010년에 쓴 첫 희곡인 '회전의자'를 시작으로 '아버지 한 대풍' '파파 엘비스', '전선 위에 걸린 달' '커피앤 데이즈'와 '엑스트라 하우스'와 '화석이된 시간'까지 보여졌다. 그리고 2015년 발표한 '올드앤 와이즈'와 울산 소공연장에서 10일부터 공연되고 있는 뮤지컬 '젊음의 거리'까지 총 망라했다. 극장면들의 한 장면씩을 직접 출연했던 배우들이 재현해 주는 출판 기념회의 진행 구성이 참석한 이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했다.

 작고하셨지만 울산 근대극 창시의 큰별이신 범곡 김태근 선생님의 희곡집 '암벽' 발간 이후로 있는 울산 지역 연극계의 첫 희곡집 출간이라 더욱 의미가 있다. 철학과를 졸업한 김행임 작가는 작가의 글에서 읽을 수 있듯 대학 시절부터 철학과 문학에 탐닉했다. 파란 많았던 한국의 현대사를 지내며 스스로 겪었던 당시의 회상들을 그녀의 희곡집 '전선 위에 걸린 달'로 오롯이 그려냈다.

 그녀에게는 사물과 일상들이 혹은 자신에게 주는 모든 감흥들이 희곡의 소재와 주제가 되어 대본으로 재탄생 된다. 그래서 작가 자신은 스스로 "작가로 산다는 것은 오감을 열어 놓고 가장 순수함으로 사물을 들여다보며 사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면서 그녀는 "나는 세상의 이야기에 별 관심이 없었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희곡을 쓰면서 모든 사람이 내 관심의 대상이 되고 지나가는 사람의 한숨이 내 눈길을  멈춰 세웠고 어떤 여자의 웃음소리가 닫혀 있던 내 귀를 열리게 했다"라고 고백한다.

 첫 희곡집에서 밝힌 작가의 글을 읽어 보면 그동안 자신이 직접 산고 끝에 낳은 희곡들에 대한 애착과 애정들이 묻어나 있다. 그리고 그 애정들은 희곡집 속 대사의 행간마다 마치 손톱끝 봉숭아 꽃잎물처럼 깊이 물들어져 있음을 느낄 수 있다. 그래서 그녀의 희곡들은 깊은 구도자적인 시선으로 인생을 관조하려는 것이 생명력있게 전해져 온다.

 희곡집들을 보면 때론 다소곳하면서도 따뜻한 시선으로 각 역할들에게 울고 웃으며 다시 화해하고 끌어안는 인간애적인  일상들을 그려내고 있다. 작가의 사람과 인생을 사랑하려는 그 애살스러움이 각각의 역할과 인생사마다 따뜻한 인간애로 그윽하게 스며있기에 끝내는 감동으로 전해져 온다. 그러고 보면 우리네의 모든 인생사와  가장 최대의 목표는 사랑이 전부의 주제인 것만 같다. 이번 희곡집 출간은 울산 지역 문화 예술계의 경사가 아닐 수 없다. 울산지역에서 활동하는 연극인들 중에 직접 희곡을 쓴 창작극으로 공연을 하는 단체가 여럿 있다.

 이번 기회로 울산 지역을 소재로한 희곡집이 연이어 출판으로 계속해 이어지는 경사가 지속되길 바라여 본다. 공연으로 봤던 작품들을 희곡집 출판을 통해 대본으로 다시 보니 희곡집안의 대사들이 금새 책밖을 뛰쳐 나와서 꿈틀거리고만 있는 것같다. 철학으로부터 문학성과 인간성을 직조해 낸 김행임 작가의 다양한 인간사를 그려낸 이번 희곡집에 축하를 보낸다. 더 나아가 이번 출판회가 울산 문화 예술계의 디딤돌이되고 촉진제 역할을 해서 무궁 발전하는 원동력이 되길 간절히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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