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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인 불러들일 울산만의 '고래문화' 개발해야
[신년기획] 고래도시 울산, 글로벌 콘텐츠 발굴 시급
2015년 12월 31일 (목) 17:02:43 김주영 uskjy@ulsanpress.net

울산은 고래의 도시다. 선사시대 걸작 반구대 암각화(국보 제285호)와 한국계 귀신고래가 유영하던 울산극경회유해면(천연기념물 제126호), 근현대 장생포 포경기지까지. 울산과 고래는 고래 심줄만큼 질긴 인연을 이어왔다. 최근엔 이런 역사문화자산을 활용해 미래 부가 가치를 만들기 위한 노력도 더해가고 있다. 고래 콘텐츠를 선점한 울산은 십 수년 전 고래관광도시를 선언했고, 남구는 2008년 장생포가 국내 유일 고래문화특구로 지정된 이래 관련 인프라를 속속 갖추고 있다. 향후 모노레일, 5D영상관 설치는 물론 숙박 시설을 겸비한 고래등대 건립까지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그러나 인프라 조성에 주로 투자가 집중되면서 이런 노력들이 오히려 지금도 살아있는 고래를 박제하고, 주민의 삶은 효과적으로 드러내지 못해 관광효과를 떨어 뜨린단 지적도 있어왔다. 고래축제, 장생포 일대 주민 구술채록사업, 고래문학제 등도 있었지만 이들 시설을 채울 콘텐츠는 상대적으로 빈약하다. 이에 기존 시설을 활용하면서 지역 관광을 지속 발전시키기 위한 노력을 살펴본다. 편집자

   
장생포 고래문화마을에 전시된 흑등고래와 새끼 고래의 모형.

전시물 교체없는 고래박물관·텅빈 고래문화마을 관광자원 한계 노출
고래생태관·고래바다여행선 등 살아있는 콘텐츠 울산홍보 일익 담당
장생포 일대 포경유산 연계 미래 지향적 개방·국제화 전략 수립해야


울산에 고래 관련 인프라가 본격적으로 생긴 것은 2003년 국제포경위원회(IWC) 회의지로 울산이 결정되면서부터다. 옛 포경전진기지인 장생포는 포경업이 성행하던 1960~70년에는 잘 사는 곳이었다. 하지만 1986년 포경금지로 마을은 급속한 쇠락의 길을 걷는다. 2만 명에 이르던 인구는 10분의 1로 줄었다. 딱히 먹고 살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IWC 회의지로 울산이 결정되면서 장생포 고래도 새롭게 주목받기 시작했다. 항구를 낀 다른 지역도 유치를 희망했지만 역사적으로나 실질적으로 한국에서 고래를 대표하는 지역은 울산, 그 중 장생포였다. 문제는 당시 전무했던 고래 관련 콘텐츠였다. 이를 계기로 고래연구소와 박물관을 짓고 일본서 고래를 들여와 생테체험관을 열었다. 이후 남구는 고래를 대표 콘텐츠로 활용하는 방안을 구상했고, 여러 시설이 건립됐다.

   
올해 고래축제 기간 고래문화마을을 찾은 관람객들이 옛 마을을 둘러보고 있다.

# 2003년 IWC 회의 개최 맞춰 본격 개발

현재 장생포는 도로변을 중심으로 현대식 고래 음식점 거리로 변했고 박물관, 생태체험관, 바다여행선, 고래문화마을 등 각종 볼거리로 가족 관광객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이와함께 남구는 한 걸음 더 나아간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내년엔 95억 원의 공중 모노레일과 27억 4,600만 원의 5D입체 영상관을 특구 내에 건립한다. 이같은 고래 관광 시설의 정점은 300실의 숙박이 가능한 고래등대 건립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함께 특구 개발에서 소외된 지역에 대해 도시개발담당 부서에서 약 100억 원을 들여 장생포 새뜰마을사업도 시행한다. 포경 이후 낙후된 장생포 지역의 도시재생사업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아직 논의 중인 사안이지만 현재 고래문화특구에서 문화체육관광부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전국 유일 고래관광단지로의 전환도 고려되고 있다. 남구 고래관광과 시설계 조동래 주무관은 "관광단지로 전환되면 국비지원도 받을 수 있어 보다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하드웨어 인프라를 채울 콘텐츠 확보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우선 내년에 2,000만 원을 들여 고래문화특구에 스토리텔링 사업을 펼친다. 고래관광과 관광계 배시현 주무관은 "단순히 스토리를 지어내 책을 발간하는 것을 넘어 마을 전체에 의미있는 인물과 장소, 사건 등을 엮어 걷기코스로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고래관광단지 전환해 국비지원 마련 노력도
그러나 콘텐츠 마련을 위해선 이런 노력과 함께 무엇보다 장생포마을 일대를 살아있는 곳으로 변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예로 고래 관경선인 고래바다여행선은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0월까지 10개월간 5억 원이 넘는 적자를 내고서도 그 운영을 통해 실제 울산 앞바다에서 지금도 고래가 발견되고 있다는 인식을 높여 대표 홍보수단이 되고 있다.

 이처럼 관광객들이 실제 장생포에서 보고 싶은 것은 박제된 고래와 유물, 사람들의 모습이 아니라 살아있는 고래와 장생포, 또 그곳에 사는 사람들이다. 지금까지 조성된 고래박물관과 고래문화마을 등 대표 시설들은 한 번 보고나면 다시 올 이유가 없는 일회성 시설이란 지적이 많다.

 포경전진기지라는 국내 어느 곳에서도 찾아 볼 수 없는 독특한 문화의 흔적을 찾을 수 있는 유일한 곳이 장생포지만, 최근 만들어진 콘텐츠를 보면 오히려 고래와 장생포 주민 삶을 박제시킨 듯한 느낌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200여 억 원을 들여 만든 장생포 문화마을이란 점은 참 아이러니하다. 장생포의 가장 화려한 번성기였던 1960~70년대 옛 마을 풍경을 주로 담은 장생포 문화마을은 애초 기대에 미치지 못한 규모와 내부 공간으로 아쉬움을 낳았다. 특히 앞서 러시아, 일제강점기를 거친 100여 년의 포경 역사를 갖고 있었던 장생포 역사를 1960년대 이후로 재단하면서 그 이전의 많은 이야깃거리를 놓친 것은 두고두고 후회를 남기고 있다.

 그나마 이곳 주민 의견을 반영해 만든 시설물이란 점은 높이 평가되지만 고래축제 기간 외에 방문하면 시설물 자체만 덩그러니 놓여있어 관람객들이 한 번 오면 다시 찾아야 할 이유를 좀처럼 느낄 수 없는 것도 문제다. 지난 축제 기간 지역 연극 배우 등을 주축으로 마치 마을에 실제 사람들이 사는 것처럼 연출한 것이 관람객 호응을 받았던 것을 보면 주말이나 관광객이 많이 찾는 때에는 이런 프로그램을 정기적으로 마련하는 방안도 고민돼야 할 것이다.

 또 이런 방안에는 실제 장생포 주민들의 참여를 이끌어 내야 한다는 조언도 많다.

   
고래생태체험관에서 돌고래를 구경 중인 관람객들.

# 관람객 요구 반영 세심한 정책 필요

고래문화보존회 같은 장생포 지역 대표 주민단체를 비롯해 과거 포경에 연루한 주민들과 청년층 등 현재 장생포 주민의 삶이 영유되고 있는 만큼 살아있는 유적으로 관광객들에게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허영란 울산대 역사문화학과 교수는 "큰 규모의 하드웨어 인프라를 마련할 때 내부에 무엇을 채울지에 대한 고민부터 관람객 입장에서 고심해야 한다. 특히 장생포의 경우 고래와 바다, 선사 해양문화부터 최근 산업문화까지 지금 현재 우리에게 보여줄 수 있는 것들이 매우 많다. 이런 자산을 과거 모형 전시로만 그쳐서는 곤란하다. 지금 변해가고 있는 관람객 수요에 맞춘 콘텐츠를 개발하는 한편, 관람객을 단순히 이윤 창출 대상으로 보기보단 하나의 관광요소가 될 수 있도록 세심한 정책 개발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우리가 갖고 있는 장생포 관련 문화자산을 제대로 보존, 홍보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예로 지금도 남아있는 고래막과 고래 해체장 건물 5동, 울산세관 통선장 맞은편 골목에 있는 '신주당' 등 이 일대에 각종 포경관련 유산들이 남아있지만 현재로선 이것이 관광자원으로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포경 관련 문화자산들을 향후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해 요구된 연계 볼거리로 조성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고래박물관의 경우에도 관람객 만족도가 높아 고래관광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개관 10년째다보니 그동안 쌓은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더 새로운 것을 보여줘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다행히 최근 기획전을 열어 이런 욕구를 조금씩 충족해 주고는 있지만, 장기적으로 증·개축에 대한 고민이나 기존 상설 전시물의 교체 등을 고민해 봐야할 시점이다.
 
# 유무형의 다양한 콘텐츠 육성 시급
고래는 그동안 많은 사람들의 꿈의 대상이었다.인류에게 이처럼 다채로운 영감을 준 존재가 또 있을까 싶을만큼 인류사적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오랜 기간 사람들의 동경의 대상이었다.

 울산에서 2009년 시작된 고래문학제만 봐도 여기에 발표된 국내 대표 시인들의 주옥같은 고래 시(詩)만 300여 편이 넘는다. 앞서 울산에서 정리된 108인의 고래 시집, 최근 발표된 이건청·정일근 시인 등의 작품을 더하면 최소 울산에서 확인된 것만 500여 편 가까이나 된다.

 지난달 울산시립무용단이 내놓은 '장생포 카르멘'만 해도 장생포 사람들의 이야기가 현대적으로 얼마나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무대였다. 장생포 출신인 김구한 울산대 아산리더쉽연구원 연구교수는 "고래가 갖고 있는 잠재력이 매우 많은 만큼 이를 활용하는 콘텐츠도 더 다양화돼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울산 고래관광이 성공하려면 반구대 암각화부터 시작되는 오랜 역사성에서 출발해야 한다. 그래야 지역에 밀착하지만 지역을 뛰어넘는 미래 지향적인 콘텐츠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라며 "향후 울산에 갇히지 말고 울산의 고래가 갖고 있는 개방과 국제성, 다원성을 바탕으로 전국, 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콘텐츠 개발에도 끊임없이 관심을 갖고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주영기자 uskj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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