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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덕대
일본언어문화학과 교수

흔히 사람들의 성격을 이야기 할 때 '돈키호테형' 또는 '햄릿형' 등으로 나누어 이야기 하기도 한다. 모두 소설 속 주인공들의 성격을 빗대어서 붙여진 말이다. 이러한 것이야말로 소설의 힘이라 할 수 있다. 픽션인 소설 속 주인공이 실제 생활 속에서 불로장생하면서 살아 움직이는 것이다.

 오늘은 문학작가 세르반테스(M. de Cervantes·1547~1616·스페인)의 대표 작품 인 장편소설 '돈키호테'의 주인공 '돈키호테'를 만나보고자 한다. '돈키호테'는 세르반테스가 1605년 발표한 작품으로 지금까지도 꾸준히 읽혀지고 있는 소설이다. 작가 세르반테스의 자서전적인 소설이라고 일컬어지고 있다.

 이 '돈키호테'를 메타픽션으로 재구성한 '돈키호테, 부딪혔다, 날았다'라는 작품을 2013년 작가 서영은씨에 의해서 발표되어 다시 '돈키호테'가 재평가 되고 있다. 서영은 작가는 나에게 있어서 내 문학적 감수성을 숙성시켜준 작가라고 말하고 싶다. 20대에 서영은 작가의 이상문학상 수상작인 '먼그대' 를 접하고 나서부터 서영은 작가에게 빠지기 시작했고, 언젠가는 꼭 만나보고 싶은 작가이기도 하다.

 그 후로 서영은 작가의 작품이 나오기가 무섭게 사서 읽곤 했다. 2013년에 발표한 '돈키호테, 부딪혔다, 날았다'라는 작품도 모일간지에 소개되자마자 구입해서 읽었다. 새로운 스타일의 소설이었다. '돈키호테'를 스페인에 있는 '돈키호테의 길'을 걸으면서 새롭게 해석한 작품으로 소위 '길 위의 문학'을 체현해 낸 작품인 것이다.

 그럼, 우리들이 흔히 알고 있는 소설 '돈키호테'의 '돈키호테'를 살펴보기로 하자. 정의로운 중세 기사들의 이야기에 흠뻑 빠진 돈키호테는 세상의 모든 악당을 물리치려고 자신도 기사가 되기로 마음먹는다. 결심이 서자 주저하지 않고 모험을 떠난다. 좌충우돌 황당한 사건을 겪으면서 실패와 패배를 거듭한다. 그래서 하고 싶은 일이 떠오르면 서슴없이 해 버리는, 생각보다 행동이 앞서는 사람을 '돈키호테형 인간'이라고 한다. 이와는 달리 이것저것 따져가며 고민하고 망설이다가 기회를 놓쳐버리는 사람을 '햄릿형 인간'이라고 한다.

 두 주인공은 저마다 개성이 강하고 장·단점을 가지고 있다. '돈키호테형 인간'은 행동이 앞서서 일을 망치기도 하지만, 새로운 일에 도전하다보면 좋은 기회를 잡을 수도 있고, 의외의 성과를 얻을 수가 있는 것이다. 반면, '햄릿형 인간'은 너무 신중하게 생각한 나머지 많은 기회를 놓치고 말지만, 그만큼 실수를 줄일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 낸다, 그러므로 돈키호테와 햄릿의 서로의 장점을 받아들이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

 오랜만에 읽은 '돈키호테'는 정말 황당하기 그지없었다. 악당이 숨어 있다며 풍차를 향해 돌진한 장면은 명장면 중의 명장면이다. 여행하는 수도사들의 일행을 보고 마법사라며 결투를 벌이는 장면, 자신이 타고 다니는 나귀를 천하의 최고인 준마로 여기는 돈키호테 이야기는 우스꽝스럽지만, 왠지 돈키호테의 진정성이 느껴지는 듯해서 신선하기 조차했다. 작가 서영은씨도 이와 같은 생각에서 '돈키호테'를 새롭게 조명하고자 했을 것이다.

 '돈키호테'는 풍자 소설이다. 중세의 기사들은 자신이 섬기는 국왕이나 영주에게 충성을 다하고 약한 사람들을 도우며 명예를 목숨보다 소중하게 여겼다. 이러한 중세 기사들은 세상의 변화에 무심한 채로 살았던 것이다. 이렇듯 과거에 매달려 사는 사람들을 일깨워주고자 돈키호테라는 새로운 주인공을 만들어 생명을 불어넣은 것이다.

 그래서 돈키호테에게는 부정과 비리에 타협하지 않는 인물, 끝까지 자신이 옳다고 믿는 신념을 저버리지 않는 나아가는 강한 의지의 인물, 그리고 자신이 꿈꾸는 꿈을 버리지 않고 이루고자 노력하는 인물로 비추어지고 있는 것이다. 올 한 해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자신이 계획한 목표를 위해 힘차게 나아갈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다음 주에는 '햄릿'을 만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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