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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형실험 성공해도 실외선 실패 확률 높고 실물 완공후 10년 못버틴다 지적
수십억 혈세낭비 불구 책임소재 불분명…지금이라도 근본대책 마련 목소리


반구대 암각화 가변형 임시 물막이 조감도.
2013년 5월 파격적으로 제시돼 한 달만에 추진된 가변형 임시 물막이가 반구대 암각화(국보 제285호)를 건져낼 구원투수가 될지, 정부 정책실패의 대표 사례가 될 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울산시와 문화재청은 앞서 이달내 추진될 투명막 검증모형 보완실험이 한 차례 더 실패하면 사업을 철회할 방침(본보 2016년 1월 28일자 1면 보도)을 밝혔다.

 그러나 기술검증평가단 수리 위원들은 실물을 10/1로 축소한 이 실험이 성공한다해도 본 실험은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본 실험이 성공해도 10년을 못 버틸 것이란 우려도 만만치 않다. 이에 더 이상 시간끌기를 할 게 아니라 근원적인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애초 '카이네틱(트랜스포터블) 댐'에서 가변형 임시 물막이로 이름을 바꾼데서도 드러나듯 이 구조물은 기본적으로 수압 등에 대비해 물을 가두는 댐 시설이 아니다.

# 수리전문가들 우려 속 강행
앵커 설치나 차수 그라우팅 없이 바닥 홈과 하중, 물에 녹아 향후 제거가 가능한 차수재를 써서 15m 수압을 버티겠다는 세계 최초 공법의 구조물이다. 이에 전문가 우려가 이어졌다. 수리분야는 물론 기술검증 평가단 13명 중 10명이 이 구조물에 대한 검토의견으로 보완, 중지의견을 냈다(본보 2015년 3월 20일 1면).

 결국 검증실험을 통과시킨 지난해 3월 4일 열린 기술검증평가단 비공개 회의록에도 이런 우려가 확인됐다.당시 용역사 포스코 A&C는 댐 설계기준에 맞춰 안정성을 검토한 계산서를 제시했다. 그런데 틀렸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신휘범 위원은 "댐 설계기준을 적용한다며 양압력을 산정했으나, 수압을 3/1 줄일 수 있는 차수 그라우팅을 못하는 상황에서 계산은 안 맞다"고 지적했다. 윤용진 위원도 "양압력은 똑같이 문제로 본다. 현재 조건에선 댐 기준을 맞출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누수와 차수재 역시 문제로 지적됐다. 그러자 용역사측은 "안정성을 그 기준에 맞춰 높이겠다는 것이지, 댐 구조물은 아니다"고 밝혔다. 수압 관련 계산이 안 맞는다는 건 본 실험에서 그만큼 수압을 버텨내지 못할 수 있음을 뜻한다. 조홍제 위원(울산대 교수)은 "실물은 10배 수압이 걸리므로 축소실험이 성공해도 본 구조물에선 실패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여러 문제가 지적되자 신 위원은 "댐 설계 전문가 확인 후 설계를 승인해야 한다. 이후 공사, 실물모형설계를 해야 무용지물도 안되고 예산낭비도 안된다. 기본적으로 이 공법은 수중구조물로 적합치 않다"고 지적했다. 다른 수리 위원들도 전문가 확인을 조건부로 실험에 동의했다.

 그러나 용역사와 울산시, 문화재청은 이를 이행치 않고 실험을 강행했다. 지난달 15일 열린 비공개 회의 때까지도 이행치 않다가 의원들 지적에 부랴부랴 확인서 받는 기간을 이달 말까지로 늘렸다. 당시 조 위원은 실험자체가 무의미하므로 멈춰야 한다는 주장도 했다.

 그러나 용역사는 보완을 통한 성공을 장담했고, 문화재청 김종승 서기관은 "여기서 스톱하면 누가 신뢰도와 객관성이 있다고 받아들일 수 있겠냐"며 "공기상 계약을 진행해야 하는 입장에서 향후 수리 전문가 동의를 못 얻는 등 조건이 안되면 실험 중간에도 계약진행을 종료할 수 있다"며 실험은 해야 한단 입장을 밝혔다.

# 책임은 누가 지나
이런 상황에서 현재 임시 물막이와 관련 세 가지 실험에는 국·시비 28억여(총 예산 104억) 원이 투입됐다. 실패할 경우, 그만큼의 혈세가 낭비되지만 책임소재는 불분명하다. 4일 문화재청 유형문화재과 관계자는 "울산시, 울주군, 문화재청, 국무조정실 등 여러 주체가 사업을 나눠서 맡다보니 분명하게 책임질 곳이 없다"며 "실험 성공을 장담한 용역사 역시 도의적인 책임은 있겠지만 법적 책임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사례는 여론에 밀려 한달만에 이런 중차대한 사업을 제안, 졸속으로 결정한 정치권과 정부의 대표적인 정책 실패 사례가 될 것이란 비난은 면키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사업시행 직후부터 지난달 회의까지 수리 부문 위원, 학계, 시민의 우려가 이어졌지만 용역업체의 "할 수 있다"는 대답만 믿고 정부, 산하기관, 울산시, 울주군 모두 시간끌기에 동조했기 때문이다.

 설계를 제안하고 성공을 장담한 포스코 A&C를 비롯한 참가 용역사의 대외적 이미지 하락 역시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함께 일각에선 눈가리고 아웅식의 임시방책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반구대 암각화를 건져낼 다른 대안마련이 시급하단 의견이 나오고 있다.  김주영기자 uskj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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